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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하루 두번 열리는 바닷길 걸어 무인도로

등록 2022-03-11 11:46수정 2022-03-11 11:58

안산 대부도 여행
차로 가는 섬 아닌 섬 대부도
‘해넘이 맛집’ 탄도 바닷길
걷기 좋은 7개의 대부해솔길
밀물과 썰물 다른 풍경 매력
탄도항에서 본 탄도 바닷길의 해넘이 풍경. 허윤희 기자
탄도항에서 본 탄도 바닷길의 해넘이 풍경. 허윤희 기자

경기도 안산은 섬과 바다, 산을 품은 곳이다. 안산의 하와이로 불리는 대부도(대부도·선감도·불도·탄도)와 풍도, 육도 등 유인도 3개와 누에섬, 할미섬 등 무인도 10개가 있다. 그중 가장 큰 섬인 대부도(40.34㎢)는 섬의 풍광뿐 아니라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 해넘이를 볼 수 있어 서울 근교의 여행지로 손꼽힌다. 집콕 생활에 지칠 때 잠시 떠날 수 있는 언택트 여행지로 제격이다.

지난달 27일, 안산 대부도의 탄도항으로 향했다. 탄도항은 최근 에스엔에스(SNS)에서 소문난 ‘일몰 맛집’이다. 높이 100m의 풍력발전기 3기(‘세쌍둥이’로 불린다)와 무인도인 누에섬을 배경으로 특별한 해넘이 순간을 찍기 좋은 장소이기 때문. 하루 두번 열리는 바닷길을 걸을 수 있는 특별한 체험도 할 수 있다.
만조때 누에섬으로 가는 탄도 바닷길이 바닷속으로 잠긴다. 풍력발전기 뒤에 누에섬이 있다. 허윤희 기자
만조때 누에섬으로 가는 탄도 바닷길이 바닷속으로 잠긴다. 풍력발전기 뒤에 누에섬이 있다. 허윤희 기자

7m의 거대한 사람 조형물

이날 고조(만조) 시간인 오후 2시가 지나자 바닷물이 서서히 빠지며 길이 보였다. 탄도항에서 누에섬으로 향하는 길, ‘탄도 바닷길’. 시멘트로 포장된 1㎞의 길이다. 바닷물의 움직임에 따라 탄도 바닷길이 드러나고 감춰진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바다 풍경이 달라지는 곳이다. 이 길을 걷고 싶다면 매일 달라지는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물이 빠진 간조 때 이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물이 들어올 때 섬 쪽으로 가면 고립될 위험이 있다. 대부도닷컴(daebudo.com)이나 바다타임닷컴(badatime.com) 누리집에서 물때 시간을 확인하면 된다.

바닷물이 빠져 드러난 탄도 바닷길을 걸으면 양옆으로 펼쳐진 갯벌을 만날 수 있다. 굴 따기, 조개 캐기 등을 할 수 있는 갯벌 체험장이다. 풍력발전기를 지나 누에섬 쪽으로 20여분 정도 걸으니 7m의 대형 조형물이 보였다. 대나무와 철근으로 만든 사람 모양으로 된 조형물이다. 조형물 옆에는 ‘케이(K)의 초상’(최평곤 작가/2021)이라고 쓴 안내판이 있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초상을 형상화한 것. 안산문화재단이 자연과 예술을 결합한 공공예술프로그램인 ‘경기 에코뮤지엄 탄도 예술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설치한 작품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달 27일까지 진행된다.

바닷길을 걸어 도착한 누에섬. 멀리서 보면 섬 모양이 누에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바위섬인 이곳에도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푸른 소나무와 잡목, 풀이 이 섬의 주인이다. 섬 곳곳에는 여행객들이 남긴 흔적도 볼 수 있었다. 소원을 빌며 쌓은 돌탑이 여럿 보였다.

