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원도심 골목여행 춘천
약사명동·효자동 등 춘천 원도심
춘천역과 남춘천역서 걷기 좋은 길
명동닭갈비골목 등 8개 상권 형성
망대길 60~70년대 골목 풍경 간직
약사명동·효자동 등 춘천 원도심
춘천역과 남춘천역서 걷기 좋은 길
명동닭갈비골목 등 8개 상권 형성
망대길 60~70년대 골목 풍경 간직
올챙이국숫집 등 노포집과 청년 상인들의 식당이 어우러진 육림고개. 허윤희 기자
청년몰이 들어선 육림고개. 허윤희 기자
원도심에 자리한 8개 상권 춘천 육림고개가 있는 운교동을 비롯한 약사명동, 효자동, 교동, 조양동 일대가 춘천의 원도심이다. 춘천역과 남춘천역에서 사이에 있는 이 지역 안에는 육림고개, 낭만시장, 브라운5번가, 명동닭갈비골목 등 8개 상권이 형성돼 있다. 육림고개를 내려오면 춘천의 대표 전통시장인 낭만시장길로 이어진다. 낭만시장은 조선시대 때부터 읍내 장터였던 곳으로, 1950년대 미군들에 의해 595개의 작은 점포들이 세워지면서 상설시장으로 거듭났다. 한국전쟁은 시장의 풍경을 바꾸어놓았다. 한국전쟁 이후 춘천에 미군 부대가 주둔한 뒤 미군들이 쓰는 물건들이 시장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양키시장’이라고 불렸다. 현재 의류가게 등 3~4곳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낭만시장 5번 게이트가 양키시장 자리였다. 5번 게이트에서 수입상품을 파는 한 가게 주인은 “어머니가 하시던 가게를 이어받아 50년째 이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어머니 때부터 오던 단골분도 있고 40~50대분이 주로 찾아오세요. 손님들에게 수입 신발이 가장 인기가 좋아요.” 가게 주인이 덧붙였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시장을 지키는 오래된 가게도 많다. 50년째 죽림빈대떡 가게를 운영하는 박금숙(80) 사장은 맷돌로 메밀을 갈아 강원도 전통 음식인 메밀전병을 만들고 있다. “중앙시장이 춘천에서 젤 큰 시장이었어요. 예전에는 고무통 하나 놓고 장사를 하는 이들 좌판이 시장에서 육림고개까지 이어졌죠. 홍천, 화천, 양구에서도 올 정도로 손님도 많았는데 산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누가 훔쳐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사람들로 복작거렸죠. 그때보다 시장 건물은 좋아졌는데 사람은 많이 줄고 있어요.”
춘천의 대표 전통시장인 낭만시장. 허윤희 기자
닭갈비와 막국수를 파는 식당이 몰려 있는 명동 닭갈비골목. 허윤희 기자
춘천을 배경으로 찍은 드라마 ‘겨울연가’ 조형물. 허윤희 기자
‘대학생 갈비’라 불리던 닭갈비 낭만시장 옆에는 음식 문화거리인 명동닭갈비골목이 있다. 춘천의 대표 음식으로 유명한 닭갈비와 막국수를 파는 음식점 20여곳이 영업하고 있다. 골목 입구에는 닭 조형물과 그 아래에 골목의 탄생 연도인 ‘1968’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다. 춘천 닭갈비는 1960년대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를 양념에 재운 뒤 갈비처럼 숯불에 구워 먹으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닭고기에 양배추, 양파 등 채소를 넣고 철판에 볶아 먹는 형태로 변화했다. 1970년대 초에는 닭갈비 1대 값이 100원 정도로 저렴한 값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대학생이나 군인들에게 인기가 높았고 이 당시에 닭갈비는 ‘서민 갈비’, ‘대학생 갈비’라고 불렸다. 닭갈비골목이 있는 번화가 명동에서는 추억의 드라마도 만날 수 있다. 2000년대 한류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겨울연가>(2002)의 주인공인 배우 배용준과 최지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드라마 촬영지인 춘천을 방문한 일본, 대만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사진을 찍던 곳이다. 박라화 춘천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춘천역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원도심에 올 수 있어요. 닭갈비골목, 낭만시장, 육림고개 시장이 가까이 있어 함께 볼 수 있어요. 특히 춘천 원도심에는 시장이 많아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춘천 먹거리를 맛볼 수 있을 거예요”라고 이야기했다. ‘춘천일기’의 최 대표도 “소양강이나 남이섬 등 춘천 유명 관광지가 많지만 원도심 여행만의 매력이 있어요. 원도심에 머물고 걸으며 곳곳을 다니면 마치 이곳에서 일상을 사는 듯한 ‘찐’ 로컬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춘천 원도심에 있는 죽림동 성당. 허윤희 기자
망대 골목의 망대로 가는 계단. 허윤희 기자
망대(오른쪽 흰색 건물)가 있는 마을과 건너편에 있는 고층 아파트. 허윤희 기자
벽화 마을인 효자동의 낭만 골목. 허윤희 기자
언덕 위 하얀 등대처럼 춘천 원도심에서는 옛 골목길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도 있다. 약사명동에 있는 망대 골목. 사람 한명만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3층 높이의 흰 건물이 보인다. 언덕 위 등대처럼 보이는 이것이 망대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화재 감시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옛 건축물 중 하나다. 망대가 있는 이곳에서는 주변에 있는 낭만시장, 죽림동 성당 등 원도심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은 1960~70년대에 시장 상인들이 망대 인근 산비탈에 하나둘 집을 짓고 살면서 동네가 형성됐다고 한다. 박수근 화백이 춘천에 머물며 막노동일을 했던 장소이자 권진규 조각가가 3년 동안 하숙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망대 주변 다닥다닥 붙은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 낡고 녹슨 대문 등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곳은 언제 개발로 사라질지 모르는 듯 위태롭게 남아 있다. 벽화가 있는 정겨운 골목길도 있다. 망대 골목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닿는 효자동의 낭만골목길. 아픈 어머니를 위해 한겨울에 산삼과 딸기를 구해 바쳤다는 조선시대 효자 반희언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동네이다.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시작되는 1.1㎞의 효자동 낭만골목길은 세가지 테마로 이뤄져 있다. 효자 반희언의 이야기를 그린 ‘뭉클 코스’, 1970~80년대 골목 풍경을 담은 ‘레트로 코스’, 구름빵·고양이 등 다양한 캐릭터를 그린 ‘상상 코스’. 구불구불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담장에 있는 호랑이, 물고기, 고양이, 교복 입은 학생들 등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그 길 끝에 책 보며 쉴 수 있는 ‘담 작은 도서관’도 만날 수 있다. 춘천/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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