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한두 달 전부터 다리가 저리고 뒤통수가 지끈거리더니 결국 보름 전 병원신세를 졌다. 한밤중에 열이 올라 체온을 재 보니 39.8도. 이틀 동안 온갖 검사를 다 받았는데, 특별한 이유를 못 찾고 그저 감기몸살이 심한 듯하니 주는 약 잘 챙겨먹고 몸조리 잘하란 얘길 듣고 퇴원했다.
며칠 괜찮았는데 지난주말에 또 열이 올라 고생하다가 월요일 출근길에 용하다는 병원을 소개받아 들렀다. 성인형 ‘스틸병’(Stills disease)이 의심되는데 3차 진료기관에서 확실한 진단을 받아보란다. 스틸병? 발견한 사람 이름을 따서 스틸병이란다. 병원균 감염으로 생긴 병이라기보다는 신경정신과적 요인이 합쳐진 복잡한 병이라는 설명이다. 겉보기에 건강한 사람이라도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면역체계가 무너지게 되고 여러 가지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데, 흔치 않게 이 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누구보다 성격 좋다고 자부하는 터라 더 충격이었다. 의사 선생님 얘기로는 성격 좋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사람일수록 사실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나. 이른바 ‘예스맨’이라는 거다. 싫으면 싫다는 표현을 확실하게 하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나를 비롯한 이 시대 수많은 예스맨들. 조금은 까칠하게 살자구.
임호림 기자 nam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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