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랩> 인터뷰 출연한 동아제약 면접자
“차별 없는 일자리 창출 앞장? 뒤따라가기부터”
“성평등 문제? 성차별 문제로 고쳐야”
“차별 없는 일자리 창출 앞장? 뒤따라가기부터”
“성평등 문제? 성차별 문제로 고쳐야”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자가 동아제약의 사과문을 직접 첨삭했다. <슬랩> 영상 갈무리

동아제약 홈페이지 갈무리
동아제약 대표이사 최호진입니다.
동아제약은 2020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면접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성차별에 해당하는 질문을 하고, 사건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통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자행하였으며, 공정성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배반하였기에, 피해자와 여성들께 사과를 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당사는 2020년 11월 16일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면접에서 피해자인 여성 지원자에게만 단독으로 직무와 관계없는 군 가산점 찬반 여부와 군 복무 의지를 묻는 질문을 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는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의 성평등 채용 안내서 기준과 국가인권위원회법 그리고 더 나아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질문이었습니다. 더욱이, 군 가산점은 1999년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사는 위와 같은 질문을 통해 가장 공정해야 할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을 자행하였고, 시간을 내어 면접에 참석하신 피해자께 소외감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였으며, 공정성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배반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차별은 쾌·불쾌의 영역에 속할 수 없음에도 이를 ‘불쾌한 경험’으로 칭하여 여성들의 일상적 차별 경험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해당 질문을 한 사람이 당사의 채용 최종책임자인 인사팀장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조직적 차원의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면접관 한 명의 일탈로 칭하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 사실이 있습니다. 더불어, 사과문을 당사 공식 계정이 아닌 유튜브 댓글로 작성하여 사건의 확산을 막기 위한 시도를 하였고, 언론에 사건과 관계없는 자료를 배포하고 기자에게 당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사를 요청함으로써 사건을 호도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자행하였습니다.
당사는 위 사항을 빠짐없이 전부 인정하며, 피해자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하여, 이러한 문제의 재발 방지 및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아래 일곱 가지를 약속드립니다.
첫째, 채용 성차별 해소를 위해 면접 매뉴얼 제작 및 면접관 교육 시 여성학 교수님께 자문을 구하겠습니다.
둘째, 채용 이후에도 사내 성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사 제도를 점검 및 전면 개편함으로써 배치, 승진, 임금의 평등에 힘쓰겠습니다.
셋째,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기업 문화 컨설팅 업체에 당사를 의뢰하겠습니다.
넷째, 사내 성별 임금 격차에 관한 내용은 전수 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금년까지 모두 동일 노동에 대하여 동일 임금을 지급하겠습니다.
다섯째, 그동안 피해자와 같은 여성들이 능력을 펼칠 기회를 고의적•의도적으로 박탈하였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사과와 책임의 뜻으로 금년까지 여성 임원의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겠습니다.
여섯째, 현재 남녀 동수로 운영 중인 인권 위원회의 여성 비율을 80% 이상으로 늘리겠습니다.
일곱째, 매년 11월 16일을 자체 여성의 날로 지정하고, 여성 임직원들을 위한 행사를 기획 및 진행하겠습니다.
동시에, 당사는 늦게나마 본 사건의 심각성과 중대함을 깨달은 바, 인사팀장에 대한 징계는 기존 보직 해임 및 정직 3개월에서 해고로 변경하며, 징계 사유는 ‘면접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인한 업무 태만, 회사 질서 문란 초래 및 직원 품위 손상’에서 ‘면접 과정에서의 성차별 자행으로 인한 회사 성장 방해’로 변경합니다. 또한, 언론에 사건과 관계없는 자료를 배포함으로써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자행한 홍보팀장을 보직 해임 및 정직 3개월의 징계에 처하겠습니다.
더불어, 당사는 <네고왕2>에서 재구매 가격의 2%를 저소득층 여성에게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재구매 비율이 낮아지고 기부액이 적어진다는 점에서, 당사는 이번 <네고왕2>에서 얻은 수익금 전액과 초기 예측했던 기부 금액을 변동 없이 그대로 기부하겠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내용은 전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정기적으로 게시하여 알리겠습니다.
당사는 가장 공정해야 할 채용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을 자행함으로써 공정성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배반하고, 여성용품 사업을 전개함에도 여성의 삶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여, 이러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반성의 기회를 주신 피해자께 감사의 말씀을 드림과 동시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성평등한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이번 일로 심한 모욕감을 느끼셨을 피해자와 허탈감을 느끼셨을 대한민국 여성들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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