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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집, 겉모습보다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구조가 우선

등록 2021-11-12 10:59수정 2021-11-12 18:42

질문하는 집
집꾸밈에 현혹 말고 공간 봐야
개방·분리·복층형…장단점 있어
공간 쓰임새 바꾸는 것도 방법
오픈형 원룸. 바람이 가장 잘 통하고 빛이 풍부한 곳에 주방을 배치하고 도로와 떨어진 부분에 침실을 배치했다.
오픈형 원룸. 바람이 가장 잘 통하고 빛이 풍부한 곳에 주방을 배치하고 도로와 떨어진 부분에 침실을 배치했다.

대중의 욕망을 기막히게 알아채 내는 예능은 요즘 ‘먹방’과 ‘쿡방’보다는 ‘집방’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집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점가엔 집 꾸미기와 정리·수납에 관한 책들이 부쩍 눈에 띈다. 장기 불황에 코로나 시국까지 더해져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데 인테리어와 가구 시장은 몇 년째 활황세다.

오픈형? 분리형? 복층형?

인테리어는 집을 선택할 때 큰 변수로 작용한다. 임대인에게 세 잘 나가게 하는 인테리어 비법을 알려주는 강의가 있을 정도다. 신축 빌라나 구옥은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지만, 소위 요즘 잘나가는 스타일로 말끔하게 꾸며진 집의 내부를 보는 순간 다른 요소들은 쉽게 망각하게 된다. 고백하건대 중개사인 나도 인테리어가 먼저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런 경우 한번 사로잡힌 이미지를 떨쳐내는 게 쉽진 않지만 최대한 ‘공간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에 공을 들인다. 집을 볼 때는 가급적 인테리어 감상을 짧게 마치고 ‘공간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다. 집을 보기 전에 먼저 나의 하루 루틴과 그간의 공간 경험을 떠올리며 오픈형/분리형 구조가 적합한지, 단층형/복층형 구조가 적합한지, 어떤 정도의 천장 높이와 면적에서 안정감과 편리함을 느끼는지 등을 점검해 보길 바란다.

노출된 서까래가 매력적인 전용면적 약 30㎡의 원룸. 일반 주택보다 천장고가 높아 집이 더 넓어 보인다.
노출된 서까래가 매력적인 전용면적 약 30㎡의 원룸. 일반 주택보다 천장고가 높아 집이 더 넓어 보인다.

오픈형 구조는 화장실을 제외한 방과 주방 등이 벽이나 문으로 구획되지 않고 개방된 형태를 뜻한다. 재택근무와 수납공간 확보를 위해 분리형 구조를 더욱 선호하는 추세지만 오픈형 구조를 좋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프리랜서로 글을 쓰고 있는 한 작가는 바닥까지 점령한 책 때문에 집에 가면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사할 집을 찾고 있는 그에게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물으니 직사각형 형태의 오픈된 구조의 집을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책을 수납하기 위한 공간을 따로 두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원하는 대로 공간 구획이 가능한 구조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픈형 구조가 주는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그와 잘 어울렸다. 그처럼 자유로운 동선 설정과 트인 공간이 주는 개방감을 원한다면 오픈형 구조에 주목해 보자.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공간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는 낮은 가구나 패브릭을 십분 활용하면 된다.

음식 냄새가 집 안 전체에 퍼지는 게 싫거나, 기능별로 공간을 분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로 분리형 구조를 찾는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서 그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간혹 부동산에서 침실 공간, 휴식 공간, 요리하고 먹는 공간, 씻는 공간을 분리했다는 것에 방점을 두어 홍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집을 구할 때 방의 개수에만 집착하다 보면 낭패를 보기 쉽다. 투룸이라고 해서 시간을 내어 집을 보러 갔는데 방들이 침대 이외에는 아무것도 둘 수 없는 애매한 크기이거나, 옷장이나 수납장을 둘 만한 공간이 없어 두 방 가운데 하나는 옷방으로 쓸 수밖에 없는 ‘웃픈’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 방문 전에 치수가 나온 도면을 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방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 예정인지, 그래서 원하는 가구들이 전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인지 미리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억지로 늘린 방의 개수보다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유로운 방 하나가 더 나을 수 있다.

다락 구조의 집. 다락방 양쪽의 창으로 아늑하고 따뜻한 빛이 들어와 사색을 즐기기 좋다.
다락 구조의 집. 다락방 양쪽의 창으로 아늑하고 따뜻한 빛이 들어와 사색을 즐기기 좋다.

분리형 구조를 찾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복층형 구조에 대한 인기도 재택근무의 수요와 맞물려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단층형 구조에 길들여진 나와 같은 아파트 키즈에게 복층형 구조는 낯선 구조임과 동시에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구조다. 온라인으로 복층형 구조에 살았던 사람들의 후기를 검색해보면 부정적으로 묘사한 글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지레 겁먹고 복층의 로망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집의 컨디션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만족도가 매우 높은 구조가 될 수 있다. 다만 2개 층으로 이루어진 복층과 다락층으로 이루어진 복층을 구분해서 접근했으면 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2개 층으로 이루어진 복층은 상층부와 하층부의 천장고가 동일하거나 비슷하며 연면적에 산입된다. 반면에 다락층으로 이루어진 복층은 상층부의 천장 높이가 낮아 성인이 서서 생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리고 다락층에는 난방과 수도시설 설치가 불가능하다.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집을 보러 가기 전에 복층의 상층부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려 하는지 그림을 그려보고 본인에게 적합한 복층 타입을 결정해두자.

2개 층으로 이루어진 복층은 상층부와 하층부의 천장고가 동일하거나 비슷하며 연면적에 산입된다.
2개 층으로 이루어진 복층은 상층부와 하층부의 천장고가 동일하거나 비슷하며 연면적에 산입된다.

계단과 복도의 풍경도 살피자

이와 함께 심리적인 구조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현관에 들어섰을 때 내가 마주하고 싶은 풍경은 어떤 것인지, 식탁에 앉았을 때 화장실을 마주하게 되진 않는지, 작아도 좋으니 빨래를 건조할 수 있는 외부공간이 있는지, 사는 사람의 신체 비율에 적당한 면적과 높이를 가졌는지, 집으로 향하는 길에 만나게 되는 계단과 복도 공간이 휑뎅그렁하고 살풍경하지는 않은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물리적인 구조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만약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변화를 꾀하고 싶다면 공간의 쓰임새를 새롭게 하는 시도를 해보자. 거실을 방으로, 방을 거실로 사용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조금씩 집의 체질을 바꾸다 보면 의외로 괜찮은 공간 조합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글·사진 전명희(별집 대표)

공용부를 과감하게 오픈하여 빛과 그림자, 바람을 모두 느낄 수 있다. 계단참마다 조경 공간이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한다.
공용부를 과감하게 오픈하여 빛과 그림자, 바람을 모두 느낄 수 있다. 계단참마다 조경 공간이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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