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잡지를 열람하고 관련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전문 공간, 종이잡지클럽은 2018년 서울 마포구 양화로에 ‘종이잡지클럽 합정’을, 2021년 제주 산지로에 대교그룹, 제주시 문화도시센터, 제주도 도시재생센터와 협업한 ‘종이잡지클럽 제주×세가방’을 열었다. 서울점엔 400종, 제주엔 200종가량의 잡지들이 비치돼 있다. 이용자들은 3개월 또는 6개월 회원제에 가입하거나 일일권을 끊고 공간을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다. 대기업과 협업도 하는데 지금까지 현대자동차, 하이브 등 다수 브랜드 라이브러리나 사내 라이브러리를 함께 기획·운영해왔다. 지난 2월25일엔 유니클로의 브랜드 매거진 발간에 맞춰 합정에서 토크 세션을 열기도 했다. 김민성 대표는 “올해도 출간 예정인 여러 브랜드 매거진과 협업 활동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21세기에 브랜드는 왜 종이잡지를 만들까?
“영상 또는 디지털미디어의 콘텐츠들은 효과적인 만큼 휘발성도 짙다. 반면 종이가 가진 ‘기록’의 성격과 잡지라는 매체가 가진 ‘축적’의 특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확장되는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담기에 효과적이다.”
―최근 브랜드 매거진의 경향이 있을까?
“예전에는 브랜드 자체를 알리는 데에 모든 활동이 집중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지향하는 지점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자체에는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덜할 수 있으니까. 자연스럽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훨씬 영리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대신 그만큼 자신들의 가치관과 스토리를 잘 만들어가고 있는 브랜드가 유리하다.”
―종이잡지클럽은 어떤 사람들이 주로 찾나?
“우리는 주로 ‘가능성의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전세계에서 쏟아지는 트렌드를 반 발자국 앞서 확인해야 하는 사람들, 가장 명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기업의 실무자들(마케터, 디자이너, 기획자)부터 끊임없이 자신을 날카롭게 갈아야 하는 예술가나 프리랜서 분들도 자주 찾는다.”
―큐레이션(선별)에 기준이 있나?
“큐레이션 기준이 없다는 것이 종이잡지클럽의 기준이다. 오프라인 큐레이션이 빅데이터 알고리즘에 기인한 맞춤형 서비스만큼 개인에게 와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알고리즘으로 제공된 정보는 개인의 관심과 세계를 매우 편협하게 축소하는 역할도 한다고 본다. 작은 공간일수록 중요해지는 건 콘텐츠의 퀄리티 아닐까. 종이잡지클럽은 큰 이슈가 없는 경우, 입고를 요청한 국내외 매거진을 모두 입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매니저는 꾸준히 잡지를 읽으며 훌륭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발견하고 잡지의 역할과 의미를 고민하며 이용자들과 공유한다.”
―수백종의 잡지를 다 읽는다고 들었다. 취향이 있다면?
“취향이라는 단어가 우리 서로를 너무 계급화한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좋은 취향, 나쁜 취향이 있을까? 각자의 삶 속에서 그때 자신에게 맞는 잡지와 책, 음악과 공간이 있을 것이다. 지금 시대에 잡지는 자신이 모르는 세상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자신의 취향을 배제하고 다른 취향을 엿보기에 여전히 효과적인 매체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깊이 좋아하고 파고들기에도 좋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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