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뒤늦게 부암동을 가봤습니다.
〈Esc〉는 지난 호 커버스토리로 부암동을 다뤘습니다. 1면 카피가 “늦가을엔 부암동을 가보라”였지요. 저도 가족과 함께 지난 일요일에 찾았습니다. 날씨는 별로였는데 사람들은 북적거렸습니다. 산책로 입구에 승용차를 대고 내렸습니다. 등산복 차림의 한 남성이 신문을 펼치고 무언가를 유심히 보면서 걷더군요. 지난 호 〈Esc〉였습니다. 3면에 실렸던 부암동 지도를 대조하는 듯했습니다.
먼저 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오후 2시 반도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한적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줄이 길어 먹을 엄두가 안 날 정도였습니다. 마당엔 역시 지난 호 〈Esc〉를 든 손님 여럿이 서성이더군요. 40여분을 기다린 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슬쩍 물었습니다. “원래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가요?” “며칠 전에 한겨레신문엔가 났었대요. 점심시간 지났는데도 미어터지네요.”
〈Esc〉의 독자들은 실천을 좋아합니다. 맛있는 집, 괜찮은 여행지가 소개되면 직접 가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Esc〉블로그에 들어가서도 독자들의 특성을 확인합니다. 떼 지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차린 참여 메뉴는 다양합니다. 만화 독자연상퀴즈, 우울 날려버리기 프로젝트, 한겨레 곱씹어보기, 사용불가설명서는 기존의 것입니다. 지난 호부터는 ‘5만원의 행복’이라는 새 메뉴가 추가되었죠. 독자들은 빈손으로 오지 않습니다. 발랄하고 깜찍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블로그에 선물합니다. 〈Esc〉는 여기에 적절한 보상을 해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그 혜택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2% 부족합니다. 끼니 때에만 사람이 들끓는 식당 같다고나 할까요? 오후 3시 넘어서도 바글대던 부암동의 그 음식점 같은 분위기를 꿈꾸는 건 무리인가요? 독자들의 더 ‘센’ 활약을 기대합니다.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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