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폭탄에 돌을 던지지 말라. 문화방송 제공(왼쪽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오른쪽사진)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파랑새 캠페인 2010’은 결국 사람을 향한 메시지
‘파랑새 캠페인 2010’은 결국 사람을 향한 메시지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 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는 <나무야 나무야>에서 이렇게 썼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들이 폭탄주를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먹이지 않는 이상 폭탄주는 사람을 해칠 수 없다.
폭탄주에 대한 비판은 주로 술이 약하든 강하든 반강제적으로 마셔야 한다는 사실로 향한다. 건설회사 3년차 사원 공아무개(30)씨는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마시는 폭탄주라고 나쁘진 않다”면서도 “술이 약한 사람도 무조건 마셔야 한다는 건 분명 폭력적”이라고 꼬집었다. 폭탄주가 ‘군사 문화’라고 비판받는 것이 이런 폭력성 탓이다.
무조건 ‘원샷’을 해야 하고 ‘꺾어 마시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사람보다 술이 주인이 되는 꼴이다. 이 때문에 폭탄주는 여러 사건 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받아왔다. 폭탄주에 얽힌 가장 유명한 사건은 지난 1999년 진형구 전 대검찰청 공안부장은 낮에 폭탄주를 잔뜩 먹고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했다”고 말했다가 특검이 벌어졌다. 진 전 공안부장은 당시 국회청문회에서 “왜 폭탄주를 마시는가”라는 한 국회의원의 질문에 “양주가 너무 독해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전 한나라당 소속 최연희 의원은 폭탄주 7, 8잔을 마시고 여기자를 성추행해 불구속 기소됐다. 최 의원은 1심에서 징역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나, 서울고법은 1심을 깨고 선고유예를 내려 시민단체와 언론으로부터 “성희롱을 합리화한다”는 비판을 샀다. 전 한나라당 소속 곽성문 의원은 2005년 6월 지역 경제인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신 뒤 언쟁을 벌이다 갑자기 벽에 맥주병을 던졌다. 파편에 긁힌 참석자가 곽 의원의 멱살을 잡으면서 난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모두 사건이 불거진 뒤 ‘폭탄주탓, 술탓’을 했다. 그러나 술은 술이며 폭탄주도 일종의 칵테일일 따름이다. 적당히 즐기면서 마시면 된다. 결국 마시는 사람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부터 절주 캠페인 ‘파랑새 플랜 2010’을 펼치는 이유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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