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와 반려동물 한복
풍류는 바람 ‘풍(風)’자와 물흐를 ‘유(流)자가 합쳐진 단어다. 여름 풍류에는 부채가 제격인데 사은품 플라스틱 부채를 펄럭이거나 목에 휴대용 선풍기를 걸고 있자니 영 멋이 안 난다. 고상한 쥘부채(접이식 부채) 하나 장만하려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공예정원’ 온라인 스토어 또는 국립박물관 문화상품을 다루는 ‘뮤지엄 숍’이 좋다. 겸재 정선의 ‘세검정도’와 조선 후기 문인화가 강세황의 ‘박연폭포’ 부채는 골짜기의 물이 흐르고 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지니 바람과 물이 다 담겼다. 생활한복 브랜드 ‘하플리’의 선암사 호랑이 부채는 민화 속 익살스러운 표정의 호랑이가 굽이굽이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여행한다.
사람만 한복 입으란 법 있나. 반려동물용 의상을 제작하는 ‘깜냥깜냥 하우스’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착용할 수 있는 갓, 익선관, 가채, 족두리, 호건부터 내시가 쓰는 사모관 까지 갖췄다. 동물 식구 수가 많은 집이라면 배역을 나눠 사극도 찍겠다 싶을 정도로 전통 복식과 소품이 다양하다. 간소하게 입는 반려동물용 개량 한복으로 목에 두르는 형태도 있다. ‘마드모아젤리’의 한복 케이프는 혀로 털을 고르는 고양이의 그루밍을 방해하지 않도록 한복의 깃과 동정만 재연했는데도 제법 한복의 꼴을 갖춰서 더 귀엽다
유선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