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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뻔한 명절 음식 지겨워? 셰프들에게 물어봐!

등록 2021-09-16 09:54수정 2021-09-17 10:54

스타 셰프 3인이 말하는 추석 이야기와 요리 비법
‘밍글스’ 강민구 셰프 명절 음식 재활용한 나물메밀쌈
‘솔트2호점’ 홍신애 셰프의 이북 전통 음식 어복쟁반
솥밥 전문가 김희종 셰프의 반건조 생선 솥밥, 한 수는?
차례를 지내고 남은 나물도 근사한 한식 요리가 된다. 미슐랭 2스타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 강민구 셰프의 나물 메밀 쌈.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차례를 지내고 남은 나물도 근사한 한식 요리가 된다. 미슐랭 2스타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 강민구 셰프의 나물 메밀 쌈.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올해 추석도 ‘집콕’을 계획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18살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1박 이상 집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꿀 같은 5일 연휴를 그저 그런 날로 흘려보내긴 아쉽지 않은가. 자고로 기름 냄새 좀 풍기고 배가 좀 두둑해야 명절 기분이 나기도 하니까. 어느 때보다 햇곡식과 햇과일이 그득한 이때, 집 안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명절 기분 나는 근사한 한 상을 차려보자. 다소 뻔한 명절 음식이 지겹다고? 그래서 이번주 이에스시(ESC)는 특별한 레시피를 준비했다. 이른바 ‘셰프의 명절 요리’. 이름난 3명의 셰프에게 명절 요리 비법을 배워보자.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제공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제공

평범한 나물은 가라

〈미쉐린가이드〉 서울편 2스타, 서울 청담동에 있는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밍글스’를 이끄는 강민구 셰프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어릴 적 명절에는 부모님의 고향인 충북 청주를 찾곤 했다. 지난달 31일 밍글스에서 만난 강 셰프에게 명절 음식 중 특별히 생각나는 것을 물으니, 올갱이국과 오징어전이란다. 깨끗한 물에서 사는 다슬기로 끓인 올갱이국이 충청도 지역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라면, 오징어전은 “특별히 충청도 음식인 것 같진 않은데, 집안에서 명절 때마다 해 먹던 음식”이란다. 마른오징어를 물에 불려 살이 쫀득쫀득해지면 밀가루 반죽에 담갔다가 기름에 지긋하게 지져 먹는다. “오징어튀김과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통째로 지져 조각조각 잘라 먹으면 그 맛이 또 특별했죠.” 

차례를 지내고 남은 나물도 근사한 한식 요리가 된다. 미슐랭 2스타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 강민구 셰프의 나물 메밀 쌈.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차례를 지내고 남은 나물도 근사한 한식 요리가 된다. 미슐랭 2스타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 강민구 셰프의 나물 메밀 쌈.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그가 이에스시 독자를 위해 준비한 추석 요리는 나물 메밀 쌈이다. 명절 차례상에 올라가고 남은 나물, 고추장에 비벼 먹는 것도 별미지만 이번엔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무, 고사리, 호박 나물을 준비한다. 이때 무나물은 멸치 육수를 넣고 포근하게 익히고, 호박나물은 새우젓으로 간을 하면 풍미가 더 짙어진다. 고사리는 고유의 향이 있으니 간장 양념으로 간단히 볶자.
메밀가루(없다면 밀가루)에 달걀, 우유를 넣어 크레페처럼 얇게 부친다. 물만 넣고 반죽하는 기존 밀전병보다 부치기 쉽고, 식감이 부드럽다.
동그랗게 부친 메밀전병 위에 나물을 차곡차곡 쌓고 김밥 말듯 동그랗게 싼 뒤 양쪽을 깔끔하게 잘라낸다.
송이버섯, 표고버섯 등 향이 좋은 버섯을 직화에 그을리거나 기름 없는 팬에 볶아 전병 위에 소복하게 올린다.
참기름에 천일염을 섞어 기름장을 만들어 곁들여 먹는다.

난이도 ★★★☆ 메밀전병만 잘 부치면 누구나 가능한 요리!

셰프의 팁 나물 대신 장아찌를 넣어서 상큼하게 만드는 것도 추천. 전병 위에 서양 고급 식재료인 송로버섯(트러플)을 얇게 저며 올리면 미슐랭 식당 요리로 변신.

페어링 멥쌀과 찹쌀로 빚은 전통주인 미담석탄주는 술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 탄식할 정도로 맛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단맛, 신맛, 감칠맛의 균형이 좋다.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누멘(Numen) 퓌메 블랑은 소비뇽 블랑 품종의 내추럴 와인으로 자몽 등 시트러스 계열의 맛이 나 메밀 쌈의 고소한 맛과 깔끔하게 어울린다.

‘솔트2호점’ 홍신애 셰프의 어복쟁반. 신소윤 기자
‘솔트2호점’ 홍신애 셰프의 어복쟁반. 신소윤 기자

한 냄비에 모인 고향의 맛

서울 논현동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솔트2호점’을 운영하는 홍신애 셰프에게 명절은 바쁜 기억밖에 없다. 이번 추석에도 레스토랑 문을 여는데다 갈비찜, 비프웰링턴 등 추석에만 포장 판매하는 요리를 마련하느라 시간을 쪼개 쓰는 요즘이다. 지난 8일 만난 홍 셰프는 어릴 적에는 “너무 요리를 많이 하던 집이라 명절이 제일 싫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면서도 명절 음식 얘기에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평양을 고향으로 둔 부모님과 일가친척들 덕분에 명절이면 녹두전, 만두, 어복쟁반 등을 그득하게 차려 먹곤 했다.

