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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발톱이 빠져도 묘하게 뿌듯해요”

등록 2022-03-24 09:59수정 2022-03-24 10:50

동네 풋살 팀 선수 김지윤씨
지난해 10월 풋살 경기를 끝낸 뒤 김지윤씨(가운데)와 친구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지윤 제공
지난해 10월 풋살 경기를 끝낸 뒤 김지윤씨(가운데)와 친구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지윤 제공

김지윤(38)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기자는 지난해 7월부터 동네 풋살 팀에서 뛰고 있다. 평택 ‘오닝 에프에스(FS)’ 팀, 등 번호 13번이다. 풋살은 ‘미니 축구’에 가깝다. 선수 5명이 가로 20m, 세로 40m 경기장에서 축구공보다는 작고 묵직한 지름 20㎝ 공을 찬다.

두달 전 그는 경기하다 발을 땅에 찍어 발톱이 빠졌다. “묘하게 뿌듯하더라고요. 영광의 상처처럼요. 우리 팀을 위해서 공을 걷어내다 다친 거니까요.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어요. 새롭게 몸을 긍정하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청소년 때 해봤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도 축구를 하고 싶었다. “점심시간마다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하는데 끼워주지 않을 거 같더라고요. 여학생 4명, 남학생 2명이랑 우리끼리 수업 끝나고 축구하자고 뜻을 모았는데, 학교 경비 아저씨가 아이들끼리는 위험해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체육 시간엔 우리는 안 시켜주지, 제가 나서서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되니까 좌절감을 느꼈어요. 공교육 안에서 축구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게 아쉬워요.”

지난해 동네 축구 팀을 찾다 인스타그램에서 이제 막 생긴 풋살 팀을 발견했다. 완전 초보라 운동화를 신고 갔다. “못해도 되는 분위기라서 부담 없었어요.” 일주일에 한번 퇴근 뒤 훈련한다. 평일 저녁인데도 출석률이 50% 이상이다. “제가 시작할 땐 회원이 10여명이었는데 최근엔 30명까지 늘었어요. 2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실력도 초보부터 축구선수 출신까지 들쑥날쑥한데 잘하는 사람 위주로 돌아가지 않아요. 서로 ‘잘 뛰었다’ ‘잘 막았다’ 응원하는 분위기예요.”

코로나19 탓에 운동 끝나고 맥주 한잔하지 못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안 나누는데도 골 넣으면 하이파이브 하고 다치면 우르르 몰려가고 이런 시간이 쌓이면서 끈끈해졌어요. 땀 흘리면서 격려를 나누다 보니 정이 쌓이더라고요. 경기를 하면 소리를 많이 지르게 돼요. ‘여기!’ ‘저쪽~’ 이러면서 발산하니까 스트레스가 풀려요.”

골 맛은 중독성이 있었다. “성취감이 엄청 커요. 다시 청소년이 된 것처럼 부모님께 골 넣었다고 자랑해요. 경기 동영상 올라오면 제가 골 넣는 장면을 여러번 돌려 보게 돼요. 여기서 이렇게 받아서 넣었구나. 처음엔 공을 잘 차지도 못했고 숨도 찼는데 이제는 경기에 몰입하게 돼요. 뛰다 보면 어느 순간 경기가 끝나 있어요.”

풋살 팀에서 뛰려면 준비물이 필요하다. 풋살화(축구화와는 다르다), 정강이 보호대, 축구 스타킹 등이다. 지윤씨는 “풋살화는 꼭 신어보고 사라”고 당부했다. 그보다 먼저 팀을 찾아야 한다. ‘쥬시’와 ‘은선’이 만든 누리집(bit.ly/womenfutsal)에서 지역별 여자 풋살 팀, 원데이클래스 등 정보를 참고할 수 있다.

김소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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