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마 관광수입의 상당 부분이 군부독재로 흘러간다는 비판에 따라 버마 방문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한겨레자료사진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영국 시민단체에선 안 가기 운동… 방문할 땐 행동강령 준수를
영국 시민단체에선 안 가기 운동… 방문할 땐 행동강령 준수를
“가이드북 론니플래닛의 미얀마(버마)편 첫 페이지 역시 ‘우리는 가야만 하는가’라는 글로 시작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를 여행하기로 결심하는 일부터 쉽지 않고, 또 일단 여행을 시작한 후에도 계속되는 주의와 고민이 뒤따른다. 곧 미얀마에서 쓰는 돈이 군사정부로 들어가는 돈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적은 돈만 ‘외국인을 위한 화폐’(FEC·Foreign Exchange Certificates)로 환전하고, 정부 소유의 숙박시설과 교통시설을 절대로 이용하지 않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한다. 1, 2달러에 핏대를 올리고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거는 배낭족인 나 역시 항공권을 구입할 때 이런 이유로 국영 미얀마 항공 대신 더 비싼 비만 방글라데시 항공을 선택하느라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김남희,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3>)
전세계 책임여행자들은 버마에 가느냐 가지 않느냐가 고민이다. 공항에서 200달러 이상을 의무적으로 환전해야 하고 정작 재환전은 해주지 않아 군부독재의 자금줄로 쓰였던 ‘외국인을 위한 화폐’는 2003년 폐지됐지만, 여전히 버마 방문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버마 민주화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치는 버마가 민주화될 때까지 외국인 여행을 자제해줄 것을 호소했다.
“버마는 예전부터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여행합시다. (몇 달 전 유혈사태가 일어났는데도) 지금 방문하는 것은 군부독재를 용인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올바른 여행을 위한 시민단체 ‘투어리즘 콘선’(tourismconcern.org.uk)이 내놓은 문구다. 이 단체는 “연간 1억달러에 이르는 관광수입이 지역주민이 아니라 군부독재로 흘러가고 있다”며 “버마의 주요 호텔과 여행사들은 정부와 결탁됐으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상당수 돈은 군부독재로 흘러간다”고 말한다.
영국 정부는 2004년 이들이 벌이는 ‘버마 여행 보이콧 운동’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어 외무장관은 버마에서 활동하는 자국의 관광업계 관계자들에게 철수할 것을 요청했다. 투어리즘 콘선은 “버마 여행 보이콧 운동으로 최소 여행사 열 곳에서 버마 패키지를 중단하거나 그렇게 할 예정”이라며 “여전히 여행사 열여덟 곳이 버마에서 활동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버마를 찾아야 한다는 ‘책임여행자’들도 있다. 대신 이들은 버마에서 책임여행 행동강령을 철저히 준수하자는 운동을 벌인다. 군부독재로 흘러들어가는 돈을 최소화하고 지역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 값싼 국영버스 대신 값비싼 사설버스를 타고, 버마국영항공 대신 외국계 항공사를 이용하고, 고급호텔보다는 저렴한 숙소에서 묵자는 것이다.
한국에도 하나투어 등 대형 여행사가 양곤·바간·만달레이 등 불교 유적지를 중심으로 일주일 내외의 묶음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버마 국적 항공 ‘에어바간’이 취항하는 등 동남아의 마지막 처녀지로 떠오른다. 하지만 국내 여행사들은 ‘안전한 여행지’라는 사실만 홍보할 뿐이다. ‘책임여행적 취지’에서 버마 여행을 재설계하는 여행사는 아쉽게도 보이지 않는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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