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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또 떨어져도…도전하다 보면 언젠간 나도 작가

등록 2022-04-28 09:38수정 2022-04-29 19:15

커버스토리: 웹작가를 꿈꾸다
카카오 브런치·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등 작가 플랫폼 인기
작가 등록 위해 재수·삼수 불사…체계적 글 계획이 ‘합격’ 비결
신선한 소재와 주제 많아 출판계도 관심, “캐지 않은 원석 밭”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올해 2월 카카오 콘텐츠퍼블리싱플랫폼 브런치의 등록 작가 수가 5만명을 넘었다. 2015년 작가 100명으로 시작한 지 8년 만이다.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 작가가 되려면 자기소개, 계획서, 샘플 글 등을 내고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신춘문예가 아니라 브런치 작가가 되려고 재수, 삼수한다. ‘브런치 작가 3차 도전 후기’ ‘브런치 합격 비법’ 등 포털 포스트가 여럿 떠 있다. 그럴 만도 한 게 이제까지 브런치 작가 2900명이 이 플랫폼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4800권 책을 냈다.

누구나 기존 매체에 기고하거나 책을 내지 않고도 글로 돈을 벌 수 있다. 네이버는 2월부터 ‘프리미엄 콘텐츠’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독자가 관심 있는 창작자 글을 구독하는 시스템이다. 무슨 주제를 쓸지, 구독료를 얼마로 할지, 얼마나 자주 올릴지 창작자 마음이다. 구독 서비스를 바탕으로 삼은 ‘작가 소상공인’인 셈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데 망설여진다면, 일단 ‘로그인’부터 해볼 수 있다.

카카오 브런치 앱 갈무리.
카카오 브런치 앱 갈무리.

‘보통’ 사람들의 작가 도전 플랫폼

마케터 김유진(26)씨의 3월 달력에는 날짜마다 엑스(×) 표시가 돼 있다. 글을 쓴 날이다. 리추얼플랫폼인 ‘한달어스’의 ‘브런치 작가 되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매일 썼다. 이 프로그램에서 브런치 합격을 위한 ‘가이드 질문’을 띄워줬다. 당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지속해서 글로 쓸 수 있는 지식이나 경험은 무엇인가? 20여명이 카톡방에 모여 ‘미션 인증’을 올렸다. 유진씨는 3월 말 브런치 작가가 됐다. “매일 글을 쓰며 제 인생을 반추한 느낌이었어요.”

이번이 그의 두번째 도전이다. “작가 심사를 거치니까 글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인 거 같았어요. 블로그에선 검색이 잘 되는 키워드나 이미지를 많이 넣는데 브런치는 글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에스엔에스에 꾸준히 글을 써와서 제가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떨어지니 오히려 브런치에 믿음이 더 생겼어요.”

무엇이 달라져 이번엔 ‘합격’했을까? “예전에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알맞을, 정보성 글을 썼어요. 브런치 글엔 필자의 관점이 드러나야 하는 거 같아요. 일기가 감정의 나열이라면 거기서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끄집어내야 해요. 예전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로 썼는데 지금은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해요.” 그는 계획서에 마케터의 경험과 시선을 강조했고 ‘열음’이란 필명으로 브런치를 시작했다.

그의 구독자는 아직 아무도 없다. 브런치엔 광고가 붙지 않는다. 고료도 없다. 왜 쓸까? “예전부터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글을 쓰면 제 일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영감을 찾을 수 있는 거 같아요. 재밌는 길거리 간판을 보면, 그 간판이 왜 내 시선을 끌었는지, 어떤 부분을 나중에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거죠. 글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요. 느슨한 연대죠.”

퍼블리 앱 갈무리.
퍼블리 앱 갈무리.

