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이면 충분했다. 장거리 여행 식사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기내식을 먹을 때까지. 전자레인지에서 3분이면 조리가 끝나는 가정용 기내식 도시락 얘기다.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막힌 지금, 집으로 배달되는 간편식이나 밀키트로도 여행의 기분을 낼 수 있다.
지난 14일, 항공사 진에어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지니스토어에서 가정식 기내식인 ‘지니 더 키친 리얼’을 주문했다. 캐슈너트 치킨과 취나물밥, 스테이크를 골랐다. 이틀 만에 도착한 기내식은 항공사를 상징하는 연두색 종이 상자에 담겨 있었다. 상자를 여니 비행기 티켓을 본뜬 종이에 조리법이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아래 두 줄로 나란히 놓인 음식들. 메인 메뉴, 모닝빵과 버터, 샐러드와 디저트까지, 옹기종기 담긴 이 음식들이 왜 이토록 그리웠을까.
파크 하얏트 서울의 투고 메뉴. 파크 하얏트 서울 제공
짜고, 달고, 자극적인데다 레인지로 데워 금세 식기까지 하는 음식들은 육지에서도 특별히 맛있진 않았다. 하지만 기내식 패키지 자체가 주는 묘한 여행의 향수가 있다. 좁은 기내에서 고칼로리 음식을 먹고 옴짝달싹 못 하는 데도 설레는 그 기분, 부른 배를 두드리며 노곤하게 잠드는 고단함 등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많은 이들이 비슷한 심정이었는지, 진에어에서 지난해 12월 판매를 시작한 이 가정용 기내식은 판매 첫달에 4분에 1개꼴로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캐슈너트 치킨, 크림파스타, 굴라시 등 세가지 메뉴에서 시작한 상품은 현재 스테이크, 인도 커리, 무알코올 와인과 세트 상품 등 종류를 늘렸다.
비행만 집에서 하나 호캉스 또한 집에서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특급 호텔들이 줄지어 내놓은 ‘투고 메뉴’를 눈여겨보자. 파크 하얏트 서울은 이탈리안, 모던 한식, 일식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를 드라이브스루 형식으로 판매한다. 파크 하얏트 관계자에 따르면 “9천원~4만원대로 식당을 이용할 때보다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호텔 셰프의 음식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한다. 롯데호텔 서울 또한 한식, 채식 등 도시락 메뉴부터 파인 다이닝 코스 메뉴까지 드라이브스루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코스 메뉴의 경우 음식별로 가격이 따로 매겨져 있어 본인의 취향에 맞게 코스를 구성할 수 있고, 페어링 할 와인 또한 시중 가격에 살 수 있다.
이국적인 맛으로 인기가 많은 팟타이 밀키트. 마켓컬리 제공
식품 온라인몰 마켓컬리에 따르면 해외 미식 밀키트 제품 가운데 올해 상반기 가장 판매량이 높은 제품은 타이의 대표적인 국수 요리인 팟타이라고 한다. 쌀국수와 숙주, 새우, 향신료, 라임 등 재료를 넣고 볶아주기만 하면 된다. 씨제이(CJ) 쿡킷에서 판매하는 베트남 하노이식 분짜(국수를 소스에 담가 먹는 요리), 인도네시아 치킨 나시고렝(볶음밥) 등도 베스트셀러다. 뜨거운 날씨에 느닷없는 소나기까지 동남아 어디쯤인 것 같은 요즘, 특히 생각나는 요리들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