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거나 대화를 저장하는 기능이 없는 ‘랜덤채팅앱’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다. 별도의 신원 인증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랜덤채팅앱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매매와 사기 등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성가족부는 11일부터 안전한 대화서비스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갖추지 않은 랜던채팅앱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 고시한다고 밝혔다. 랜덤채팅앱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명 인증 또는 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회원관리 △대화 저장 기능 △신고 기능 등을 갖춰야 한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분류된 랜던채팅앱은 청소년유해표시(‘19금’)와 함께 별도의 성인인증 절차를 둬 청소년의 이용을 막도록 했다.
나이·성별·닉네임 등 최소한의 정보만 기입하면 이용할 수 있는 랜던채팅앱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등에 활용되어 왔다. 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9년 랜덤채팅앱에서 이뤄진 2230명의 대화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성년자를 상대로 대가를 제공하고 성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등 성적인 목적으로 대화를 하는 경우가 7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 상대방이 미성년자라고 인지한 뒤에도 대화를 지속하는 비율은 61.9%에 달했다.
랜덤채팅앱에서는 대화 내용이 채팅방을 나가는 순간 삭제돼 신고나 수사가 힘들다는 점도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최성유 여가부 청소년정책관은 “이번 고시는 랜덤채팅앱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대화 중 성범죄 유인 등의 피해 발생 시 대화내용을 저장해 신고할 수 있도록 해,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가부의 결정 고시 이후에는 대부분의 랜덤채팅앱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에 따르면, 랜덤채팅앱 534개 중 청소년유해매체물에 해당하는 앱은 469개로 87.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11월30일 기준) 여가부는 11일부터 본격적으로 청소년 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점검에 착수해 위반이 확인된 국내 사업자에 시정을 요구하고, 법 위반을 지속하는 경우 형사고발 조처할 계획이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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