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락스빌’ 재개발, 설화의 탄생

등록 2007-08-15 19:01수정 2007-08-17 15:21

테마파크 기획자들은 세계의 설계자이자 창조자들이다. 김대석(가운데) 팀장 등 에버랜드 파크기획팀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테마파크 기획자들은 세계의 설계자이자 창조자들이다. 김대석(가운데) 팀장 등 에버랜드 파크기획팀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놀이기구 헌터에서 작곡가까지 테마파크를 기획하는 에버랜드 왕국의 창조자들
테마파크의 일거리는 고성능 놀이기구(어트랙션)를 세워놓고 입장객을 기다리는 게 전부가 아니다. 놀이기구는 물론 레스토랑, 기념품점, 화장실과 심지어 휴지통까지 기원과 내력이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합해 독자적인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는 테마파크 기획자들은 작은 왕국의 설계자이자 창조자들이다. 국내 최대 테마파크인 에버랜드 파크기획팀의 근무자는 17명. 테마파크 경영 전문가부터 놀이기구 헌터, 스토리텔러, 작곡가, 조명 전문가 등이 모두 모여 있다.

‘이솝 빌리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1980년대 국내 최초의 ‘다크라이드’로 인기를 끌었던 ‘지구마을’ 스케치 자료(위)와 올해 락스빌에 새로 들어설 놀이기구 ‘렛츠 트위스트’의 설계도와 스케치 자료(아래).
1980년대 국내 최초의 ‘다크라이드’로 인기를 끌었던 ‘지구마을’ 스케치 자료(위)와 올해 락스빌에 새로 들어설 놀이기구 ‘렛츠 트위스트’의 설계도와 스케치 자료(아래).
지금 에버랜드에서는 ‘락스빌’(Rocksville) 재개발이 한창이다. 락스빌 구상이 나온 건 1999년께. 먼저 파크기획팀의 작가들이 이야기를 짓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70마일 떨어진 소도시 락스빌. 1959년 여름, 엘비스 프레슬리는 락스빌에서 단 한 사람의 여인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그 뒤 수많은 뮤지션들이 찾아와 프레슬리를 오마주했다. 락스빌은 연일 콘서트와 페스티벌로 들썩였고, 젊은이들의 열정과 낭만의 상징이 됐다. 락스빌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강력한 로큰롤의 사운드와 비트에 유혹당한다.”

국내 방송사 한 드라마 작가의 감수를 받아 ‘탄생설화’가 확정됐다. 스토리보드와 콘티 작성이 끝난 뒤, 2004년 놀이기구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락스빌에 어울리지 않는 놀이기구 ‘환상특급’은 ‘롤링엑스트레인’으로 개조했다. 나머지 빈터에는 프레슬리가 공연한 스테이지 형태로 ‘더블락스핀’을 설치했다. 모두 1950~60년대의 음악처럼 ‘배배’ 꼬는 놀이기구. 기차를 타면 꼬이고, 프레슬리의 공연을 감상하면 꼬인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매장은 스타라이트 드라이브인으로 바꿨다. 폰티액 자동차와 엘피(LP)판, 제임스 딘의 사진으로 낡은 시골 휴게소 느낌을 냈다. 작곡가는 주제가 ‘젊음의 락스빌’과 7곡의 배경음악(BGM)을 만들어 틀었다.

락스빌에는 올해 안에 ‘렛츠 트위스트’가 설치된다. ‘트위스트 마니아’ 찰리는 몸이 심심해 견디지 못하고, 결국 과학자 노먼 박사를 찾아가 ‘트위스트를 체감할 수 있는 발명품’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나온 게 렛츠 트위스트다. 이 역시 배배 꼬는 놀이기구다.


현재 이런 식으로 완성된 곳이 ‘이솝 빌리지’다. 파크기획팀은 이솝 이야기는 있지만, 이솝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활용했다. 그리고 ‘이솝 할아버지’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이솝우화를 재창조하게 했다. 이솝 빌리지에 사는 이솝 할아버지는 동화작가이자 놀이기구 발명가다. 할아버지는 ‘시골 쥐와 서울 쥐’에게 각각 ‘몬티’와 ‘이반’이라는 이름을 달았고, ‘토끼와 거북이’를 ‘토끼 허키와 거북 티미’로 재창조한 뒤 토끼 열차와 거북 열차가 경주를 벌이는 놀이기구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재창조된 이솝우화는 동화책으로 시판됐다(이솝 빌리지 기념품점에서 살 수 있다).

이솝 빌리지의 ‘탄생설화’와 ‘제작과정’을 다룬 <이솝 빌리지의 탄생>도 펴냈다. 외국의 유명 테마파크는 테마구역을 만들 때마다 이런 ‘메이킹 스토리북’을 기념품으로 제작해 판다.

콘셉트와 이야기가 완성되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비앤드엠(B&M) 등 놀이기구 제작업체들은 테마파크에 제품소개서를 보내 구매를 유도한다.
콘셉트와 이야기가 완성되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비앤드엠(B&M) 등 놀이기구 제작업체들은 테마파크에 제품소개서를 보내 구매를 유도한다.
도시 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은 일

“어느 테마파크에서나 중장기 계획을 짭니다. 도시 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아요. 예전에는 놀이기구 단독으로 배치하는 점적인 개발이었지만, 지금은 전체를 통합하는 면적인 개발로 가고 있습니다. 락스빌도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지요.”(김대석 에버랜드 파크기획팀장)

테마파크의 이야기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유통되고 다시 테마파크로 유입돼야 생명성을 지닌다. 이런 순환 시스템을 갖춘 디즈니나 유니버설에 비해 국내 테마파크는 캐릭터 구축과 이야기 전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테마파크 밖의 이야기 유통경로를 뚫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의 한 테마파크가 자체 캐릭터를 내세워 공중파 방송사와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가 관련 기관이 ‘상업성이 짙다’고 지적하자 캐릭터 출연을 중단시킨 적도 있다. 이 테마파크의 홍보팀 관계자는 “디즈니 만화는 상업성이 없는 것처럼 방송되는데, 왜 한국 캐릭터는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