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0월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여성가족부가 부처를 폐지하고 주요 업무 대부분을 보건복지부로 옮기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만들어지는 동안 산하 공공기관과 논의를 한 번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가부 산하 공공기관 5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 공공기관들은 여가부 폐지 관련 회의·간담회·연구 등이 있었느냐는 의원실 질의에 모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했다. 여가부 산하 공공기관은 모두 5곳으로,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청소년 정책),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청소년 자립), 한국건강가정진흥원(가족 정책),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여성 정책),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 권익 정책) 등이 있다. 이들 산하 공공기관은 여가부의 주요 정책과 관련한 사업을 수행하는 곳인데도, 부처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이다. 앞서 여가부는 노동부로 이관이 결정된 부처 산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와도 관련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이관 소식을 언론에서 접한 새일센터 종사자 사이에서 “현장
의견수렴없이 발표돼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여가부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일부는 복지부 산하로 옮겨가면 예산과 사업 규모 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성평등을 위한 교육 및 진흥 사업, 성인지 교육 등을 담당하고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불법촬영물 등으로 인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등을 맡고 있다. 두 기관의 업무는 복지부의 기존 업무와 전혀 관련성이 없다. 그만큼 업무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달라 부처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나오기 직전까지 범죄 피해자 지원 정책을 펴는 법무부로의 이관이 거론되던 곳이다.
여가부는 조직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다양한 산하시설과 협의체 등에 조직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했다”며 “수시로 만나 전반적인 업무 사항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으며, 여가부 폐지와 상관없이 흔들림 없이 업무를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하 공공기관에선 다른 답변이 나왔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산하 공공기관의 관계자는 <한겨레>에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여가부와 논의하기 위한 자리는 없었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나온 뒤에도 여가부는 기관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만든 적 없다”고 했다.
장경태 의원은 “산하 공공기관의 의견을 한 번도 듣지 않은 것을 보면 김현숙 장관이 부처 폐지를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했는지를 알 수 있다. 여가부 개편이 필요하다면 여가부 업무 재정립과 개선을 위한 소통 절차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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