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한가해지기 마련이다. 연중 바쁜 업무에서 한 발짝 떨어져 새해를 계획한다. 그런데 이 시기 유난히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명리학 종사자들이다. 여기저기에서 ‘검은 호랑이의 해’라며 임인년 한 해 운세에 대해 말하니, 상담하겠다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질 거다. ‘발랄한 명리학’이란 이름으로 2년 가까이 명리 공부를 한 ‘썰’을 풀다 보니, 나 역시 직접 사주 상담을 여러 차례 받기도 하고 전문가들을 찾아 궁금한 점을 여쭙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고민을 매일 진지하게 들어줘야 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어떤 삶을 살까 문득 궁금했다. 명리학 상담자들은 세상사 온갖 비밀을 다 알 것 같기도 하고, 만사 꿰뚫어보는 힘을 가진 듯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루는 이 일을 전업으로 꽤 오래 한 분께 일하는 것 어떠냐 무턱대고 여쭤보기도 했다.
“사주 여덟 글자 나오는 대로 읽어드리고, 그분들 고민 잘 들어드리면 되는 일이라 그리 어렵지 않아요. 젊은 고객분들이 많은데, 사실 인생을 조금 더 산 내가 보기엔 고만고만한 걱정들이죠. 고객분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한 달에 200만~300만원 버는데 저는 이 일에 만족해요.”
누군가의 고민을 진득이 들어주고 나름 혜안까지 제시해야 하는 사주 상담이 어렵기로 따지면 진짜 어려울 것 같은데, 이분은 갈 때마다 성심성의껏 고객을 대하는 모습에서 프로 정신이 느껴지곤 했다.
이분만은 아니다. ‘명리’를 업으로 삼는 분들은 자부심을 갖고 임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사주명리업 종사자의 삶을 분석한 어느 연구를 보면, 현업자 100명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다. 이 업에 입문하게 된 계기에 관해 이들은 ‘스스로 인생이 궁금해서’(53명), ‘새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서’(22명),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13명), ‘주위의 권유로’(5명), ‘경제적 사유’(2명), ‘기타’(5명)로 답했다. ‘자신의 직업에 만족한다’ 항목에도 ‘매우 그렇다’(40명)와 ‘그렇다’(50명)의 답변이 높았다. 하지만, ‘내 직업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다’ 항목엔 ‘보통’(28명)과 ‘그렇지 않다’(26명), ‘전혀 아니다’(3명) 등 부정 응답률이 절반 이상이었다. (‘한국 사주명리업 종사자들의 사회경제조사 및 발전방향’, 2017년)
조선시대 역사서에도 사주명리업은 하나의 독립된 직업으로 인정되어 기록돼 있다고 한다. 현대에 와 명리학이 비제도권에 머물고는 있지만, 연말·연초 명리학을 통해 누군가를 위로하고 또 위로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봄날원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