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나오죠?”
무식하게 물었습니다. 그는 웃기만 합니다. 오래 전부터 궁금했습니다. 그 신비로운 사진들의 탄생 비밀이 말입니다. 특히 1999년 접했던 코소보 난민촌의 기록은 강렬하게 제 기억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씨의 ‘문학적’인 사진을 보노라면 디에스엘알(DSLR)이 확 사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성남훈씨를 필두로 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10명이 와 결합합니다. 해양수산부의 후원으로 기획한 ‘바다의 재발견’ 시리즈입니다. 제주 우도에서 충남 서산군 웅도리까지, 이번호부터 10주 대장정이 시작됩니다. 바다를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따뜻한, 때로는 화려한 영상으로 펼쳐집니다. 시리즈가 끝나면 가을 바람이 불겠군요.
는 이번 기획을 위해 능력과 지명도를 갖춘 사진작가들을 엄선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누군가가 생활을 보장해 주지 않는 이른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입니다. 인쇄매체와는 참으로 오랜만에 인연을 맺는 것 같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일간지는 물론 시사주간지나 월간지에서도 그들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그런 현실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매체 쪽 처지에서는 “너무 비싸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끝까지 살아남아 자기만의 독특하고 단단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 시리즈를 후원하는 해양수산부에서는 ‘어촌마을에 대한 관심’을 기대합니다. 세계적인 해변 부럽지 않은, 아름답고 빛깔있는 한국의 바다마을을 재발견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사진예술에 대한 호기심도 충족하는 기회였으면 합니다. 몇 달째 디에스엘알을 살까말까 망설여 왔던 제가, 이 기획과 함께 정말 ‘지르게’ 될지 스스로 궁금해집니다.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sc〉와 함께 바다를 찍을 사진작가들
■ 여동완
미술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티베트, 중국, 네팔, 인도 등 티베트 문화권 지역을 두고 10년 남짓 작업했다. 그 결실로 1999년 3월에 학고재 화랑에서 사진전 ‘티벳 속으로’를 열었다. 2년 동안 유럽 포토 에이전시에서 일했으며, 도서출판 가각본의 발행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3부작 작품집 <타클라마칸, 베이징, 서울>을 펴냈다.
■ 이갑철
한국의 향토적 서민문화를 프레임에 담아 왔다. 1984년 ‘거리의 양키들’을 시작으로 ‘타인의 땅’(1988), ‘충돌과 반동’(2002)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사진집 <충돌과 반동>과 전통 정원을 탐구한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등을 펴냈다. 2005년 프랑스 ‘한국 사진가 3인전’에 초대되는 등 국외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 박하선
1976~84년 항해사로 일했다. 갑판 위에서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배가 정박하는 곳마다 사진을 찍었고, 1980년 노력의 결실을 묶어 ‘대양’전을 열었다. 바다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연장해 1990년대 초반부터 실크로드와 티베트 등 오지를 오가며 작업했다. 티베트에 관한 사진집 <천장>을 비롯해 <천불천탑> 등을 펴냈다. <천장>의 사진으로 2001년 ‘월드프레스 포토’를 수상했다.
■ 이상엽
자유사진가로 활동하면서 <한겨레21>, <아사히> 등에 사진을 기고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사진집단 ‘이미지프레스’를 이끌고 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장기간 작업하고 있으며, 2001년 <아이들에게 전쟁 없는 미래를> 등을 비롯한 사진전시 기획자로도 활동 중이다. 2007년 개인전 ‘중국, 1997~2006’을 열고 같은 이름의 사진집을 펴냈다.
■ 이규철
<시사저널> 사진기자를 지냈으며, 1995년 서울시립미술관 초대작가전에 참가했다. 한국의 성곽, 무속, 전통 복식 등을 심층 취재했으며, 2005년에는 한국 소설가들의 초상을 찍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에 발표했다. 사진집 <군인, 841의 휴가> 등을 펴내 호평을 받았다.
■ 강태욱
<한국일보> 사진기자를 지냈다. 파리1대학 조형예술학 석사를 마치고 돌아와 사진전 ‘살아 있는 사막’, ‘바다, 네 품에 안기다’ 등을 열었다. 2005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개인전 ‘시간의 흔적’을 열기도 했다.
■ 노순택
전쟁과 분단의 현재적 기록이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다. 지난해까지 평택 대추리에서 머물면서 사진집 <얄읏한 공>에 주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분단의 향기’(2004), ‘얄읏한 공’(2006)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공평아트센터 등 각종 갤러리에 초대되어 ‘해방 60주년-국기에 대한 맹세’ 등의 전시회를 다수 개최했다. 올해 2월과 3월 독일과 일본 등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 허용무
한국의 원형적인 문화에 대한 기록 작업을 했다. 금호미술관 등에서 개인전 ‘탄광촌 사람들’(1987), ‘상여를 타고 가는 예수’(2000), ‘원형의 섬 진도’(2001) 등을 열었으며, <향따라 여백 찾아가는 길> 등을 펴냈다. 2005년 가나아트와 갤러리 ‘와’ 등에서 사진전을 열었으며, 현재 동신대 문화기획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 임종진
<한겨레> 사진기자를 지냈다. 2003년 이라크전을 취재했으며, 국가인권위 인권사진전 ‘달라도 같아요’(2006) 등에 참가했다. 강원도 산골에 사는 가족과 함께하며 <선이골 외딴집 일곱식구 이야기> 등을 펴냈다. 2001년 사진전 ‘서울의 화두는 평양’을 열었다. 2004년부터 캄보디아의 에이즈 환자 등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Esc〉와 함께 바다를 찍을 사진작가들
여동완
이갑철
박하선
이상엽
이규철
강태욱
노순택
허용무
임종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