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여성

[성매매특별법 2년 ④] 성매매여성 “자신감·실력 키워줘야”

등록 2006-09-17 15:54

④자활현황과 대책
상담치료·단순직업교육 대부분…중도포기·업소 U턴
“자신감·실력 키워줘야”…W-ing 대학방식교육 ‘주목’

"먹여주고 재워주는 건 자활지원이 아니라 동정이죠. 진짜 필요한 건 삶에 대한 자신감과 실력을 키워주는 겁니다"

서울에 있는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 `W-ing'(옛 은성원)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은 마치 대학생이 된 느낌이다.

자활을 위한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하루 일과 등 모든 생활이 대학처럼 짜여져 있다.

베이식, 비전, 자기경영, 창업 코칭, 인문학 등 5가지 과정으로 구성된 커리큘럼에는 영어회화ㆍ여성학ㆍ 철학 등 필수과목과 수영ㆍ자원봉사ㆍ취업 인턴십 등 선택과목이 있어 각자 시간표를 짜서 수강신청을 한다.

쪽지시험을 보거나 책을 읽고 서평을 제출하는 등 수업 방식도 대학과 똑같다.


취업졸업은 87학점, 창업졸업은 105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한 학기에 3개월씩 6학기를 마쳐야 `졸업'이 가능하다.

일주일에 세번 영어회화를 공부하며 일주일에 한번씩은 철학 강의도 듣는다. 성격 검사와 워크숍을 통해 어떻게 남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도 자연스레 터득한다.

이런 실험적인 노력은 놀라운 성과로 나타났다.

새 커리큘럼을 채택하기 전에는 시설에 들어온 지 석달도 채 안돼 퇴소하는 여성이 70%나 됐지만 이제는 중도 하차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교육을 토대로 피부관리, 네일아트, 그래픽디자인, 전산, 세무회계, 보육교사, 컴퓨터 교육, 영화 분야 등에 대한 본격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진다.

`W-ing' 박지영 사무국장은 "보통 지원이라고 하면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진정한 자립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시설 이름을 `W-ing'(Women Initiative, networking, growing)으로 바꾸고 `복지와 인권을 바탕으로 경제적 풍요를 추구하고 주도적인 삶을 만드는 여성공동체'를 표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곳 여성들은 21일 서울 종로의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2006 여성인권 영상제'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영상촬영과 편집, 시나리오 작성 실력을 선보인다.

단순히 카메라 조작 기술을 익히는 게 아니라 주로 뉴스의 대상이 됐던 자신들이 촬영 주체로 나서 한때 방황했던 서울의 밤거리 등을 앵글에 담으면서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W-ing'과 같은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은 서울의 15곳을 포함해 전국에 걸쳐 40곳(6월 말 기준)에 이르고 성매매 피해 상담소 28곳, 성매매업소집결지 자활지원사업소 12곳, 그룹홈 5곳, 외국인쉼터 3곳 등도 있다.

또 경찰청 등에 성매매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를 개소해 117전화를 개통, 시민단체들과 연계해 이들의 인권 보호에 나서고 여성가족부에서 법률, 의료, 창업 지원을 위해 1인당 최대 760만원까지 지원하는 등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확대됐다.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단체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은 "성매매에 유입된 수많은 여성에게 성매매로부터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받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 착취와 폭력으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W-ing'의 새로운 시도와 달리 대다수 성매매여성 지원시설의 자활 프로그램은 여전히 상담치료와 단순한 직업 교육이 전부인 경우가 많고 도중에 자활을 포기하고 업소로 유입되는 여성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지원단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 소장은 "탈 성매매여성을 위한 지원은 아직 초보단계일 뿐 아니라 엄청난 재정이 필요해 반대 의견도 많아 지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스럽다"며 "성매매특별법 성패의 관건은 성매매여성들이 진정으로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한겨레가 필요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