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기름기 많은 한과엔 떫고 강한 차를

임보은 메르시보니 대표 제공

티 페어링

다과는 ‘차와 과자’를 일컫는 말이다. 맛있는 한입 거리를 즐기기 위해 차가 빠질 수 없다. 스테이크를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해 와인 한모금이 필요한 이치다. 차를 즐기기 위해 디저트를 먹는 걸까, 디저트를 먹으려 차를 마시는 걸까? 어느 쪽이든 행복한 고민이다.

한식 디저트라고 해서 꼭 한식 차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엔 너무 많은 차가 존재한다. 카페 나들이가 부담스러운 요즘이지만, 포장이나 배달로 디저트를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소중한 사람들과 집콕 다과회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티소믈리에 임보은 메르시보니 대표에게 디저트 티 페어링에 관해 물었다.

―디저트와 음료를 매치하는 기본은 무엇인가?

다과 페어링은 차와 디저트가 서로 가지지 못한 맛을 보완하면서 양쪽이 살아나는 조화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디저트 맛이 강한데 옅은 차를 택하면 차의 개성이 죽고 물처럼 느껴진다. 이 때문에 음식 맛이 진하면 진할수록 차도 진한 것을 고르고 디저트의 향미가 옅으면 차도 맑은 계열을 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디저트를 어떻게 조리했는가도 참고할 수 있다. 기름에 튀기거나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등, 기본적으로 기름기가 많다고 하면 약간 쓰고 떫고 강한 차들이 좋다.

―집에서 편하게 먹는 녹차와 홍차 티백 중 어떤 것이 한과와 어울릴까?

녹차와 홍차 모두 떫은맛이 있지만 홍차는 발효 과정을 거치며 설탕 같은 단맛이 올라온다. 조청이 들어간 한과나 튀긴 약과는 구수하고 고소한 느낌이 있는 녹차와 어울림이 더 좋다. 다만 꿀이 들어간 과자는 추천하지 않는다. 꿀은 철분 보충에 좋은 식품인데 차의 타닌 성분이 꿀의 철분과 결합해 타닌산철이 되어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 특별히 해롭지는 않아도 득이 되지 않는 조합이다.

―차와 함께해서 의외로 괜찮은 조합은?

얼그레이 홍차는 오렌지과의 과일 향을 갖고 있어서 복숭아와 무척 잘 어울린다. 또 민트차를 토마토와 같이 먹으면 신선한 느낌이 강해지면서 굉장히 맛이 좋다. 보이차는 음식에 곁들이는 게 일반적이고 고기나 베이컨, 햄 종류를 함께 먹으면 마치 훈제된 고기를 먹는 느낌으로 바뀌기도 한다. 로투스 비스코프는 ‘커피 과자’로 불릴 정도로 커피와 함께 내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과자를 보이차랑 같이 드셔도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초콜릿 디저트류는 어떤 음료가 어울리는지 커피를 제외하고 추천한다면?

다크 초콜릿에는 산미가 숨어 있는데 새콤한 히비스커스차는 이를 뒷받침하면서 초콜릿에 들어 있는 설탕의 지나친 단맛을 조금 해소해주는 페어링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아삼 홍차와 밀크 초콜릿을 함께해도 좋다. 홍차나 초콜릿 모두 단독으로 익숙한 맛인데 같이 먹었을 때 풍미를 더 좋게 느낄 수 있다. 유선주 객원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