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때가 왔다. 연말연시가 되면 사주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내년 운세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때다. 취미 삼아 명리학 공부를 한 지도 몇 년이 흘렀다. 이럴 때 주변 사람들의 사주를 봐주며 ‘내년엔 무슨 일이 일어난다’, ‘내년엔 이걸 조심해’ 척척 예언을 하고 덕담을 해주면 좋을 텐데. 이 공부를 하면 적어도 내가 내년에 겪을 일이 훤히 내다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명리학을 추명술(운명을 추측하는 기술)이라고도 하니까.
명리학 공부의 기초 단계를 넘어서면 만나는 고민이 있다. 두루 알려진 기본서를 읽고 또 읽고, 강의를 듣고 또 들어도,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가 훤히 보이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오래 한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선생님, 사주의 기본 원리와 구성을 공부해도 정작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길지 잘 모르겠어요. 내년 임인년엔 제가 무슨 일을 겪게 될까요?” “그렇게 척척 풀이가 되면 누구나 사주 상담 하게요? 저도 이 공부를 몇 년 했지만 쉽게 앞으로의 일을 장담하거나 예언하지는 않아요.”
어떤 이의 생년월일시를 듣고 운세를 풀이해주는 것을 사주 통변이라고 한다. 하지만 명리학 이론을 조금 안다고 해서 능수능란하게 통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알파벳과 영단어를 조금 알았다고 해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술술 회화가 되는 것은 아니듯 말이다. 올 한 해 내 명리학 실력은 얼마나 늘었을까. 내년 일기예보를 지난해의 나보다 좀 더 자세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시기엔 조금 흐리겠군, 하는 일이 조금 막힐 수도 있겠어, 이때는 맑고 쾌청하겠네, 하는 일이 술술 풀리겠군, 이 정도로 말이다.
신축년(辛丑年)이 가고 임인년(壬寅年)이 오고 있다. 다가오는 임인년을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도 한다. 10개의 천간 중 임(壬)이란 글자는 음양오행 중 검은색을 띠는 수(水)의 기운이며, 12개의 지지 중 인(寅)이란 글자는 동물 중 호랑이를 뜻하기 때문이다. 인은 음양오행 중에서 목(木) 기운이기도 하다. 그래서 물을 머금고 피어나는 새싹처럼 무언가 시작하기 좋은 기운이다. 망설이다 시작하기 어려웠던 일이 있다면 내년을 활용하면 어떨까.
봄날원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