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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월급쟁이를 위한 샴페인’의 놀라운 반전

등록 2022-02-17 10:54수정 2022-02-18 16:16

권은중의 화이트
스페인 스파클링 카바, 값 저렴하지만 손색없는 맛
페데리코 파테르니나 카바 브뤼 스페셜 에디션. 권은중 제공
페데리코 파테르니나 카바 브뤼 스페셜 에디션. 권은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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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파클링 와인을 처음 접한 건 미국에서였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대형슈퍼는 온갖 맥주와 와인을 인테리어 장식처럼 한쪽 벽에 가득 쌓아두었다. 난생처음 보는 주류의 향연이었다. 호기심으로 여러 나라의 맥주를 마시다 스파클링 와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국산 저가 스파클링을 주로 마셨다. 그러다 스파클링 세계에 눈을 뜨면서 이탈리아·프랑스 스파클링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스파클링의 매력은 함께 먹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식은 물론이고 한식과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5~6년 전만 해도 스파클링 와인의 구색이 다양하지 않았고 주로 프랑스의 샴페인이 있었다. ‘스파클링 와인=샴페인’이라는 편견 탓이었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하는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의 원조 격이지만 가격은 부담스럽다. 고가의 레드 와인에 견주면 착한 가격이지만 월급쟁이에게는 고민이 됐다. 그렇지만 몇년 전부터 샴페인 외에도 이탈리아 스푸만테나 프로세코, 프랑스의 크레망 등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을 동네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레드 와인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 스파클링은 요긴하다. 그중 스페인의 카바는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스파클링 와인이다.

카바는 발효한 와인을 1병씩 개별 병입해 별도로 기포를 만드는 고전적인 프랑스식 제조 방식을 따른다. 그래서 샴페인처럼 기포가 매끄럽고 산도와 향이 치밀한 편이다. 카바는 모든 과정을 손으로 하고 3년 이상 숙성하는 샴페인과 달리 일부 과정을 기계화하고 숙성기간을 줄여 비용을 낮췄다. 카바가 ‘가난한 자의 샴페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까닭이다.

페데리코 파테르니나는 110년이 넘는 전통의 와이너리다. 이곳은 스페인 북서부 리오하의 템프라니요로 만든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와이너리는 레드와 함께 ‘카바의 심장’으로 불리는 카탈루냐 페네데스에서 카바를 만들어 왔다. 지중해와 접한 페네데스는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처음 포도를 심었다고 전해질 만큼 유서 깊은 지역이다. 이곳 카바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산도와 당도가 높은 토착 품종 덕분이다. 카바는 샴페인처럼 샤르도네나 피노 누아르를 쓰지 않고 샤렐로 같은 토착 품종을 주로 사용한다.

2월 초 와인 번개 모임에 카바 반다 아술(파란 띠란 뜻) 스페셜 에디션을 들고 가보았다. 멤버의 한명이 식전 음식으로 준비한 이탈리아 생햄(프로슈토)과 치즈, 그리고 껍질째 먹는 포도와 조합한 탈리에레(도마란 뜻으로 이탈리아식 모둠 안주를 칭하는 말)와 잘 어울렸다. 토착 품종의 블렌딩으로 산도가 좋고 섬세한 감귤과 꽃향을 느낄 수 있었다. 다 마실 때까지 작은 기포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바디감이 다소 약했지만 식전주로 손색이 없었다.

국외의 와인 누리집을 찾아보니 파테르니나 레세르바 역시 착한 가격이다. 카바를 최소 30개월 이상 숙성시킨 그란 레세르바의 맛도 궁금해졌다. 과연 그란 레세르바가 샴페인만큼 구조감이 좋을지, 구운 토스트나 아몬드 맛이 날지도 궁금했다. 이런 호기심은 끝내 몹쓸 지름신을 불러오지만 카바는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입도 지갑도 즐거운 스파클링이니까.

권은중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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