목차 만든 게 첫걸음

중학교 사서교사인 최은하(50)씨는 세종사이버대 문예창작과에 다닌다. “학우들이 브런치 작가가 되면 작가님이라고 불러줘요. 한분이 브런치 작가가 된 뒤에 글이 지하철 7호선에 액자로 걸렸는데 정말 부러웠어요. 브런치북프로젝트에 도전해 책도 내보고 싶어요.” 그는 브런치 작가에 두번 떨어졌다. “이것도 쓰고 싶고 저것도 쓰고 싶어서 막 늘어놨던 거 같아요. 일단 꾸준히 쓰면서 준비해보려고 해요.” 그는 글로 “울분을 덜어내고 싶다”고 했다. 도서관 활용 수업 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아는 교사를 만나면 울컥한다. 은하씨를 폭력적으로 대했던 엄마에게도 응어리가 남았다. “글을 쓰면 이런 마음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절 조금은 더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브런치 작가에 두번 도전해본 유진씨와 은하씨가 짐작하는 합격 비결은 ‘공감을 살 만한 자기만의 이야기’와 ‘지속성’이다. 오성진 브런치 파트장도 같은 대답을 했다. “목차와 상세 소개를 적으실수록, 그 계획과 연결된 글을 첨부하실수록 좋아요.” 도전 다섯번 만에 브런치에 합격한 김경욱(34)씨는 처음엔 자신을 대기업 퇴사하고 장사하는 사람으로 두리뭉실 소개했다. 몇차례 낙방 후 스타트업처럼 마트 운영하기를 주제로 잡고 이어질 글의 목차를 써 보내 합격했다. 대기업 퇴사자는 많지만 퇴사 뒤 마트 운영하는 청년은 희소하다. 주제를 잡고 목차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작가 수업이 됐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 자기가 책 표지를 만들고 챕터도 구성해 온라인에서 ‘브런치북’을 만들어볼 수 있다. 브런치에서 완독률 등 독자 데이터를 제공한다. 출판사 10곳과 카카오가 손잡고 9차례 벌인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수상한 260개 ‘브런치북’은 실제 책이 됐다. 베스트셀러 <젊은 ADHD의 슬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등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강이슬 작가의 <안 느끼한 산문집> 등을 펴낸 권미경 웨일북 대표는 “독자들이 원하는 이야기와 주제가 워낙 다양해졌다”며 “브런치는 기존 작가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신선한 소재와 주제가 있는, 캐지 않은 원석 밭”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갈무리.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갈무리.

글을 파는 소상공인들

지난해 5월부터 베타서비스를 거쳐 올해 2월 정식 론칭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는 일종의 글 스마트스토어다. 자기 콘텐츠가 있으면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누구나 가입하여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지만, 서비스 초기인 만큼 최소화의 레퍼런스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처럼 플랫폼을 제공하고 돈을 지불하고 볼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건 창작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의 플랫폼 통합 수수료는 약 10%인데 현재 한시적으로 3~4%로 할인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322개 채널이 운영 중이고 90% 이상은 개인 창작자 캐릿, 미스터동 같은 뉴미디어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이 플랫폼에선 특히 재테크, 자기개발 카테고리가 인기다.

<엄마의 20년> 등 책 13권을 쓴 오소희(50) 작가는 ‘그 언니의 방’이란 채널을 운영하며 30~40대 여성들이 품은 상처와 치유 과정을 연재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번 글을 올리고 한달 구독료는 “커피 한잔 수준”인 5천원으로 정했다. 구독자는 600여명이다. “책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걸 체험했어요. 온라인에선 시차 없이 독자를 만날 수 있잖아요. 브런치는 저같이 글이 밥벌이를 포함한 일인 사람에겐 맞지 않는 공간이었어요. ‘프리미엄 콘텐츠’를 시작하기 전에는 ‘목요일의 오소희’라는 스마트스토어를 열어 매주 피디에프(PDF) 파일로 전송했어요. 받은 사람이 다른 데 뿌릴 수 있는데다 메일 전송 오류 등 여러 문제가 생겼어요.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그런 고민은 해결했죠.”

연재는 잔인하다. 계속 콘텐츠를 퍼낼 ‘우물’이 있어야 한다. 그에게 그 ‘우물’은 온라인 ‘언니공동체’ 속 ‘나만의 글쓰기’ 모임이다. “공동체 활동에서 콘텐츠를 얻고 이를 독자와 나누는 선순환을 만들었어요.”

연재가 부담스럽고 직장 생활에서 얻은 실전 팁을 나누고 싶다면 구독 서비스 ‘퍼블리’의 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 구독자가 7만여명인 ‘퍼블리’에선 마케팅 관련 콘텐츠들이 특히 강세다. 유료 멤버십 수익을 조회수 등 ‘열람 점유율’에 따라 매월 정산한다. 카카오나 브런치와 달리 퍼블리 매니저가 기획, 초고를 같이 봐준다. 정다운 매니저는 “엄청난 커리어나 지식을 가지고 있을 필요 없다”며 “과장이 대리에게 알려주는 협업 노하우처럼 일반 직장인들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통찰이면 된다”고 말했다.

김소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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