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자활현황과 대책
상담치료·단순직업교육 대부분…중도포기·업소 U턴
“자신감·실력 키워줘야”…W-ing 대학방식교육 ‘주목’
상담치료·단순직업교육 대부분…중도포기·업소 U턴
“자신감·실력 키워줘야”…W-ing 대학방식교육 ‘주목’
"먹여주고 재워주는 건 자활지원이 아니라 동정이죠. 진짜 필요한 건 삶에 대한 자신감과 실력을 키워주는 겁니다"
서울에 있는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 `W-ing'(옛 은성원)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은 마치 대학생이 된 느낌이다.
자활을 위한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하루 일과 등 모든 생활이 대학처럼 짜여져 있다.
베이식, 비전, 자기경영, 창업 코칭, 인문학 등 5가지 과정으로 구성된 커리큘럼에는 영어회화ㆍ여성학ㆍ 철학 등 필수과목과 수영ㆍ자원봉사ㆍ취업 인턴십 등 선택과목이 있어 각자 시간표를 짜서 수강신청을 한다.
쪽지시험을 보거나 책을 읽고 서평을 제출하는 등 수업 방식도 대학과 똑같다.
취업졸업은 87학점, 창업졸업은 105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한 학기에 3개월씩 6학기를 마쳐야 `졸업'이 가능하다. 일주일에 세번 영어회화를 공부하며 일주일에 한번씩은 철학 강의도 듣는다. 성격 검사와 워크숍을 통해 어떻게 남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도 자연스레 터득한다. 이런 실험적인 노력은 놀라운 성과로 나타났다. 새 커리큘럼을 채택하기 전에는 시설에 들어온 지 석달도 채 안돼 퇴소하는 여성이 70%나 됐지만 이제는 중도 하차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교육을 토대로 피부관리, 네일아트, 그래픽디자인, 전산, 세무회계, 보육교사, 컴퓨터 교육, 영화 분야 등에 대한 본격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진다. `W-ing' 박지영 사무국장은 "보통 지원이라고 하면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진정한 자립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시설 이름을 `W-ing'(Women Initiative, networking, growing)으로 바꾸고 `복지와 인권을 바탕으로 경제적 풍요를 추구하고 주도적인 삶을 만드는 여성공동체'를 표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곳 여성들은 21일 서울 종로의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2006 여성인권 영상제'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영상촬영과 편집, 시나리오 작성 실력을 선보인다. 단순히 카메라 조작 기술을 익히는 게 아니라 주로 뉴스의 대상이 됐던 자신들이 촬영 주체로 나서 한때 방황했던 서울의 밤거리 등을 앵글에 담으면서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W-ing'과 같은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은 서울의 15곳을 포함해 전국에 걸쳐 40곳(6월 말 기준)에 이르고 성매매 피해 상담소 28곳, 성매매업소집결지 자활지원사업소 12곳, 그룹홈 5곳, 외국인쉼터 3곳 등도 있다. 또 경찰청 등에 성매매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를 개소해 117전화를 개통, 시민단체들과 연계해 이들의 인권 보호에 나서고 여성가족부에서 법률, 의료, 창업 지원을 위해 1인당 최대 760만원까지 지원하는 등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확대됐다.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단체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은 "성매매에 유입된 수많은 여성에게 성매매로부터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받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 착취와 폭력으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W-ing'의 새로운 시도와 달리 대다수 성매매여성 지원시설의 자활 프로그램은 여전히 상담치료와 단순한 직업 교육이 전부인 경우가 많고 도중에 자활을 포기하고 업소로 유입되는 여성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지원단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 소장은 "탈 성매매여성을 위한 지원은 아직 초보단계일 뿐 아니라 엄청난 재정이 필요해 반대 의견도 많아 지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스럽다"며 "성매매특별법 성패의 관건은 성매매여성들이 진정으로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취업졸업은 87학점, 창업졸업은 105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한 학기에 3개월씩 6학기를 마쳐야 `졸업'이 가능하다. 일주일에 세번 영어회화를 공부하며 일주일에 한번씩은 철학 강의도 듣는다. 성격 검사와 워크숍을 통해 어떻게 남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도 자연스레 터득한다. 이런 실험적인 노력은 놀라운 성과로 나타났다. 새 커리큘럼을 채택하기 전에는 시설에 들어온 지 석달도 채 안돼 퇴소하는 여성이 70%나 됐지만 이제는 중도 하차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교육을 토대로 피부관리, 네일아트, 그래픽디자인, 전산, 세무회계, 보육교사, 컴퓨터 교육, 영화 분야 등에 대한 본격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진다. `W-ing' 박지영 사무국장은 "보통 지원이라고 하면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진정한 자립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시설 이름을 `W-ing'(Women Initiative, networking, growing)으로 바꾸고 `복지와 인권을 바탕으로 경제적 풍요를 추구하고 주도적인 삶을 만드는 여성공동체'를 표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곳 여성들은 21일 서울 종로의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2006 여성인권 영상제'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영상촬영과 편집, 시나리오 작성 실력을 선보인다. 단순히 카메라 조작 기술을 익히는 게 아니라 주로 뉴스의 대상이 됐던 자신들이 촬영 주체로 나서 한때 방황했던 서울의 밤거리 등을 앵글에 담으면서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W-ing'과 같은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은 서울의 15곳을 포함해 전국에 걸쳐 40곳(6월 말 기준)에 이르고 성매매 피해 상담소 28곳, 성매매업소집결지 자활지원사업소 12곳, 그룹홈 5곳, 외국인쉼터 3곳 등도 있다. 또 경찰청 등에 성매매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를 개소해 117전화를 개통, 시민단체들과 연계해 이들의 인권 보호에 나서고 여성가족부에서 법률, 의료, 창업 지원을 위해 1인당 최대 760만원까지 지원하는 등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확대됐다.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단체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은 "성매매에 유입된 수많은 여성에게 성매매로부터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받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 착취와 폭력으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W-ing'의 새로운 시도와 달리 대다수 성매매여성 지원시설의 자활 프로그램은 여전히 상담치료와 단순한 직업 교육이 전부인 경우가 많고 도중에 자활을 포기하고 업소로 유입되는 여성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지원단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 소장은 "탈 성매매여성을 위한 지원은 아직 초보단계일 뿐 아니라 엄청난 재정이 필요해 반대 의견도 많아 지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스럽다"며 "성매매특별법 성패의 관건은 성매매여성들이 진정으로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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