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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앞으로가 더 난관” 나쁜 사주 풀이, 말하기 어렵도다

등록 2022-06-25 10:00수정 2022-06-25 14:17

발랄한 명리학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10년 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함께 취업 준비를 하다 각자 취직한 이후 연락이 뜸해졌는데 오랜만에 다시 소식이 닿은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안타까웠다. 친구는 1~2년 정도 직장생활을 한 이후로 일거리가 없었다. 공무원 시험을 오래 준비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최근 마음을 붙인 회사에서도 코로나로 소득이 반 토막이 났다. 사주로 진로 상담을 해주면 도움이 되겠냐 물었더니, 반가워하며 그는 생년월일시를 말했다.

친구는 보기 드문, 강력한 ‘토다자’(사주에 토(土)가 많은 사람)였다. 명리학에서는 ‘목화토금수’ 오행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는 팔자를 균형 있는 사주로 여기는데, 친구는 오로지 토로만 사주 대부분의 글자가 채워져 있었다. 하나의 오행으로만 치우친 사주였다. 심지어 세월이 흐르며 10년 간격으로 들어오는 대운도 토와 화(火)로 이어져 있었다. 화는 토를 강화하는 기운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강한 토의 기운을 빼주는 금(金)의 기운이 들어와 조금 다행이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난관이 예상됐다.

‘지금은 힘들어도 앞으로는 좋아진다’, ‘언제부터 운이 핀다’ 같은 말을 듣고 힘을 얻고자 하는 게 사주 상담 아닌가. 하지만 친구에게는 그런 희망을 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나마 지금까지 좋았고 앞으로는 더 힘들다고 말해야 할 상황이었다. 사주 상담을 통해 오히려 친구가 갖고 있던 희망마저 꺾일까 걱정이 됐다. 오은영 박사님의 책 제목이 생각났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미래가 현재보다 더 암울할 경우 사주 상담이 도움이 되긴 하는 걸까. 명리학 공부가 힐링과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온 나도 쉽게 답을 내지 못하겠다.

“내 가능성에 한계를 짓는 것 같달까. 그래서 명리학이 싫어.” 이런 말을 남기고 명리학 공부를 접은 친구가 있다. 오늘따라 그 친구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모든 사람이 다 원만하고 균형 잡힌, 소위 ‘좋은 사주’를 타고날 순 없을 텐데. ‘운명’을 이야기하는 명리학이 모든 사람들에게 힐링과 치유의 수단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2년간 이어온 이 연재를 마친다. 그동안 ‘발랄한 명리학’을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봄날원숭이

※연재를 마칩니다. 필자와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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