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34)씨는 대기업 정유회사를 그만두고 전북 군산에서 6년째 ‘우리들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브런치 작가를 다섯번 만에 붙었다. 2018년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당선돼 책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를 펴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이유는?
“더 양질의 글이 모이는 거 같아 거기 쓰고 싶었어요. 제가 기찻길 같은 삶에서 벗어난 셈인데 ‘탈선’해도 잘 살 수 있다는 거 보여주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합격 ‘비결’은?
“처음엔 퇴사 관련 글을 썼는데 회사 싫다 말고 뭐가 있겠어요. 자기소개로 장사하고 있다고만 쓰다가 나중엔 마트 한다는 걸 공개했어요. 마트엔 거의 매일 가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들 모르잖아요. 대기업 그만두고 마트 하는 제 또래는 드물고요. ‘회사원 김씨, 마트 삼촌 김씨가 되다’라는 제목을 잡고 목차를 만들었어요. 한 축은 마트 아저씨의 삶에 대한 에세이고, 다른 한 축은 마트를 스타트업처럼 운영하는 경영 관련 전문 내용이었어요. 후자를 넣은 건 사람들이 지식을 찾으려는 목적을 갖고 검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글 잘 쓰는 법처럼요. 네번 떨어지니까 이렇게 되더라고요.”
―브런치 글을 쓴다고 돈을 버는 건 아니었을 텐데.
“조회수가 올라가면 알람이 와요.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구나, 이렇게 살아가는 게 ‘뻘짓’ 하는 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참이슬 한 박스 나를 걸 카스까지 나르게 될 정도로 일에도 흥이 났어요. 군산에 이성당 빵집이 유명해요. 그 사장님을 만나고 싶었는데 못 만났어요. 제가 그 빵집에 대해 공부해서 글을 썼는데 그게 포털 메인에 떴어요. 그랬더니 이성당 쪽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만나자고. 꾸준히 쓰다 보니까 브런치북 대상을 타게 됐어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좋았어요.”
―회사원 김씨 vs 마트 아저씨 김씨, 후회하진 않는지.
“회사를 다녔다면 대한민국 평균 이상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건 분명했는데 제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어요. 고생하더라도 제가 결정하며 제멋대로 살고 싶었어요. 소상공인이 돼 시작부터 온전한 제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중소규모 마트들 감사보고서를 찾아보니 경기 영향을 비교적 덜 받고 꾸준히 돈을 벌더라고요. 쉽지는 않았어요. 군산에 아는 사람도 없고 마트를 해본 적도 없으니까요. 망해도 내 방식대로 망하자고 생각했어요. 스타트업 방식을 전통 산업에 적용해봤어요. 고객에게 세일 문자 보낼 때 시구도 적고, 지역사회에 가까워지는 이벤트들도 벌이고요. 일주일에 하루 쉬기도 쉽지 않지만 이 삶의 방식엔 만족해요.”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온라인에 쓰는 글은 간결하고 핵심을 건드려야 해요. 보통 사람들이 글을 쓸 때 제일 중요한 건 화려한 스킬보다 그 사람의 삶이 얼마나 글에 녹아 있느냐인 거 같아요. 글 써야지 각 잡고 무겁게 생각하면 글감을 찾기 어려운데 뭘 봤고, 내 생각은 이렇다, 이런 게 다 글감이에요. 글을 쓰면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명확해지는 거 같아요. 조각조각 흩어졌던 생각들이 정리가 되고, 어떻게 살까 고민할 때 북극성이 돼줘요.”
김소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