홍 셰프가 제일 좋아하는 명절 음식은 두부전과 동그랑땡. 평범한 명절 음식인데, 특별한 비법이 있냐는 물음에 그는 “갓 부친 두부전은 언제 먹어도 맛있고, 동그랑땡의 비법은 10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라고 설명했다. 동그랑땡을 작게 부치면 부치는 데 손이 훨씬 많이 가지만 베어 물지 않고 한입에 쏙 들어갈 때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맛과 식감이 있다는 것. “그런데 그 동그랑땡을 천개쯤 부쳐야 명절이 끝나곤 했죠.” 뼛속 깊이 각인된 진한 노동의 맛이기도 한 셈이다.

‘솔트 2호점’의 홍신애 셰프. 홍신애 제공
‘솔트 2호점’의 홍신애 셰프. 홍신애 제공

홍 셰프가 명절마다 빠트리지 않고 먹었던 또 하나의 요리는 어복쟁반이다. 언뜻 평양냉면집에서 비싸게 사 먹는 요리 같지만, 고기 육수만 구수하게 만들어두면 남은 명절 음식을 활용해 뚝딱 만들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손맛 좋은 집안의 비법을 전해 들었다.

소고기, 마늘, 파 등을 물에 넣고 수육을 하듯 삶는다. 양지머리, 아롱사태, 앞다리 등 소고기의 여러 부위를 섞어 삶으면 좋고, 취향에 따라 돼지고기나 내장을 삶아도 상관없다.
저민 고기, 만두, 버섯, 파, 양파, 미나리, 부침개와 전 등을 냄비에 깔고, 육수를 넣고 끓인다. 조선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파, 마늘 다진 것, 참기름, 간장, 겨자를 섞어 만든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보글보글 끓이며 먹다가 건더기를 얼추 먹으면, 메밀국수를 넣고 삶아 먹는다. 이때 모자라는 간은 만들어둔 양념장으로 한다.

난이도 ★★★ 남은 명절 음식 처리반치고는 깊고 고급스러운 맛.

셰프의 팁 고기 부위를 2개 이상 섞어 삶으면 식감이나 맛이 좋다. 녹두전을 넣으면 국물에 부드럽게 풀리며 입에 착 붙는다.

페어링 은은한 사과 향이 나는 사과 증류주 추사백 25는 맛이 부드럽고 뒤끝 없이 깔끔하다. 가벼운 버터 향과 시트러스 향이 감도는 웰 본 뀌베 샤르도네도 슴슴하면서도 녹진한 어복쟁반과 잘 어울린다.

김희종 셰프가 반건조 생선 솥밥을 만들고 있다. 신소윤 기자
김희종 셰프가 반건조 생선 솥밥을 만들고 있다. 신소윤 기자

고급스러운 한 그릇, 생선 솥밥

책 <모두의 솥밥>으로 유명한 김희종 셰프는 3년 전까지 서울 이태원에서 제철 요리 식당인 ‘은밀한 식당’을 운영했다. 지금은 여의도의 작은 작업실에서 요리 수업을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그 계절 가장 맛있는 재료를 전국을 뒤져서라도 찾아 쓴다.

지난 6일 만난 김 셰프는 어릴 적 추석을 떠올리면 가오리찜이 생각난다고 한다. “큰집이 충남 논산이었는데, 명절이면 항상 삭히지 않은 가오리무침이 상에 올라왔어요. 특별히 그 지역 음식은 아니었는데 조상님 중에 누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했죠.”

식당을 열기 전 웹디자이너로 십수년간 일한 직장인이었던 그에게 명절의 또 다른 추억을 떠올리라고 하면 여행이다. “명절 6개월 전부터 준비해서 어디로든, 무조건 떠났던” 그때가 이젠 아득하기만 하지만 말이다.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는 꼬박꼬박 차례를 지낸다. 차례상에 올렸던 생선은 살짝 구워서 밥 뜸을 들일 때 올린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민어, 서대, 볼락 등 어느 생선이든 괜찮다.

차례상에 올린다고 공들여 고른 생선을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뒀다가 버린 기억이 있다면, 김 셰프의 반건조 생선 솥밥 레시피에 주목하자. 구운 반건조 생선을 얹어 밥을 하면 밥알에 생선 기름이 배어들어 반들반들 윤기가 나고, 풍미가 고소해 한없이 먹게 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김희종 셰프. 김희종 제공
김희종 셰프. 김희종 제공

쌀은 한시간 불린 뒤 채반에 올려 물기를 뺀다.
찜기에 찌거나 팬에 구웠던 반건조 생선을 들기름 두른 팬에 앞뒤로 살짝만 굽는다.
버섯은 들기름에 볶다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고, 매운맛이 없는 당조고추도 볶는다. 당조고추가 없으면 오이를 소금에 절여 꼭 짠 뒤 들기름에 볶아 쓴다.
솥밥을 하다가 뜸 들이기 전 버섯, 고추, 반건조 생선을 올려 뚜껑을 덮고 3분간 뜸을 들인다.
생선살을 발라 들기름을 한번 둘러 골고루 섞어 먹는다.

김희종 셰프의 반건조 생선 솥밥. 신소윤 기자
김희종 셰프의 반건조 생선 솥밥. 신소윤 기자

난이도 ★★★☆ 솥밥은 불 조절이 관건. 처음엔 센 불,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이고 뜸을 잘 들인다.

셰프의 팁 냄비에 통째로 들어가는 크기의 생선을 써서 여러 부위의 맛이 밥에 골고루 배도록 하자. 볼락처럼 뼈대가 굵은 생선은 가시를 발라 밥을 비비기 좋다.

페어링 죽엽청주, 문배주 등 맑은 청주는 생선 요리의 비린 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기포가 있는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인 펫낫 계열도 청량하게 잘 어울린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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