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여대 학내에 연속으로 붙고 있는 대학교수들의 성차별적 발언 고발 대자보. 서울여대 졸업생 제공.
‘미투’ 운동의 물결 속에서 지난해부터 서울대·성신여대 등 다수 대학에서 성추행과 성희롱 고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여대에서도 최근 대학교수들의 성차별적 발언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세 차례 연속으로 붙어 학교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엔 미투운동 지지 발언을 하고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사회복지학과 ㅈ 교수가 여성 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께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과 학생누리관 등에 붙은 ‘당신은 여성학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대자보에 따르면, ㅈ 교수는 2017년 2학기 전공수업인 사회보장론에서 학생들이 교수의 질문에 대답을 명확히 하지 않자 “쌍년들이 나를 무시하나라고 속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 수업 시간에 “왜 또 너의 오빠한테 카톡 하냐?” “너희들은 가만있어도 오빠가 다 알려주겠지”라고 말했다고 대자보는 전한다. 사회복지학과 졸업생 ㄴ 씨는 “ㅈ 교수는 오빠라는 단어를 여성 비하적인 맥락으로 자주 썼다”며 “졸업생을 포함한 피해 학생들에게 충분히 사과해야 하고, 학교는 교수들의 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ㅈ 교수는 “서울여대에서 4.5점 받아봐야 누가 알아줄 것 같아?” “너희가 죽어라 공부했다면 서울여대를 왔겠어?”라는 학벌 차별적 발언을 하거나 “나는 동성애자랑 친구 안 해. 하지만 그렇다고 걔들을 욕하는 건 아니니까 차별은 아니지 않아?”라고 말했다고 대자보는 문제 삼았다. ㄱ 교수의 ‘공개 사과’ 등을 요구하는 대자보에는 ‘연대한다’는 포스트잇이 여러 장 붙었다.
최근 서울여대 학내에 연속으로 붙고 있는 대학교수들의 성차별적 발언 고발 대자보. 서울여대 졸업생 제공.
ㅈ 교수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표현을 드라마틱하게 하려다 보니 쌍년이나 쌍놈이라는 거친 표현을 썼는데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며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오빠’ ‘동성애’ 발언 관련해서는 “여성을 비하하거나 동성애를 차별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ㅈ 교수는 “학생들이 ‘오빠’라고 부르며 남성에게 의존적인 성향이 있어 자주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맥락으로 썼는데, 짧은 수업 시간에 일방적으로 강연을 하다 보니 맥락이 전달 안 된 것 같다”며 “당시 학생들이 수업 중 문제를 제기했고, 그 이후로는 그런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성애 관련 발언도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그래도 동성애 성향인 사람을 사회에서 배제하거나 차별할 수 있겠느냐는 맥락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학교에서는 교수 두 명의 성차별적 발언이나 폭언들이 공개됐다. 두 교수는 사과문을 게시하거나 이미 수업에서 배제됐다. 학생들이 공개한 o 교수의 발언을 보면 “사진을 찍어서 나체가 보이는 어플이 나온다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o 교수는 강간모의 등 성범죄의 온상이었던 소라넷 계정을 해킹해 판매한 일이나 여성이 접대하는 술집에 다닌 일을 자랑삼아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o 교수가 “이 새끼들” “야“라고 부르며 폭언하거나 “여자들은 복잡해서 속을 알 수가 없어” “여자들은 운전을 더럽게 못 하잖아” 같은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서울여대 쪽은 잇따른 성차별적 발언 고발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향후 대처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ㅈ 교수 관련해서는 학과장을 통해서 사안에 대해 내부 조사 중”이라며 “벌써 세 번째 대자보가 붙은 것이라 교수들이 수업 시간에 하는 부적절한 발언들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