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운동 나선 남윤인순 여연 대표
[한겨레가 만난 사람]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운동 나선 남윤인순 여연 대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운동 나선 남윤인순 여연 대표
새 정부 쪽은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에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여성계는 폭탄을 맞은 분위기다. 많은 여성들에게 여성가족부는 존재 자체가 양성평등 운동의 상징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운동에 나선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50) 대표를 만났다. 국회, 인수위원회 등을 숨가쁘게 뛰어다니게 된 그의 사정으로 인터뷰는 한차례 연기한 끝에 20일 이뤄졌다.
성차별 전반적 해소 아직 먼 길
남녀 사이 소득격차 더 벌어져
성공한 여성들 되레 차별에 둔감
이경숙 인수위장도 특별한 배려 없어
“새정부 견제와 대안모색 시기
힘 합쳐 목소리 낼 수밖에” - 이명박 당선인이 “여성가족부는 여성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라고 말했다. “너무 놀랍다.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을 과연 당선인이 알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여성가족부는 성차별 같은 누적된 문제들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자 만들었다. 여성단체 출신이 장관을 한다는 이야기인가 본데, 새로 만들어진 부처이고 여성정책 전문가가 필요해서 여성단체 사람이나 정치인들이 장관을 했던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여성단체만을 위한 부처는 아니었다. 여성부를 폐지하고자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반감을 조성할 이야기다. 국정책임자로서 할 수 없는 이야기다.” - 여성의 권익이 이제 꽤 신장되었다는 시각도 여성부 폐지론에 담긴 것같다. “공무원이라든가 일부 분야에 여성의 진출이 활발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 성평등이 일반화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건 상징적 수준의 여성진출이다. 그것을 미디어가 성평등이 다 이뤄진 것처럼 비춰 착시현상을 낳은 측면이 있다. 남녀간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 인수위는 여성가족부 폐지 여론이 우세하다고도 설명한다. 여성들한테 물어봐도 그렇다고 주장한다. “인수위 인터넷에 뜬 (일방적) 댓글 외에 제대로 여론조사를 하기나 한 것인가? 설령 그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근거로 해석하는 게 마땅하다. 부처 하나를 세우거나 폐지할 때 언제는 여론만으로 결정했나? 여성가족부는 처음 세울 때부터 반대여론이 많았다.” -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여성이다. “젠더 마인드를 갖고 챙겨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러진 않은 것같다. 여성계가 인수위원장 면담을 요청했는데 만나지 못하고 대신에 이봉화 인수위원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숙명여대 총장으로서 숙대에서 여성학 강의도 폐강했다. 섬세하게 여성의 시각에서 배려하는 게 아니었다. 성공한 여성리더들을 보면 본인들이 특별한 차별을 겪어보지 않아서인지, 여성을 따로 우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거부감이 많다.” - 국회 심의를 앞뒀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여성계 대표들이 지난주 수요일에 손학규 대표를, 이어 유인태 행정자치위원장을 만났다. (그들의) 얘기로는 (개편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며 공청회도 하겠다고 한다. 여성 의원들은 여성가족부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면서도 (통합신당 지도부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을 경우, 그걸 두고 문제제기했다가 국민들에게 안좋게 비칠까 걱정하는 것같다. 그러나 신당은 야당으로서 견제세력 구실을 해줘야 한다.” - 김효석 통합신당 원내대표 발언을 보면 여성부를 지키겠다는 똑부러진 이야기가 없다. “언론에 항상 통일부 이야기만 나온다. 저희와 여성 의원들이 요청해 김 대표도 (뒤늦게) 언급했다고는 한다. 아직 직접 확인은 못해봤다.” - 한나라당은? 여성 국회의원들도 그 쪽은 온도가 다른 것같다. “그 이유가 있을 것같다. 아무래도 집권 초기이며 여당이 됐으니까 비판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아닐까. 본인 소신들도 있을 테고.” - 어쨌든 여성계는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여성계 스스로가 성찰할 대목은 없을지? “늘 허덕허덕 하다 보니까 여성운동이 가고자 하는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하며 젊은 층과 소통할 여력이 못됐다. 세대간의 단절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저희 운동을 드러내는 매체도 자체 웹진 하나 뿐이다. 제대로 소통이 되겠나. 포털사이트 논쟁코너도 가야 하는데 거기에 글 한번 올렸다가는 3백~4백건의 폭탄을 맞으니까 사이버상의 이슈는 피하고 만다. 괴롭고, 피곤하고 힘드니까.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다뤄지는 여성문제를 하나하나 대응해야 하는데 인력이 없어 허덕이고 있다.” - 여성운동 전체가 운동노선의 전환점을 맞은 것 아닌가. 여성계 원로인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지난 10년의 여성운동을 마감하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최근 말했다. (남윤 대표는 이에 1월초 여성단체연합 총회를 통해 정리한 ‘대안사회를 향한 여성연합 비전선언문’ 내용을 죽 설명했다. 지난 2~3년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여성운동의 생활화, 지역화 등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이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사실 대선 전에는 이런 방향으로 운동을 좀더 일상화하는 쪽으로 가려 생각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너무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게 몰아쳐오니까 우리 마음대로 안되겠다. 어떤 부분은 힘을 합쳐서 목소리 낼 부분은 낼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한다.” - 1998년 이래 10년간 여성단체연합의 운동기조는 ‘참여와 비판의 병행’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뜻하나? “그동안 시민운동이 제기한 문제를 정부가 받아들여 실행하는 만큼 시민운동과 정부가 협동하는 것은 당연한 면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견제와 새로운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즉 견제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여성가족부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의 소회가 남다를 것같다. “우리도 여성가족부를 영원히 하자는 건 아니다. 대략 10년 정도만 더 하면, 각 부처에서 알아서 양성평등을 챙기는 공무원이 늘어나리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현 단계에서 없애버리면 돌이키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가 굳이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박창식 정유경 기자 cspcsp@hani.co.kr
