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10명 중 3명 꼴(27.8%)로 2차 피해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비정규직이거나 규모가 작은 민간사업체 근무자일수록 성희롱 피해 경험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얻어 또 다시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높았다.
3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최근 3년(2015년 8월∼2018년 7월) 동안 전체 응답자의 8.1%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14.2%), 비정규직(9.9%), 저연령층(20대 12.3%, 30대 10.0%)의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성희롱 행위자는 ‘나의 상급자’란 답변이 61.1%로 가장 많았고, 행위자 성별은 대부분 남성(83.6%)이었다. 발생장소는 회식장소(43.7%)와 사무실 안(36.8%) 순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성희롱 피해를 입더라도 ‘참고 넘어간다’(81.6%)고 답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전국 공공기관(400개)와 민간사업체(12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이번 성희롱 실태조사는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다. 이번 조사에선, 상시근로자가 5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30인 이상인 곳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했으며 2차 피해 경험에 대한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7.8%가 2차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는데, 2차 피해 행위자(복수응답)는 ‘나의 동료’(57.1%)인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응답자들은 “공감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의심받거나 참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거나 “부당한 처우를 암시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발언 등으로 성희롱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 “조사과정에서 행위자 편을 들거나 불공정하게 진행했다”는 등 사건 처리과정에서 2차 피해를 경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1차 피해 경험자 가운데 50% 정도가 피해로부터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2차 피해 경험자는 약 70%(복수응답)가 “직장(내 성희롱예방정책, 문화 등)에 대한 실망감을 느꼈다”(46.7%), “근로의욕 저하 등 업무 집중도가 낮아졌다”(35.6%)고 답해 2차 피해로 인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목격하고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61.5%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52.5%),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거 같지 않아서”(31.3%), “대처방법을 몰라서”(14.6%) 순으로 답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2015년도 조사결과(6.4%)에 비해 높아졌는데 이는 미투 운동 이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 민감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차별적인 조직문화 개선과 2차 피해 예방 등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특히 관리직을 대상으로 2차 피해 예방과 사건처리 방법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이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직장에서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고충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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