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인 서울 종로구 행촌동 대성맨션 엘리베이터. 전명희 제공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별집의 문을 두드린다. 일반적인 형태의 부동산은 아니다 보니 별집을 찾는 손님들의 모습도 어딘가 별난 구석이 있다. 남다른 공간 감수성을 지녔으며, 취향이 확고하고, 그리고 있는 집에 대한 상이 명확하다. 연일 뉴스에서 신규 주택 공급과 주택 청약과 같이 새로 지어지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음에도, 집을 사기 위해 별집을 찾는 30~40대 손님들은 오히려 구옥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서울의 집값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을 계속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 신축보다 저렴한 구옥을 매입해 원하는 대로 리모델링한 후 하루빨리 주거 안정을 꾀하는 편을 택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집은 자산 가치의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구축을 리모델링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다가구주택. 전명희 제공
구옥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고는 있으나,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오래된 주택보다 새로 지은 집이 좋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시간의 때가 묻은 공간과 사물을 선호하는 나조차도 한번쯤은 새집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다. 많은 사람이 신축 주택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최신 설비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구옥에서 문제가 되는 단열과 방음, 통풍, 설비, 내진성 등 집의 성능에 대한 걱정을 신축 주택에서는 확실히 덜 하게 된다. 단열과 설비는 주택의 유지비용과도 직결되는데 고장이나 교체에 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축 주택이 먼저 고려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집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인테리어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집의 첫인상이 더욱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건물이 감가상각되기 전이라면 매도 때 더 유리하다는 점도 신축 주택의 장점 중 하나다.
신축인 서울 송파구 송파동 건물 외관. 전명희 제공
이런 신축 주택의 여러 장점에도, 별집 손님들은 어떤 매력에 이끌려 구옥을 찾는 것일까? 신축 주택의 장점 못지않은 구옥의 장점도 한번 살펴보자. 아무래도 구옥은 건물이 노후화되다 보니 주택 가격에서 건물 가격이 차지하는 부분이 비교적 적고, 대지 가격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대지의 평당가가 동일하더라도 신축보다는 구옥의 주택 가격이 더 저렴할 수밖에 없다. 만약 가격이 동일한 경우라면 구옥의 면적이 훨씬 넓다. 그리고 구옥을 신축에 가까운 수준으로 대수선하는 리노베이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는 게 신축 주택을 매수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새집의 경우 건축가에게 의뢰하거나 맞춤 제작한 집이 아니라면, 구조를 변경하거나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게 쉽지 않다. 반면 구옥은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게 구조나 마감재 등을 고쳐 쓰는 것이 신축에 견줘 자유로워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작년에 51년 된 오래된 아파트를 중개한 적이 있는데, 그동안 보아왔던 아파트와 달리 내부 구조가 독특하고, 곳곳에 보물 같은 공간들이 숨어 있었다. 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리모델링이 끝나갈 무렵 현장을 잠시 살펴보니, 크게 변한 구조와 더불어 숨어 있던 공간에 아이디어가 더해져 감각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콘크리트를 이용해 현장에서 맞춤 제작한 아일랜드형 개수대와 붙박이장이 있던 공간을 활용한 개인 서고 등. ‘역시 별집 손님!’이란 멘트가 입안을 맴돌았다. 이처럼 독특한 개성을 잘 살린,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구옥의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다.
구축을 리모델링한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다가구주택 거실. 전명희 제공
또 다른 구옥의 장점은 매물의 상태나 환경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광이나 전망, 냄새, 소음, 건물의 관리 상태, 그리고 외벽이나 옥상 등의 균열과 같은 하자나 기타 특이사항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 어떤 이웃이 살고 있는지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선분양 아파트나 빌라는 계약 당시에 집이 지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모델하우스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모델하우스는 실제보다 넓은 공간감을 주기 위해 일반적인 가구보다 크기가 작은 가구를 진열하는 등 약간의 장치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으니 좀 더 주의하여 살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입지가 좋은 곳은 구옥이 선점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점도 구옥의 장점으로 들 수 있다. 토지는 건물이나 물건과 다르게 물리적 절대량을 증가시킬 수 없다. 이러한 토지의 희소성으로 인해 최근에 지어지는 신축보다는 선택지가 더 넓었던 구옥이 입지 측면에서 더욱 강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리모델링을 통해 구옥의 불편함은 대부분 해소할 수 있으므로, 각자의 입장에서 좋은 입지라 생각되는 곳에 있는 구옥을 한번 검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신축과 구축이 가지는 각각의 장점은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집의 의미를 다시금 정의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자신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나처럼 세월의 흔적이 더해진 바닥재와 삐걱대는 소리가 거슬리기보다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면 당신은 구옥파라 할 수 있다. 집을 사려는 계획은 있는데 신축과 구축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분 혹은 구옥이 나에게 더 맞는 집인 것 같은데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분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구옥이 한번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면 방탄소년단(BTS)이 노래한 ‘내 방을 여행하는 법’의 노랫말을 떠올려보시라! ‘생각은 생각이 바꾸면 돼 (…) 낙관적으로 채워봐.’
글·사진 전명희 별집 대표
구축을 리모델링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아이하우스 친친’. 전명희 제공
새집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인테리어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집의 첫인상이 더욱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서울 동대문구 유일주택 목욕탕. 전명희 제공
구축인 서울 종로구 행촌동 대성맨션 외관. 전명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