누에섬은 섬 둘레를 한바퀴 돌아보기에 부담이 없는 곳이다. 면적이 0.4㎢로 작은 섬이라 30분 걸으면 섬 전체를 다 볼 수 있다. 이곳에 가면 섬 정상에 있는 등대 전망대를 들러볼 만하다. 누에섬의 자연환경, 등대·바다와 관련된 각종 그림과 자료, 국내외 등대 모형이 전시돼 있다. 특히 3층 전망대에 가면 대부도, 제부도, 탄도 등 주변의 섬들과 어촌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4층에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돕는 등대가 설치돼 있다. 입장 시간은 물때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입장료는 무료.

탄도 바닷길에 있는 대형 설치 작품. 허윤희 기자
탄도 바닷길에 있는 대형 설치 작품. 허윤희 기자

누에섬에서 본 탄도 바닷길. 허윤희 기자
누에섬에서 본 탄도 바닷길. 허윤희 기자

대부광산 퇴적암층의 구조물과 돌탑. 허윤희 기자
대부광산 퇴적암층의 구조물과 돌탑. 허윤희 기자

대부광산 퇴적암층의 호수. 허윤희 기자
대부광산 퇴적암층의 호수. 허윤희 기자

알려지지 않은 숨은 전망대

탄도항에서 차로 5분 정도 가면 이색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호수와 퇴적암층이 어우러진 ‘대부광산 퇴적암층’(경기도기념물 제194호)이다. 돌을 캐던 채석장이었던 곳으로 1999년에 암석 채취 중 공룡 발자국과 동식물 화석 23개가 발견되었다.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의 일부는 안산어촌민속박물관에 전시돼 있고 보존 상태가 양호한 3개의 화석은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 퇴적암층은 화산이 폭발할 때 퇴적된 입자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공룡이 번성했던 중생대 이후인 7천만년 전후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이곳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채석장 건물로 쓰인 콘크리트 구조물이 덩그러니 남아 있고 주위에는 여행객이 쌓은 돌탑이 보였다. 대부광산 퇴적암층에는 주변을 한바퀴 둘러볼 수 있는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둘레길을 따라 낮은 산을 오르면 멋진 서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산 정상에는 전망대 두곳이 설치됐다. 한쪽에서는 대부광산 퇴적암층의 호수와 거대한 절벽을, 다른 한쪽에서는 드넓은 서해와 풍력발전기와 누에섬, 제부도, 전곡항과 어촌마을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숨은 전망대다.

좀 더 안산 대부도의 숨은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대부해솔길’을 걷기를 추천한다. 대부해솔길은 총 7개 코스로, 길이는 74㎞다. 구봉도, 대부남동, 선감도, 탄도항을 거쳐 대송단지까지 연결돼 있다. 해안선을 따라 대부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으며 코스별로 소나무길, 염전길, 석양길, 바닷길, 갯벌길, 갈대길, 포도밭길, 시골길 등이 있다. 그중 개미허리 아치교와 낙조전망대, 종현어촌체험관광마을의 볼거리와 체험을 할 수 있는 1코스는 경치가 좋기로 유명하다. 북망산과 구봉도를 휘돌아 개미허리 아치교를 거쳐 낙조전망대로 이어지는 코스다.

안수영 안산시 문화관광해설사는 “대부해솔길은 산, 바다, 마을 등 코스마다 풍경이 다르다. 어촌마을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흘곶마을회관에서 시작하는 4코스를 추천하고, 신비로운 풍경을 좋아하는 분들은 대부광산 퇴적암층이 포함된 6코스를 걸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봉도와 고깔섬을 이어주는 개미허리 아치교. 허윤희 기자
구봉도와 고깔섬을 이어주는 개미허리 아치교. 허윤희 기자

대부도의 해물 칼국수. 허윤희 기자
대부도의 해물 칼국수. 허윤희 기자

대부해솔길 1코스에 있는 낙조전망대는 해넘이 명소이다. 허윤희 기자
대부해솔길 1코스에 있는 낙조전망대는 해넘이 명소이다. 허윤희 기자

석양을 가슴에 담는 곳​

대부해솔길 1코스를 걷기 위해 북망산(101.7m)으로 향했다. 구봉도에 있는 작은 산이다. 시작점인 대부도 관광안내소에서 종점인 돈지섬안길까지 길이는 11.3㎞로, 걸어서 3시간이 걸린다. 1코스의 중간에 있는 북망산에서 시작하는 길은 바다 풍경을 보고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산책 코스다. 북망산에는 바닷바람을 맞고 무성하게 자란 소나무들이 많았다. 산길을 가는 여행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나무에 걸어둔 ‘대부해솔길 1코스’ 리본이 눈에 띄었다.

