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추리해 보세요. 왜 추리일까요?
는 이번 호를 추리특집 기사로 도배했습니다. 큰 기획에서 자잘한 상자 칼럼까지 추리와 연관된 것으로만 꾸렸습니다. 기자들을 포함해 모든 필자들이 추리물을 썼지요. 일부 어거지(?!)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초지일관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정답은 전혀 미스터리하지 않습니다. 더워서 그랬습니다.
더우면 일하기 싫습니다. 쉬고 싶고 놀고 싶습니다. 실제로 이번 주는 휴양지가 들끓는 여름휴가의 초절정기입니다. 신문도 비수기입니다. 그러다보니 한여름엔 지면을 줄입니다. 일부 신문의 주말섹션은 아예 한 주를 쉬기도 합니다. 저희는 놀러가고 싶은 욕구를 꾹 참고 색다른 차림을 준비했습니다. 찌는 더위로 밥맛을 잃은 독자들을 위해 밥 대신 시원한 콩국수를 삶았다고나 해야 할까요. 추리의 색안경을 쓰고 우리의 생활과 문화를 돌아보며 소름 돋는 여유를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시절이 마냥 한가하지 않습니다. 피가 마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대통령은 여름휴가마저 취소했습니다. 추리소설 뺨치게 상상을 초월하는 극적인 순간들이 지금 눈앞에서 연출되고 있습니다. 범인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입니다. 불행하게도 셜록 홈스 같은 명탐정은 없습니다. 미국의 부시, 아프가니스탄의 카르자이, 대한민국의 노무현은 수사 해결에 관한 한 무능해 보입니다. 아니, 탐정을 자처하는 이들 중엔 범인들보다 더 나쁜 짓을 저지른 자가 있기도 합니다.
아무리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러도 쉽게 단죄받거나 심판받지 못하는 현실. 추리소설의 사건 해결처럼 깔끔하게 마무리되길 꿈꾸는 건 순진한 소리겠지요. 더는 탈레반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만을 빌 뿐입니다.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