남녀 사이 소득격차 더 벌어져
성공한 여성들 되레 차별에 둔감
이경숙 인수위장도 특별한 배려 없어
“새정부 견제와 대안모색 시기
힘 합쳐 목소리 낼 수밖에” - 이명박 당선인이 “여성가족부는 여성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라고 말했다. “너무 놀랍다.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을 과연 당선인이 알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여성가족부는 성차별 같은 누적된 문제들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자 만들었다. 여성단체 출신이 장관을 한다는 이야기인가 본데, 새로 만들어진 부처이고 여성정책 전문가가 필요해서 여성단체 사람이나 정치인들이 장관을 했던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여성단체만을 위한 부처는 아니었다. 여성부를 폐지하고자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반감을 조성할 이야기다. 국정책임자로서 할 수 없는 이야기다.” - 여성의 권익이 이제 꽤 신장되었다는 시각도 여성부 폐지론에 담긴 것같다. “공무원이라든가 일부 분야에 여성의 진출이 활발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 성평등이 일반화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건 상징적 수준의 여성진출이다. 그것을 미디어가 성평등이 다 이뤄진 것처럼 비춰 착시현상을 낳은 측면이 있다. 남녀간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 인수위는 여성가족부 폐지 여론이 우세하다고도 설명한다. 여성들한테 물어봐도 그렇다고 주장한다. “인수위 인터넷에 뜬 (일방적) 댓글 외에 제대로 여론조사를 하기나 한 것인가? 설령 그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근거로 해석하는 게 마땅하다. 부처 하나를 세우거나 폐지할 때 언제는 여론만으로 결정했나? 여성가족부는 처음 세울 때부터 반대여론이 많았다.” -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여성이다. “젠더 마인드를 갖고 챙겨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러진 않은 것같다. 여성계가 인수위원장 면담을 요청했는데 만나지 못하고 대신에 이봉화 인수위원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숙명여대 총장으로서 숙대에서 여성학 강의도 폐강했다. 섬세하게 여성의 시각에서 배려하는 게 아니었다. 성공한 여성리더들을 보면 본인들이 특별한 차별을 겪어보지 않아서인지, 여성을 따로 우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거부감이 많다.” - 국회 심의를 앞뒀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여성계 대표들이 지난주 수요일에 손학규 대표를, 이어 유인태 행정자치위원장을 만났다. (그들의) 얘기로는 (개편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며 공청회도 하겠다고 한다. 여성 의원들은 여성가족부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면서도 (통합신당 지도부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을 경우, 그걸 두고 문제제기했다가 국민들에게 안좋게 비칠까 걱정하는 것같다. 그러나 신당은 야당으로서 견제세력 구실을 해줘야 한다.” - 김효석 통합신당 원내대표 발언을 보면 여성부를 지키겠다는 똑부러진 이야기가 없다. “언론에 항상 통일부 이야기만 나온다. 저희와 여성 의원들이 요청해 김 대표도 (뒤늦게) 언급했다고는 한다. 아직 직접 확인은 못해봤다.” - 한나라당은? 여성 국회의원들도 그 쪽은 온도가 다른 것같다. “그 이유가 있을 것같다. 아무래도 집권 초기이며 여당이 됐으니까 비판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아닐까. 본인 소신들도 있을 테고.” - 어쨌든 여성계는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여성계 스스로가 성찰할 대목은 없을지? “늘 허덕허덕 하다 보니까 여성운동이 가고자 하는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하며 젊은 층과 소통할 여력이 못됐다. 세대간의 단절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저희 운동을 드러내는 매체도 자체 웹진 하나 뿐이다. 제대로 소통이 되겠나. 포털사이트 논쟁코너도 가야 하는데 거기에 글 한번 올렸다가는 3백~4백건의 폭탄을 맞으니까 사이버상의 이슈는 피하고 만다. 괴롭고, 피곤하고 힘드니까.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다뤄지는 여성문제를 하나하나 대응해야 하는데 인력이 없어 허덕이고 있다.” - 여성운동 전체가 운동노선의 전환점을 맞은 것 아닌가. 여성계 원로인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지난 10년의 여성운동을 마감하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최근 말했다. (남윤 대표는 이에 1월초 여성단체연합 총회를 통해 정리한 ‘대안사회를 향한 여성연합 비전선언문’ 내용을 죽 설명했다. 지난 2~3년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여성운동의 생활화, 지역화 등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이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사실 대선 전에는 이런 방향으로 운동을 좀더 일상화하는 쪽으로 가려 생각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너무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게 몰아쳐오니까 우리 마음대로 안되겠다. 어떤 부분은 힘을 합쳐서 목소리 낼 부분은 낼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한다.” - 1998년 이래 10년간 여성단체연합의 운동기조는 ‘참여와 비판의 병행’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뜻하나? “그동안 시민운동이 제기한 문제를 정부가 받아들여 실행하는 만큼 시민운동과 정부가 협동하는 것은 당연한 면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견제와 새로운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즉 견제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여성가족부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의 소회가 남다를 것같다. “우리도 여성가족부를 영원히 하자는 건 아니다. 대략 10년 정도만 더 하면, 각 부처에서 알아서 양성평등을 챙기는 공무원이 늘어나리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현 단계에서 없애버리면 돌이키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가 굳이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박창식 정유경 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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