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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의 산호바다가 부러우랴

등록 2007-07-04 22:47수정 2007-07-04 23:14

태평양의 산호바다가 부러우랴
태평양의 산호바다가 부러우랴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후다닥 해치우지 않고, 사흘 동안 우도에서 느리게 살아보는 방법

우도 여행 지도
우도 여행 지도
시간과 공간은 반비례 관계다. 시간이 빨라지면 공간은 작아지고, 시간이 느려지면 공간은 넓어진다.

해안 둘레 17㎞. 우도는 작은 섬이다. 작은 우도를 넓게 보려면 느리게 다녀야 한다. 그런데도 “우도에 온 여행자들은 뭐가 그리 급한지 전쟁 치르듯 훑어보고 두세 시간 만에 섬을 빠져나간다”는 게 장철원 우도면 총무계장의 말이다. 20~30대 여행자들은 스쿠터를 빌려, 40~50대 여행자들은 관광버스에 올라 포인트만 찍고 돌아가는 게 우도 여행의 대세다. 이러다보면 놓치는 풍경들이 있다. 대낮 시시각각 변하는 산호바다의 빛깔과 늦은 오후 해초를 말리는 해녀들의 사투리와 한밤중 칠흑을 꿰뚫는 등대의 노란 불빛은 ‘주류 여행자’들의 기억에서 찾아볼 수 없다.


3천원짜리 열무국수, 트럭 앞의 전시회

사흘 동안 우도에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 자전거를 타고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고, 섬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쇠머리오름에 올라가 맨손체조도 해보자. 그때 우도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산호사 해수욕장.
산호사 해수욕장.
⊙첫째 날=우도에서 최적의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자전거를 타면 우도의 어느 곳이든지 30분 이상 걸리지 않는다. 도항선에서 내리자마자 자전거를 빌린다. 자전거·스쿠터 대여점은 우도항과 하우목동항 앞에 각각 두곳씩 있다. 하루 대여료 1만원.

첫날 오후엔 우도의 지형을 익힌다. 우도항이나 하우목동항에서 출발해 섬 한 바퀴를 시계 방향으로 돈다. 해안도로 길이 13㎞. 섬 남서쪽 우도봉(해발 132m)을 제외하곤 오르막이 없기 때문에 쉬엄쉬엄 돌아도 두 시간이다.

12시 방향 즈음 전흘동 등대 앞 ‘초록우도 갤러리’에서 3천원짜리 열무국수를 먹는다. 1t 화물트럭 개조한 식당 겸 갤러리다. 부산에서 우도로 시집 온 화가 안정희(37)씨가 트럭 앞에서 전시회를 연다. 한 여자가 하얀 등대에서 무지개를 타고 내려오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트럭 라디오에서 에프엠(FM) 음악이 흘러나온다.

섬 한가운데 있는 중앙동은 우도의 ‘수도’다. 모든 길은 중앙동으로 통한다. 어느 해안 마을에서든 내륙으로 방향을 잡으면 중앙동이다. 우체국, 주유소, 노래방, 대형 슈퍼마켓, 중화반점, 치킨 집, 단란주점까지 중앙동에는 없는 게 없다.

그린마트(064-784-2672·이하 지역번호 생략)는 미니 창고형 매장이다. 강아지 목줄부터 정육점까지 필요한 건 다 갖춰 놓았다. 그린마트나 농협 하나로마트(783-0008)에서 저녁거리를 산다. 숙소로 치킨을 배달시켜 먹을 수도 있다. 스페샬 치킨 전문점이 독점하고 있었으나, 최근 비에이치시(782-5501)가 새로 문을 열면서 아성이 무너졌다.

우도의 한 포구에 세워진 배.(왼쪽) 행인들이 쉬어가는 산호사 해수욕장 앞 의자.(오른쪽)
우도의 한 포구에 세워진 배.(왼쪽) 행인들이 쉬어가는 산호사 해수욕장 앞 의자.(오른쪽)
⊙둘째 날=느지막이 산호사 해수욕장(홍조단괴 해빈)에 나간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산호 해변. 모래가 아니라 산호다. 오전 11시에서 낮 2시까지 비치색을 띠는 물빛은 태평양의 산호바다 못지않다. 아름다움은 덜 하지만, 헤엄을 치기에는 섬 동쪽 하고수동 해수욕장이 낫다. 모래사장이 넓고 수심이 얕다.

