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강아지는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키곤 했습니다. 고통스레 서서히 눈을 감았지요. 안타까웠지만, 손을 쓸 방법이 없었습니다. ‘쥐약’을 먹었으니까요. 이삼십년 전 시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요즘은 흔치 않습니다. 농촌에서도 골방 천장을 달그락거리며 활개치는 쥐가 없지요. 대신 사람들이 ‘쥐약’을 먹다 발각돼 죽어갑니다. 사회적 생명이 끝나는 죽음입니다. 지위가 높거나 권력이 막강한 공직자들일수록 위험합니다. 선물로 위장된 쥐약이 대량 퀵서비스되는 명절 즈음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잘못 입에 댔다가 찍소리도 못 내고 생매장을 당합니다.
〈Esc〉는 추석을 앞두고 선물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쥐약’은 아닙니다. 거래처 사장님들을 위해 순수한 맘으로 선물 아이템과 포장지를 고르고 있습니다. ‘거래처 사장님’이란 구독 거래관계에 있는 독자 여러분이겠지요. 근데 왜 사장님이냐고요? 카센터 같은 곳에 가면 무턱대고 손님들에게 사장님이라 하지 않습니까? 그냥 그렇게 높여서 한번 불러봤습니다.
요리와 와인 면을 빛냈던 요리사 스스무 요나구니 님의 자전적 칼럼 ‘비밀의 주방’이 이번호로 이별을 고합니다. 인기 뮤지컬 배우 박해미 님의 상담칼럼 ‘오케이클리닉’도 마지막입니다. 저는 두 칼럼이 〈Esc〉창간과 함께 독자들에게 ‘읽는 기쁨’을 주었던 작은 선물이었다고 자부합니다. 두 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물론 ‘쥐약’이었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Esc〉를 안 볼 수가 없었다는 거지요.
아무튼 다음호는 특별한 선물로 꾸밀 계획입니다. 스스무·박해미 님의 칼럼은 그 다음호부터 다른 선물로 교체될 거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기대하시길.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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