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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불법촬영 혐의 황의조의 국대 출전…“문제 없다는 메시지 주나”

등록 2023-11-22 18:08수정 2023-11-23 11:03

21일 월드컵예선 중국전 20여분 출전
클린스만 “당장 문제될 것 없다” 감싸기
축구협회 “지켜보겠다” 사회적 책임 방기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황의조 선수가 중국 수비 파울에 넘어진 뒤 일어서고 있다. 선전/연합뉴스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황의조 선수가 중국 수비 파울에 넘어진 뒤 일어서고 있다. 선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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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혐의로 입건된 축구선수 황의조(31)씨가 국가대표 경기에 출전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어 황씨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마저 방관적 대응에 나서고 있어, 축구팬들과 여성단체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황씨는 지난 21일 저녁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 교체 출전해 20분간 경기를 뛰었다. 지난 18일 서울경찰청에서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이날 오전 황씨의 전 연인이자 불법촬영 피해자인 ㄱ씨가 “황씨의 촬영에 동의한 바 없다”며 황씨를 경찰에 고소한 사실을 공개했는데도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장에 선 것이다.

황씨가 경기에 출전하자 축구협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성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도 되는 거냐”는 등의 비판이 쇄도했다. ‘남초’로 분류되는 한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에서조차 “죄를 떠나서 전 여친들 영상을 안 지우고 소장하고 있었다는 게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황씨의 경기 출전을 비판했다. 또 후반 27분, 한국팀이 2대 0으로 경기에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불법촬영 혐의로 입건된 황 선수를 교체 투입해야 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중국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둔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중국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둔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황씨의 출전이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1일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논란이 있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면서도 “명확한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진행 중인 사안일 뿐이다. 당장 문제가 있다, 죄가 있다고 할 순 없다”고 밝혔다. 특히 “40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여러 추측이 제기되는 상황을 많이 맞닥뜨렸다. 명확한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황의조가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득점을 해주길 바란다”며 황씨를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축구협회도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22일 “선수가 조사받는 초기 단계여서 사실 관계가 파악된 게 없다”며 “입장을 내기보다 사안을 지켜보겠다”고만 말했다. 시비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다 ‘불법촬영 피의자 신분’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거나 경기 출전을 금지할 명시적 규정이 없다고 손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협회 공정위원회 징계 기준표에 따르면 폭력·성범죄(성폭행·성추행·성희롱)·품위 훼손 등의 경우, 유죄 선고 여부와 상관 없이 선수에 대해 출전 정지나 국가대표 선발 자격 정지 등의 징계가 가능하다.

여성단체들은 축구협회 등의 이런 미온적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불법촬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가 아무렇지 않게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은, ‘불법촬영을 해도 문제 없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유무죄 여부는 사법부에서 판단할 몫이지만 사법적 조치 외에도 축구협회와 감독은 이 사안이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세계적으로도 많은 스포츠 협회와 리그, 팀에서 윤리강령이나 규칙 등에 따라 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피의자를 출장 정지시키는 등의 임시조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축구협회에서도 이런 절차가 작동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황씨의 불법촬영 혐의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황씨 쪽을 법률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환’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불법촬영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전날 피해자 쪽이 “동영상 촬영을 동의한 바 없고 아는 경우 싫다고 밝혔다”는 입장문을 낸 데 대해 “관계 시 촬영에 사용한 영상장치는 황씨가 사용하던 일반 휴대폰이었으며,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이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이 여성도 분명히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여러 차례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이날 황씨의 사생활 영상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여성 ㄴ씨가 황씨의 매니저 역할을 했던 친형수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앞서 ㄴ씨는 지난 6월 황씨가 ‘여러 여성과 애인 관계인 것처럼 행동하고 성관계를 맺은 뒤 관계 정립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가스라이팅했다’고 주장하며, 황씨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유포한 바 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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