오후엔 우도봉(쇠머리오름)에 오른다. 자전거로는 영일동 쪽으로 우회하는 게 힘이 덜 든다. 자전거를 동굴밥상 리조트 앞에 세워 두고 5분 정도 오르면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정상에 있는 우도 등대 아래에는 수국으로 둘러싸인 커피 전문점이 있다. 푸른 초원 안에는 돌담을 쌓은 무덤이 서 있고, 그 옆에서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농구 골대 2대도 서 있다. 초원에서 공을 튀겨 본다.

해질녘 우도 등대 쪽으로 올라가 일몰을 기다린다. 전함 같은 성산일출봉에서 마법사의 고깔모자 같은 지미봉으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 위로 황혼이 물든다.

하고수동 해수욕장.
하고수동 해수욕장.
⊙셋째 날=돌담길 사이로 자전거 타기는 우도의 보석 같은 체험이다. 볕이 따가워지기 전에 자전거를 굴린다. 이번엔 산등성이를 따라가는 내륙의 마을 도로를 택한다. 우도 파출소에서 서천진동을 지나 하우목동에 이르는 길과 하고수동에서 비양동, 영일동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수평선과 돌담의 겹겹이 자전거와 평행을 이룬다. 자전거가 통과하는 마을은 빈한하지만 깔끔하다. 빨강, 파랑, 초록의 슬레이트 지붕과 회색 시멘트 마당을 지닌 집은 한결같다. 도로 위에는 여기저기 해초가 마르고 있다. 주민들은 일을 나가 조용하다.

수심이 얕아 물놀이 하기에 좋다.(왼쪽) 산호해변에 누우면 오돌토돌한 질감이 느껴진다.(오른쪽)
수심이 얕아 물놀이 하기에 좋다.(왼쪽) 산호해변에 누우면 오돌토돌한 질감이 느껴진다.(오른쪽)
가장 스펙타클한 검멀래 해안

유명세를 탄 우도의 ‘스펙타클’을 보지 못한 게 아쉽다면, 여행의 말미에 한꺼번에 해치운다. 우도에서 가장 스펙타클한 공간은 검멀래 해안이다. 이곳에는 20여m의 우도봉 남쪽 기암절벽인 후해석벽과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동안경굴이 있다. 검멀래에서 출발하는 수상보트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우도 여행쪽지

콜 택시 이용, 해변 숙소 예약을

■ 제주 공항에서 성산읍 성산항까지 우도 콜택시를 이용하는 게 수월하다. 공항~성산항 1만7천원, 성산항~공항 2만2천원. 50분 걸린다. 도착 시간을 미리 알려주면, 공항에서 택시가 기다린다. (080)725-7788. 일반 택시 미터요금으로는 3만원 안팎이 든다.

버스를 이용한다면 공항버스로 시외버스 터미널에 간 뒤 다시 성산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성산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성산항까지 걸어서 15분 걸린다.

성산항에서 도항선을 타고 우도에 들어간다. 배에 따라 우도항과 하우목동항으로 도착지가 나뉜다. 두 항구의 거리는 약 2㎞. 두 항구 앞에 모두 자전거·스쿠터 대여점이 있고, 시내·관광버스가 서기 때문에 어느 배를 타든지 크게 상관없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3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5~8월 기준). 15분 걸린다. 도항선 승선권과 우도 도립공원 입장료 3500원. 차도 실을 수 있다. (064)782-5671.

■ 여름 성수기 숙소는 미리 예약한다. 20여개의 펜션과 80여개의 민박이 있다. 신라 펜션민박은 자전거를 비롯해 스노클링 장비를 무료로 빌려 준다. 산호사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하면서 열대어와 자리돔, 뱅이돔을 감상할 수 있다. 커플 룸(성수기 7월14일~8월26일·2명 기준) 10만원, 가족 특실(〃·4인 기준) 12만원. (064)782-5501. 수영을 할 경우 샤워와 탈의를 편리하게 하려면 해변 숙소를 잡는 게 현명하다. 그린 펜션(064-782-7586), 로그 하우스(064-782-8212), 하얀산호 펜션(064-784-9090) 등 산호사 해수욕장 쪽에 펜션이 몰려 있다. 꽤 많은 펜션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두고 있다. 인터넷으로 방을 미리 둘러보고 예약한다.

우도(제주)=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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