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관세청이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인 전신형 리얼돌 통관을 26일부터 허용한 데 대해 여성단체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전국연대)는 26일 오후 성명을 내어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물로 만드는 ‘리얼돌’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을 무시한 처사이며 정부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세청은 이날 리얼돌 수입 통관 지침을 개정·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미성년 형상이 아니거나 특정 인물을 나타내지 않는 ‘성인 형상의 전신형 리얼돌’ 통관이 허용된 것이다.
전국연대는 “우리 사회에는 부정할 수 없는 성별 위계와 여성 차별, 여성 신체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시장이 존재한다. 리얼돌은 여성의 몸을 성 기구화하는 것이며 (여성의 몸에 대해) 거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성년이나 실재하는 인물을 재현하는 것에 대해서만 규제하겠다는 안일한 대처로는 실제 리얼돌이 제작되고 판매·유통·소비되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결코 대응할 수 없다”며 “리얼돌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성범죄를 가볍게 여기며 여성들의 안전을 저해한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귀를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관세청은 전신형 리얼돌의 통관을 보류해왔으나,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수입업자들의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해왔다. 소송 48건 가운데 관세청이 승소한 사례는 2건뿐이다. 법원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리얼돌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국연대는 “리얼돌은 사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리얼돌은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상업적 목적으로 판매된다.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국가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리얼돌 통관을 전면 재검토하고 리얼돌 제조와 유통 산업 전반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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