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다리우스대왕”, “닭다리 잡고 삐악삐악”,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미라보의 다리”, “레인보우 브릿지”, “징검다리” …세상에는 수많은 다리들이 있다. 그 많은 다리 중에 나는 잠수다리(잠수교)가 가장 좋다. 특히 그 다리에서 ‘바람 맞는’ 것은 최고로 신나는 일이다. 차창을 열어놓거나 굽이 펼쳐진 갓길을 걸을 때면 바람은 비릿한 한강의 물내음을 수제비처럼 철석 붙여 내 품안으로 들어온다. 쉭! 간과 폐와 입술을 통과한다. 심장이 설레기 시작한다.
잠수다리의 모양새도 정말 멋지다. 그 한가운데는 살집이 두둑한 여인네의 엉덩이처럼 아름다운 선이 있고 아무리 화창한 날이라도 낮게 드는 빛 때문에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회색이다. 문득 그 다리 한복판으로 뛰어들어가 셔터를 누르고 싶다. 사고가 날지 모른다. 다칠지도 모른다. 원래 사는 것은 사고의 연속이 아닌가! 그 대가로 내 카메라에는 찰나의 아름다움이 담길 것이다. 운이 좋으면 세계적인 사진가 브루스 데이비슨의 점, 선, 면 같은 것이 내 것이 될지 모른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오로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에 달렸다. 바람이 속삭인다. “넌 너를 어떻게 생각해?”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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