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판매되던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 제품 사진 이정아 기자
김양중 사회정책팀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생리대를 사용해본 적이 없어 사실 이번 ‘친기자’에는 등장하고 싶지 않았지만, 일회용 생리대에 들어 있을지 모를 유해물질에 대해 알지 않겠느냐는 추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등판한 ‘남성 기자’ 김양중입니다. 기자가 된 뒤 보건의료 분야를 취재하면서 그동안 생리대의 안전성 등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출입처 중의 하나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있어 이번 논란에 관여가 됐다는 것부터 말씀드리고 시작하렵니다.
우선 이번 생리대 논란을 차근차근 되짚어보죠. 우선 여성환경연대라는 시민단체가 등장합니다. 1999년에 만들어진 여성 환경운동 단체로, 그동안 여성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각종 유해물질에 대해 폭로하고 경각심을 일으키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립스틱에서 중금속이, 영수증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는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를 쓰면서 겪는 여러 증상과 국외에서의 문제 제기를 종합하다 보니 생리대에 유해한 물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에 연구 의뢰를 했죠. 2017년 주력 환경건강사업도 ‘월경’이었습니다. 연구는 2015년에 생산된 것 중 많이 팔리거나 향이 있는 것 등을 고려해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각각 5개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알려진 대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습니다.
하지만 이 조사는 식약처 등에 문제 제기를 할 예비조사인 탓에 지난 3월 공개토론회에서 업체나 생리대 제품 이름은 드러나지 않게 발표됐고 식약처에도 마찬가지 형태로 보내졌습니다. 마침 식약처도 2014년 미국에서의 생리대 독성 논란 등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생리대에 든 유해물질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아직 다른 나라에서도 관련 기준치가 없는 실정이어서, 식약처가 투명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독성물질이 든 생리대는 퇴출되는 단계를 밟았으면 순리에 따른 문제 해결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유기화합물이 검출된 생리대 가운데 하나로 ‘릴리안 생리대’가 공개되면서 양상은 갑자기 달라집니다. 이 생리대를 쓴 뒤 생리량이 줄었거나 기간이 짧아졌다는 불만이 쏟아졌고,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예비조사에서 유기화합물이 나왔고 여성들이 고통당하고 있으므로 식약처가 릴리안 생리대를 비롯해 모든 생리대의 안전성을 하루빨리 검증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검증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생리대를 사용해야 하는 여성들로서는 릴리안 생리대부터 문제 삼을 수밖에 없었죠. 유기화합물이 실제 위해한지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생리와 관련된 불편한 증상이 생리대 때문인 것으로 믿었습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과 대한의사협회 등은 “아직까지는 생리대에서 나온 유기화합물이 인체 독성 등을 나타내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 등이 충분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여성환경연대의 운영진 가운데 릴리안 생리대를 만드는 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의 임원이 있어 릴리안 생리대가 부각됐다는 주장이 튀어나왔고, 여성환경연대는 해당 임원이 유해성 검출 실험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문제 제기를 했던 시민단체나 검증을 맡아야 하는 식약처, 생리대 제조회사 등이 모두 의심을 받는 상황이 됐고, 앞으로도 시민단체의 예비조사나 식약처의 본조사 등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 식약처가 86종의 독성물질 및 인체 유해 여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므로 하루빨리 이 결과가 나와야 해결의 실마리가 생길 것입니다. 문제는 이번에 논란이 된 10종의 독성물질 조사 결과는 일러야 이달 말에 나올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무턱대고 면 생리대를 빨아 쓰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라, 이번 ‘친기자’의 결론을 내리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대신 이번 논란에서 곱씹어봐야 할 점 한가지를 한 여성 산부인과 전문의의 말로 대신하려 합니다. “생리휴가 등도 마음 놓고 쓰지 못하는 등 여성들이 생리 때문에 겪는 고통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관심과 배려가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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