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 ‘톰아저씨 트리하우스’의 ‘벚꽃머리집’.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당신은 지금, 숲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죽을 때 내가 인생을 헛산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싶었기 때문”에 숲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번잡한 도시 한가운데서 재처럼 타들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연의 하루는 매우 평온한 것이며 인간의 게으름을 꾸짖지 않는다” 같은 〈월든〉 속 문장들이 예전과 달리 가슴을 친다면, 지금 숲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 또한 언젠가 숲에 관한 고전이 될 것이다. 주인공 하야카와는 “되는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숲에 들어간다. 그는 주말마다 그를 만나러 오는 도시의 친구들과 숲 속에서 일상을 나눈다. 예컨대 헤드라이트를 켜고 숲길을 걷던 어두운 밤, 발밑을 보며 걷던 세스코가 넘어질 뻔하자 하야카와가 말한다. “숲에는 돌이나 나무뿌리가 있어서 어두울 때는 발밑보다 조금 더 멀리 보면서 가야 해.”
어둠이 무서운 세스코가 “네가 안 보여”라고 말할 때, 하야카와는 “안 보여도 옆에 있다”며 다독인다. 친구들은 도시로 돌아간 뒤, 일상에 찌들 때마다 하야카와와 숲에서 나눈 대화를 떠올린다. 삶의 진리를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하야카와의 말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숲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여행 작가 빌 브라이슨은 자신이 사는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 주의 작은 마을에서 우연히 숲으로 사라지는 길을 발견한다. 그 길이 애팔래치아 산맥과 이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 도전한다. 그때의 경험을 쓴 〈나를 부르는 숲〉에서 그는 “숲은 아름답고 찬란할 뿐 아니라 더 이상 개량의 여지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하다”고 썼다. 그가 말하듯 “거대하면서도 특징 없는, 게다가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살아 있는” 공간에 압도되고 싶다면, 지금 숲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수많은 작가의 글감이 된 숲은 어쩐지 찬란한 철학의 공간처럼 멀게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특히 온갖 ‘집콕’ 문화가 성행한 코로나19 이후에는 한층 더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지난 4월 나온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정책이슈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거주지 인근 숲 이용 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산행 앱 ‘트랭글’의 궤적자료를 분석했더니, 지난해 서울시 안의 숲과 공원 10곳의 이용 비율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견줘 36.7%나 늘었다. 재택 근무 등으로 실내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근처 숲으로 ‘코로나 도피’를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여름 휴가에 ‘숲캉스’를 계획한 이들도 많아졌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22일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매스미디어, SNS 채널, 블로그 등에 올라온 8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비 숲의 검색량 순위가 1369계단, 피크닉·등산 키워드가 각각 360·394 계단 올랐다.
본격적인 등산이나 아웃도어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숲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늘고 있다. 숲놀이터인 유아숲체험원은 전국에 342곳이나 있고, 산책이나 산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많다. 나무 위의 집, 트리하우스는 요즘 예약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완벽하고, 압도적이며, 위로하는 숲이 우리를 부른다.
당신은 지금, 숲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