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여성가족부가 최근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지 9시간 만에 이를 철회한 배경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철회하기 전 (법무부와) 협의했는가”라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전화 통화로 협의했다”고 답했다. 지난달 26일 여가부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비동의 강간죄’ 도입 검토 등의 내용이 담긴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는데, 5년 동안 이뤄질 중장기 정책 계획이 두 장관의 전화 한 통화로 뒤집어 진 것이다. 당시 여가부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현행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담아 이 기본계획을 발표했으나, 법무부가 당일 “개정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입장을 철회했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은 공청회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고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 사항”이라며 “정부정책을 몇 시간 만에 철회하는 게 정상적인 정부 시스템이냐”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한 장관과 전화로 지금까지 모든 논의를 무시하고 결정했다는 건 전혀 아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표했는데 보도되는 과정에서 법 개정이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오해된 부분이 있어서 바로잡자는 취지였다”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양성평등위원장인) 국무총리에게도 사전에 이 내용이 보고됐는가”라는 김 의원의 물음에는 “총리께는 세세한 부분까지는 완벽하게 보고되진 않고 요약본이 간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한동훈 장관도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비동의 강간죄’ 개정 계획이 없다고 법무부가 입장을 낸 이유에 대해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당장 추진되는 것으로 오해될 것 같아서 제가 입장을 냈고, 입장을 내면서 여가부와 충분히 협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용역에 착수해 9개월 동안 여가부 내부 의견을 듣고, 전 부처 의견을 조회한 뒤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중 `비동의 강간죄'는 두 장관의 전화 통화로 9시간 만에 철회된 셈이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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