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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로컬·슬로·에코…코로나가 여행을 바꿨다

등록 2021-07-09 09:45수정 2021-07-09 14:40

여행작가·관계자 3인 방담
“무엇이 옳은 여행인가를 고민”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 필요”
“여행은 살아보고 느끼는 것”
혼행(나 홀로 여행), 생태 여행, 차박, 캠핑 등 코로나 시대 주목받는 여행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혼행(나 홀로 여행), 생태 여행, 차박, 캠핑 등 코로나 시대 주목받는 여행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는 여행 문화도 바꾸고 있다. 언택트 여행, 생태여행, 로컬 여행 등 여행 방법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구 환경과 공동체를 지키는 ‘지속가능한 여행’에 관한 관심도 높다.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여행의 전환점에 선 이때, 우리는 앞으로 어떤 여행을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19 이후 여행은 얼마나 달라질까. 지난 2일 김민철 여행작가(〈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저자), 홍유진 여행작가(〈오늘부터 차박캠핑〉 저자), 음성원 에어비앤비 코리아 미디어정책총괄(〈도시의 재구성〉 저자)과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여행’에 관한 온라인 방담을 진행했다.

가보지 않은 국내 여행지의 발견

―생태관광, 친환경 관광, 로컬 여행 등 최근 주목받는 여행 트렌드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여행 분야에서 가장 많이 변한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홍유진(이하 홍) 국외여행이 어려우니 국내여행을 많이 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맛집과 명소를 찾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해 야외의 자연을 찾아 차박이나 캠핑 등 아웃도어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주말에 몰리던 여행객들이 이제 주중으로 분산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예전에는 아무리 명소라도 주중엔 사람들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나 요즘엔 어딜 가든 사람들이 많다.

반려견과 여행을 다니는 홍유진 작가. 홍유진 제공
반려견과 여행을 다니는 홍유진 작가. 홍유진 제공

음성원(이하 음)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른 여행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원격 근무가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특정 장소에 묶여 있지 않으니 언제든 여행할 수 있는 유연함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여행 기간이 휴가철 등 특정 기간에 집중되기 보다는 여러 기간으로 분산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장기숙박 트렌드도 눈에 띈다. 에어비앤비에서 28일 이상 숙박하는 장기숙박 비율(취소나 변경 전 숙박예약일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2019년 14%에서 2021년 1분기 24%로 늘었다.

김민철(이하 김) 제가 느끼는 변화는,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저도 예전에는 어디 먼 곳에 가야만 근사한 것을 보고 근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주변에서 보석과도 같은 곳을 찾기 시작했다. 더 여유로울 때, 더 한적하게, 더 사람이 없을 때 천천히 가까운 곳을 여행하고 싶다.

저만 해도 하늘길이 막히면서 2020년부터 전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다.

저도 올해만 벌써 전주, 제천, 제주, 공주, 김해 등 국내 다섯 군데를 다녀왔다.

앞으로 국외 관광이 열린다고 해도 국내여행을 하는 지금 여행스타일의 변화가 이어질 것 같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 때문은 아니지만, 국외여행 붐이 지속되다가 국내여행이 굉장히 일반화되는 쪽으로 바뀌었다.

최근 국내여행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공급 자체도 많아지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국내여행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생태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지속가능한 여행상품을 알리는 스타트업도 생기고 있다.

국내 지역의 재발견 등 결국 수요의 변화가 여행 상품 개발 등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 국내여행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할 것 같다. 일례로 차박의 경우 지금은 차박 쓰레기 문제가 생기고 있지만 차차 친환경적인 여행스타일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칠리아의 체팔루. 김민철 제공
시칠리아의 체팔루. 김민철 제공

짐 가벼워지고 로컬 푸드 즐기고

―여행 준비, 여행지 선택, 여행 방식 등 측면에서 나의 여행은 얼마나 달라졌나?

국외여행을 갈 때 남의 집을 빌린 숙소를 알아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녔다. 단, 여행은 최대한 멀리 가려고 했다. 아예 다른 환경으로. 그런데 이제는 ‘가까운 곳, 사람이 없는 곳, 한 번에 다 가려는 욕심도 내려놓고 최대한 천천히’ 여행을 다니려고 한다.

