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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특별페이지 ‘낙태죄 폐지’ https://www.hani.co.kr/arti/delete
10월7일 정부는 임신 주수와 사유에 따라 임신중지를 범죄로 규정한 낙태죄 개정안을 내놓았다. 바로 다음날인 10월8일 오후 에스엔에스(SNS)에 하나의 해시태그가 올라왔다. ‘#낙태죄_전면폐지_2000자_엽편_릴레이’. 전혜진 작가가 제안하고, 문녹주 작가가 해시태그를 만든 뒤 지금까지 20명 가까이 되는 작가가 임신중지와 그 권리를 다룬 초단편 소설을 써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와 에스엔에스 개인 계정 등에 올렸다. 같은 주제를 다채롭게 엮어낸 소설들을 작가들의 동의를 얻어 <한겨레> 낙태죄 폐지 특별 페이지에 싣는다.
※ 작품을 원문 그대로 싣습니다.
지들이 뭔데?
오메르타
리테어 의원은 마흔이 넘도록 장가도 못가는 아들 걱정 때문에 회의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때는 그저 마음에 드는 여자 어떻게든 꼬드겨서 몸도장 콱 찍으면 그걸로 됐는데. 요즘 여자들은 순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오냐 오냐 하니까 낙태죄 폐지 얘기까지 나오니, 생명 경시가 아주 하늘을 찌른다. 헌재의 성급한 판단 탓에 올해 안에 법안이 개정되지 않으면 전면 폐지라니 서둘러야 한다.
모두 발언 중인 도그불 의원도 같은 의견이었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솔직히 14주도 깁니다. 수정이 이루어진 순간 생명으로 봐야 합니다. 요즘 여자들은 왜 임신과 출산, 육아의 즐거움을 모르는 건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젓는 그의 볼살이 출렁였다.
라도래브 의원이 탁자를 탁 치며 동의했다.
“맞습니다! 그 22주 얘기 꺼낸 의사는 대체 누굽니까? 의사 자격을 박탈하든지 해야지 원. 자기가 무슨 자격으로 끼어든답니까?”
리테어 의원이 껌을 질겅이던 입을 열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아무나 말을 얹지 못하도록 우리 현명한 분들끼리 확실한 법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기존 법안을 강화할 것을 주장합니다.”
“어떤 혜안이 있으십니까?”
제프숑비리 의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리테어 의원은 불쌍한 아들 생각에 울컥해 격양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임신 기간과 무관하게 낙태는 전면 불법으로 명시하고, 낙태 관련 상담을 한 것 만으로도 의사와 산모 모두 처벌 가능하도록 낙태모의죄 신설을 제창하는 바입니다.”
콜더보리 의원이 환호성을 질렀다.
“낙태모의죄 좋은 의견입니다. 지금 바로 통과시켜서 당장 효력을 가지도록 합시다!”
다른 의원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리테어 의원은 본인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자 뿌듯한 기분으로 아까부터 계속 울리던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들이다.
“그래, 아들아. 경찰서에는 다녀 왔니?”
“아빠, 저 어떡해요? 지금 병원이에요.”
“아니 병원은 왜?”
이번에도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 받았다는 아들에게 임신 공격 작전을 일러준 것은 리테어 의원 자신이었다. 어떻게든 임신을 시키고 낙태죄를 무기로 교제를 이어가서 결혼까지 골인하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왜 병원에 갔다는 건가? 여자친구에게 폭행이라도 당했나?
“오늘 법이 제정됐다면서 저를 입원시켰어요.”
“뭐? 무슨 법?”
“태아의무이식법이랬나? 낙태죄를 고발한 사람한테 포궁을 이식하는 법안이래요. 산모의 의견과 태아의 생명을 둘 다 중시하는 법이라던데요?”
“뭣이 어째? 누가 그 따위 법을?”
“아빠 저 무서워요. 이미 의사 간호사들이 저를 산부라고 부르고 있어요.”
“아니, 네 의견은 듣지도 않고 그런 짓을 한다고?”
리테어 의원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들이 뭔데?”
<끝>
#낙태죄_전면폐지_2000자_엽편_릴레이 참여 작가 오메르타
※ <한겨레>는 작가의 동의를 얻어 작품을 게재합니다. 해당 작품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발췌 및 전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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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 #낙태죄_전면폐지_2000자_엽편_릴레이 셀렉션
https://britg.kr/novel-selection/125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