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여성

상식만 따르면 저절로 30%클럽이 된답니다

등록 2017-03-10 20:48수정 2017-03-13 17:51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이정연
경제에디터석 산업팀 기자 xingxing@hani.co.kr

여전히 부동의 꼴찌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지난 8일은 109돌을 맞은 국제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날을 맞아 여러 나라의 여성이 맞닥뜨리고 있는 성차별 현실을 알리기 위한 각종 조사의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지요. 혹시나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은 없을까’ 하고 이 자료들을 살폈습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도 그중에 하나였습니다. 결과는 앞서 썼듯, 29개 나라 가운데 29위입니다. 이 매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조사 가능한 29개 나라의 유리천장 지수를 내고 있습니다.

여성 노동자의 고위 임원으로의 진출, 여성 기업인의 배출에 앞서 가장 고질적이며 근본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은 성별 임금격차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회원국의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을 얼마나 덜 받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올해 발표에서 한국 여성이 남성보다 덜 받는 임금은 36.7%라고 나왔습니다. 역시 부동의 꼴찌입니다.

이런 수치를 들이밀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회사에서 보면 전혀 안 그렇다. 여성 동료도 월급 똑같이 가져간다. 이 수치가 도대체 맞는 거냐?” 성별 임금격차가 가리키는 현실은 같은 정규직에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월급을 받는 것보다 더 넓은 현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비정규직 노동통계’를 보면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32%가 비정규직인데, 여기에도 성별 차이가 있습니다. 남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6.4%이고 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1%였습니다. 또 많은 임금을 받는 여성 관리자나 임원 비율은 턱없이 낮죠. 조사하는 곳마다 작은 차이가 있지만 국내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 안팎에 불과합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주장하는데 ‘동일 노동’에 접근할 기회조차 적은 것이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8일 오후 3시, 저는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다른 여성 노동자들 여럿이 거리로 뛰쳐나갔습니다. ‘3시, 조기퇴근’ 시위에 동참한 것이죠. 성별 임금격차의 현실을 알리고 항의하기 위해 2천여명의 참가자가 여성의 날 당일 오후 3시 여성 노동자 조기퇴근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조퇴 시위를 하지 못했던 여러 여성 노동자들은 연대의 의미를 담아 ‘#3시 조기퇴근’ 등의 문구를 곳곳에 쓰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 등에 올리며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과연 국내 여성 노동자의 경제적 성차별 현실은 나아질 기미라도 있는 걸까요? 답답한 마음에 찾아 나섰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말이죠. 전혀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8일 소개한 기사에 ‘30% 클럽’의 캠페인을 소개했습니다. 기업 내 여성 임원의 비율을 30%까지 높이자는 캠페인이죠. 유한킴벌리, 샘표, 유니베라, 라이나생명, 풀무원 등이 30% 클럽의 취지에 동감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 가운데 샘표를 들여다봤습니다. 샘표의 이사급 이상 여성 임원 비율은 15%입니다. 올해 뽑은 신입 공개채용 직원 중 여성 비율은 75%죠.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특별한 우호·성차별 시정 정책이 있냐고 샘표 인사팀 김서인 이사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채용·승진·업무 배치에 남성과 여성 구분 개념 자체가 아예 없습니다”라는 게 김 이사의 답변입니다. 이 회사는 서류 면접 때 성별을 기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채용 때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결과가 거의 매해 나오고 있다고 김서인 이사는 덧붙였습니다. 11년째 이 회사의 인사와 채용에 대해 일하고 있는 그는 “뭘 해서 그런 비율이 나오냐고 묻는데, 억지로 뭘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기업의 팀장급 이상 여성 노동자의 비율은 현재 20% 안팎이라고 합니다. 더 높아질 수는 없는 걸까요? “여성 직원 비율이 높아진 게 10년 정도 됐습니다. 그들이 본격적인 팀장급 이상 관리직으로 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더 필요합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관리직에 진입하고 임원이 되기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여성 임원 비율은 50%를 충분히 넘길 것으로 봅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한겨레가 필요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영상] ‘윤 대통령 거부권’에 지친 시민들의 촛불…“광장 민심 외면 말라” 1.

[영상] ‘윤 대통령 거부권’에 지친 시민들의 촛불…“광장 민심 외면 말라”

“민주주의 망가질 것 같아서”…서울 도심 거리 메운 10만 촛불 2.

“민주주의 망가질 것 같아서”…서울 도심 거리 메운 10만 촛불

‘TV 수신료 통합징수법’ 국회 소위 통과에…KBS 직능단체 “환영” 3.

‘TV 수신료 통합징수법’ 국회 소위 통과에…KBS 직능단체 “환영”

음주 측정 거부·이탈 뒤 2주만에 또…만취운전 검사 해임 4.

음주 측정 거부·이탈 뒤 2주만에 또…만취운전 검사 해임

오세훈, 동덕여대 시위에 “기물 파손, 법 위반”…서울시장이 왜? 5.

오세훈, 동덕여대 시위에 “기물 파손, 법 위반”…서울시장이 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