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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매트’로 연결되자 왈칵 쏟아졌다, 눈물이

등록 2022-10-01 12:00수정 2022-10-01 19:07

#오늘하루운동_요가
요가는 혼자 하는 운동 아니야
팬데믹 시절, 따로 또 같이
각자의 공간에서 호흡 나누기
방에서 혼자 할라아사나(쟁기자세)를 수련하는 모습.
방에서 혼자 할라아사나(쟁기자세)를 수련하는 모습.

다른 사람들과 속도를 경쟁하는 달리기나 수영, 몸싸움이 불가피한 농구나 축구와 달리 요가원에서는 몸이 각자의 매트를 벗어날 일이 드물었다. 몇개월을 매주 같은 시간에 함께 수련해도, 옆 사람과 눈인사만 주고받을 뿐 말을 섞을 일도 거의 없었다. 다른 사람이 깔아둔 매트를 지나가는 발로 밟아선 안 된다는 것도 요가 수련하는 사람들 사이의 암묵적 규칙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요가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내 첫 요가 선생님은 매주 일요일 오후 수련을 마칠 때마다 양손을 모은 채 고개를 가슴 가까이 숙이며 이렇게 인사했다. “귀한 호흡 함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마스테.”

요가에 발을 들이고 시간이 꽤 흐른 뒤까지도 다른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숨을 나누는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 무게를 처음 알게 된 건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국 모든 실내 체육시설이 기약 없이 문을 닫게 되고 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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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연결된 그날 왈칵 터진 눈물

요가원에 언제 다시 갈 수 없을지 모르게 되면서 나는 지인이 추천한 유튜브 채널 <요가소년>의 수련 영상을 집에서 혼자 하나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마침 새해를 맞아 ‘30일 챌린지’가 진행 중이었다. 매일 정해진 시퀀스(동작 순서)에 따라 각자 편한 시간에 수련을 한 뒤,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등 표시를 하고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일주일에 한번씩이나마 오프라인 요가원에 다니며 익힌 몸의 감각을 잊지 않으려면, 요가원이 다시 문을 열 때까지 짧게라도 하루에 한번은 꼭 수련을 하자고 다짐했다. 어느 날은 10분, 어느 날은 30분가량의 영상을 아침저녁으로 따라 하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쳤다. 회사 일이 바빠서, 또는 그냥 피곤해서, 여러 이유로 수련을 거른 날에는 그다음 날 아침저녁으로 총 두번 수련하며 모자라는 횟수를 채웠다.

동그라미 30개를 다 채운 뒤에도 코로나19 대유행은 잦아들 기미가 안 보였다. 확산세가 잠시 수그러들어 요가원이 문을 열면, 약을 올리기라도 하듯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그러면 요가원은 다시 문을 닫았다. 30개의 동그라미를 그린 달력이 한장에서 두 장, 세 장으로 늘어났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매트를 깔고 수련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수련을 이어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매트를 깔고 수련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수련을 이어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

비대면 요가 수련실을 찾는 사람이 늘자 <요가소년> 채널에도 변화가 생겼다. 일주일에 두번,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수련하는 프로그램이 챌린지에 추가됐다. 매번 동시접속자 수가 빠르게 느는 것이 눈에 보였다. 처음엔 일주일에 두번이던 라이브 수련 횟수가 몇달 뒤에는 일주일에 다섯번으로 늘었다. 그러면서 <요가소년> 채널 구독자 수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사실 방에서 실시간 영상을 보며 따라 하는 것이나 이미 녹화된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나, 선생님이 내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쌍방향 소통이 어렵다는 점에선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이른 새벽 라이브 영상을 따라 하며 함께 몸을 움직이는 이가 수십, 수백명 있다는 건 큰 차이였다. 서울에서, 대전, 대구, 부산에서, 심지어 영상 속 선생님은 미국에서. 각자 공간에 매트를 깔고 같은 동작을 수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을 감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든든했다. 수련이 끝나고 사람들이 댓글로 단 질문과 고민에 성심성의껏 답해주는 선생님 목소리를 들으며 달그락달그락 출근 준비를 하다가, ‘이 많은 사람들이 요가원에서 수련하는 일상을 되찾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쏟아진 날도 있었다.

코로나19가 강제한 비대면 요가 생활에는 뜻밖의 장점도 있었다. 평소에는 너무 먼 곳에 있어 듣기 어려웠던 선생님들의 수업을 클릭 한번으로 들어볼 수 있었다. 같은 스타일의 요가를 지도하는 선생님들도, 제각기 교습할 때 쓰는 표현이나 즐겨 쓰는 시퀀스가 다르다. 그렇다 보니 수련하며 느끼는 몸의 감각도 다르게 마련이다. 익숙한 패턴에서 잠시 벗어나 낯선 선생님의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평소엔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쓰게 돼 몸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었다.

요가원과 선생님들도 변화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유튜브가 아닌 ‘줌’이나 ‘구글미트’ 같은 화상회의 도구를 이용해 멀리서나마 학생들의 자세를 눈으로 확인하며 맞춤 지도를 하는 선생님이 늘었다. 비대면 수련이 어느새 또 다른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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뛸 듯이 기뻤던 ‘브륵샤아사나’

원래 잘 되지 않던 동작을 갑자기 할 수 있게 되는 걸 요가 수련자들은 ‘아사나가 찾아온다’고 표현한다. 어느 날 갑자기 몸에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기보다, 매일의 수련이 조금씩 쌓여 특정 아사나를 해낼 수 있는 몸 상태가 천천히 만들어진다는 데 초점을 둔 표현이다. 비대면 요가 수련에는 그렇게 아사나가 ‘찾아오는’ 순간을 포착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요가원에서와 다르게 옆 사람이나 선생님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도 스스로 수련하는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 ‘타임랩스’(빨리 감기) 기능으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브륵샤아사나(나무자세)를 성공한 날 너무 기뻐 집 밖으로 나가 달렸다.
어려웠던 브륵샤아사나(나무자세)를 성공한 날 너무 기뻐 집 밖으로 나가 달렸다.

방구석 수련을 시작한 지 두어달쯤 됐을 때 나에게도 새 아사나가 찾아왔다. 바로 한 발로 균형을 잡고 선 채 다른 쪽 발바닥을 종아리나 허벅지 안쪽에 가져다가 붙이는 ‘브륵샤아사나’(나무자세)였다. 남들은 잘만 하는 자세가 이상하게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여느 날처럼 영상을 따라 하다가 얼떨결에 자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브륵샤아사나가 찾아온 그날은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유튜브 영상 속 선생님의 ‘나마스테’ 하는 마무리 인사가 끝나자마자 노트북을 덮고 집 밖으로 나갔다. 그길로 동네를 크게 한바퀴 돌아 뛰었다. 귀갓길에 사 마신 아이스아메리카노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후로도 여러 아사나가 방구석 요가 수련자에게 선물처럼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자신감이 붙고, 요가 수련에 더 열중하게 됐다. 덕분에 새로이 찾아오는 아사나도 느는 선순환이 반복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 조정돼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실내 체육 활동이 가능해진 2020년 6월, 동네 요가원에 등록해 수련의 강도를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그 뒤에도 요가원 문은 열고 닫고를 반복했지만, 달력의 동그라미는 늘어갔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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