일단, 여행 가방이 가벼워졌다. 바리바리 다 싸 짊어지고 다녔던 여행에서 벗어나 이젠 필요한 것만 준비한다. 현지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건 짐에 담지 않는다. 예전엔 일회용 컵부터 식사재료, 과자류까지 모두 미리 사서 차에 싣고 다니니 짐이 많았다. 최근엔 텀블러, 세면도구, 손수건 정도만 있으면 전국 어디든 떠난다.

숙소가 마음에 들면 그곳으로 여행을 간다. 예전에는 여행지와 볼거리를 먼저 찾고, 그다음에 그 지역의 숙소를 찾아보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목적지가 숙소가 된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걸 선호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듣는 게 너무 좋다. 현지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어 좋다. 그래야 진짜 현지 사람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다.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쯤 그 지역의 주민처럼 보이는 것이 내 여행의 목표였다. 요즘에는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제주도 한달살기가 유행했는데 요즘은 다른 지역에서도 오래 머물 수 있는 달방(달마다 돈을 내고 투숙하는 방)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산토리니의 석양. 음성원 제공
산토리니의 석양. 음성원 제공

지구를 지키는 무해한 여행을 고민하다

―여행 분야에서 ‘지속가능’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대두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를 돕고 환경을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서는 여행지의 환경을 지키는 것과 현지인의 일상을 지켜주는 것, 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 것 같다. 이를 위해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일례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여행지에서는 로컬 식당을 이용하기 등 현지인의 일상을 지켜주면서도 현지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려고 해도 어려울 때가 있다. 현지인과 여행객이 이런 걸 자연스럽게 묻고 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다. 요즘에는 현지에서 살아보는 것처럼 머무는 여행을 하며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현지 주민들이 대중교통이라든가 따릉이 같은 자전거 이용법 알려주고, 손님은 자기 집처럼 사용하면서 물이나 전기를 아끼는 식으로 말이다.

탄소 배출 줄이기 등 지구를 위해 좀 덜 해로운 방식으로 여행하는 방식을 고민하게 된다. ‘무엇이 옳은 여행인가’라는 감각이 생기는 것 같다. 그동안 짧은 거리인데도 비행기를 타는 쉬운 여행을 했다면 이제는 이동 거리를 줄이고, 이동했다면 그곳에서 오래 머물면서 여행을 할 것 같다.

여행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를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

소비자들이 기업에 계속 요구를 한다. 착한 제품을 만들어라, 착한 방식으로 유통하라고.

윤리적 소비 움직임은 그전에도 있었지만 코로나가 그 움직임의 부스터(자극제) 역할을 한 것 같다. 그것의 기저에는 지구에서 모두가 상생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여행 분야에서도 앞으로 계속 이어갈 상생의 움직임이 될 듯하다.

코로나 사라지면 가고 싶은 여행지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여행자들은 어디에 제일 먼저 가고 싶을까. 김민철 여행작가, 홍유진 여행작가와 음성원 에어비앤비 코리아 미디어정책총괄이 ‘내 마음속 최고의 여행지’를 소개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장 좋아했던 도시부터 차례차례 가고 싶어요. 첫 행선지는 포르투갈 리스본. 예전에 리스본에 9일 정도 있다가 이제 움직여야지 결심한 순간 그동안 봐온 모습과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만났어요. 그래서 며칠 더 머물렀어요. 그곳이 무사한지 확인을 한 뒤, 다시 그곳에서 여행자의 마음을 챙겨서 다음 여행지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김민철 여행작가)

“아이슬란드에 다시 가고 싶어요. 그곳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하지만 장거리 비행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아지니 걱정되네요. (웃음) 그래서 일단 가까운 일본 홋카이도를 다녀오려고요. 홋카이도는 다채로운 자연의 보고예요.” (홍유진 여행작가)

“얼마 전에 일주일 동안 제주도에 머물렀는데요. 동네마다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때 먹었던 고등어회도 자꾸 생각나고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여전히 제주도를 찾을 것 같아요.” (음성원 에어비앤비 코리아 미디어정책총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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