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칸티 모스카토, 코노 수르 비시클레타 샤르도네, 몬테스 클래식 샤르도네. 권은중 제공
“형! 무슨 와인 사나요?”
가끔 내 사무실을 찾아오는 후배들이 편의점에서 전화를 해 이렇게 묻곤 한다. 빈손으로 오기는 그렇고 내가 와인을 좋아한다니까 사무실 근처 편의점에 급하게 들른 것이다.
편의점에서 와인을 고르는 건 쉽지 않다. 마트나 와인 전문점에 견주면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특히 레드와인은 화이트와인에 견줘 맛의 변수가 많은데다 더 비싸서 선택이 좀더 까다롭다. 하지만 화이트는 자기에게 맞는 당도와 산도만 기억하면 선택이 어렵지 않다. 화이트가 비용 대비 효용이 큰 이유다.
편의점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이탈리아의 칸티 모스카토였다. 모스카토는 당도가 강하고 도수가 6~8도로 낮아 가볍게 마실 수 있다. 막걸리·청주가 한식과 잘 어울리는 건 당도가 높아 한식 특유의 매콤함과 발효된 맛을 입안에서 씻어주기 때문이다. 모스카토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한식과 중식에 잘 어울린다. 칸티 브라케토도 눈여겨볼 만하다. 브라케토는 내가 이탈리아 유학 시절 가장 많이 마셨던 와인의 하나였다. 핑크빛에 꽃향기로 오감을 자극하는데도 가격은 저렴했다. 그래서 브라케토는 안주 없이 마셔도 근사하다.
칠레의 코노 수르 비시클레타 샤르도네도 괜찮다. 오크 숙성을 하지 않아 전이나 잡채 같은 설날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비시클레타’는 스페인어로 자전거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이런 노력 덕분에 코노 수르는 와이너리로는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 0% 인증을 받았다. 가벼운 가격으로 접할 수 있는 개념 와인이다. 코노 수르는 품종별로 다양한 등급의 와인을 생산하는데다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와린이’들이 와인을 공부하기에 적합하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많이 마시는 편의점 화이트는 칠레의 몬테스 클래식 샤르도네다. 내가 ‘와린이’ 후배들에게 “천사 그려진 몬테스 알파는 알지? 몬테스 가운데 가장 싼 화이트로 사 오면 돼”라고 종종 말해서다. 아무리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몬테스 알파는 알기 때문이다.
‘몬테스 클래식’은 몬테스 알파보다 저렴한 시리즈인데도 맛이 괜찮다. 가격이 1만원대 중반인 이 와인은 우리나라에서 1000만병이나 팔렸다. 이 와인은 사무실 배달 음식의 바이블인 탕수육·깐풍기 등과도 잘 어울린다. 많이 팔린 데는 이유가 있다.(심지어 후배들이 화이트와 구색을 갖추기 위해 함께 사온 몬테스 클래식 레드도 꽤 맛있다.)
머드하우스(뉴질랜드), 켄들잭슨(미국), 돈나푸가타(이탈리아)처럼 내가 좋아하는 화이트도 편의점에서 편리하게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맛도 가성비도 뛰어난 이탈리아 소아베·베르멘티노, 독일 리슬링, 프랑스·호주 소비뇽 블랑 같은 화이트를 편의점에서 찾기는 어려웠다. 가격도 같은 제품의 경우, 마트나 와인 전문점에 견줘 살짝 비싸다.
권은중 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