산길을 따라 50여분 정도 가니 개미허리 아치교가 나타났다. 구봉도와 무인도 고깔섬을 이어주는 다리다. 이 다리 덕분에 바닷물이 들어와도 고깔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진 시간에는 다리 아래로 내려가 자갈 해변을 걸을 수 있다.

개미허리 아치교를 건너 10분 정도 걸으면 낙조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서해의 해넘이와 인천대교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 중앙에는 일몰과 노을빛을 형상화한 ‘석양을 가슴에 담다’라는 구조물이 있다. 동그란 띠와 석양 모양의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대부도 최고의 포토존으로 손꼽힌다.

​ 낙조전망대를 보고 돌아가는 길엔 산길이 아닌 해안길을 걷길 추천한다. 보통은 산길을 걸어 낙조전망대까지 갔다가 바다 석양을 감상하고 해안길을 통해 돌아오는 코스를 밟는다. 단, 바닷물이 빠져야 낙조전망대 아래 해안길을 걸어갈 수 있다. 물때가 맞아 해안길을 걷는다면 가까이서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의 윤슬을 보고, 갈매기와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 만든 예술품을 감상하는 맛도 있다. 구봉이 선돌이라 불리는 ‘할매바위’와 ‘할아배바위’를 해안길에서 볼 수 있다. 할머니가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바위가 되고,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도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 바위에서도 멋진 해넘이 풍경이 펼쳐진다.

대부해솔길 1코스 해안길에서 볼 수 있는 할매 바위와 할아배 바위. 허윤희 기자
대부해솔길 1코스 해안길에서 볼 수 있는 할매 바위와 할아배 바위. 허윤희 기자

안산 대부도 여행 정보

교통 서울에서 대부도까지 자가용으로 약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서해안고속도로의 경우 비봉나들목에서 빠져나와 남양, 사강 등을 거쳐 대부도에 진입하면 된다. 제3경인고속도로의 경우 정왕나들목에서 시화방조제 방면으로 가면 대부도로 갈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4호선 안산역이나 오이도역에서 탄도 방면 123번 버스를 타고 방아머리 선착장, 탄도항(종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먹거리 안산 대부도의 대표 먹거리는 바지락칼국수와 해물칼국수. 기름진 대부도 갯벌에서 잡은 싱싱한 바지락을 넣어 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바지락칼국수는 대부도가 육지로 연결되기 전에 염전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었는데 그 맛과 전통이 이어져오면서 지금의 유명한 지역 음식이 된 것. 대부도에는 칼국수 전문점이 많은데 그중에서 북동삼거리손칼국수(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1273/바지락칼국수 1만원), 우리밀칼국수(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1361/우리밀바지락칼국수 9천원), 포도밭할머니손칼국수(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1394/통바지락칼국수 9천원) 등이 유명하다.

주변 가볼 만한 곳 대부도에는 바다가 보이는 수목원이 있다. 바다향기수목원(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399/031-8008-6795). 총면적은 101만㎡(30만평)에 이르며, 해안식물 등 1천여종류가 있다. 누에섬, 제부도, 큰햄섬 등 서해안 경관을 전망할 수 있는 ‘상상전망돼’와 생태연못인 바다너울원, 암석원 등 특색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무료. 탄도항 근처에는 어민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안산어촌민속박물관(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7/032-886-0126)이 있다. 대부도 섬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전시물, 갯벌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 등을 볼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성인 입장료는 2천원.

(*코로나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취재·작성한 기사입니다.)

대부도/글·사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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