우리나라가 지난 5일 달 탐사선 ‘다누리’를 우주로 쏘아 올릴 만큼 항공우주 분야 기술력은 갈수록 향상하고 있지만 성평등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우주산업 분야 인력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대에 그쳤다. 우주산업을 포함한 과학기술계 전체가 성비 불균형을 해결하고, 임신과 출산, 육아를 이유로 경력이 중단되는 일을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행한 ‘2021 우주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우주산업 기업체 인력 6305명 중 여성 비율은 13.8%(868명)였다. 우주산업 연구기관 인력 현황도 마찬가지다. 전체 1135명 중 여성은 165명(14.5%)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2020년 9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항공우주연구원 책임급 여성 인력 비율은 단 2.7%(409명 가운데 11명)였다.
성비 불균형은 과학기술계 전반의 문제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이 올해 4월 공개한 ‘2020년도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 보고서’(실태조사 보고서)는 성비 불균형과 유리천장 문제를 드러낸다.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대학과 공공 및 민간 연구기관 등에 고용된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25만2111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21.5%(5만4201명)였다.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중 여성 비율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이렇다 할 개선 없이 19∼20%대에 머물러 있다. 고용 형태에도 성별 간 차이가 있었다. 남성 과학기술인력 중 정규직 비율은 82.5%인 반면 여성 인력 중 정규직 비중은 64.7%였다.
한국 여성 노동자에게 익숙한 ‘유리천장’과 ‘경력단절’은 과학기술계에서도 고스란히 발견된다. 경력 단계가 상승할수록 여성 비율이 크게 줄어든다. 2020년 신규 채용된 과학기술인력(2만1803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28.1%(6132명)였고, 전체 관리자(3만4914명) 중 여성 비율은 12.0%(4187명)였다. 또, 여성 과학기술인력이 경력을 중단하게 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가사·돌봄노동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태조사 보고서는 여성 과학기술인력 가운데 ‘가사, 출산, 자녀 양육, 가족 돌봄’을 이유로 이·퇴직한 비율이 78.5%라고 했다.
여성 과학기술인력의 초기 경력 이탈을 방지하고 여성이 경력을 지속적으로 쌓을 수 있는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지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정책연구센터장은 “팀 단위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일이 많다 보니 과학기술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며 “여성이 경력단절 없이 오랜 기간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과 같은 일·가정 양립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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