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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포기’ 위기 일발

등록 2008-01-31 15:46수정 2008-02-01 14:19

‘액체 포기’ 위기 일발
‘액체 포기’ 위기 일발
[매거진 Esc]남종영의 비행기 탐험
지난해 말 칠레를 다녀왔다. 가는 길과 마찬가지로 오는 길도 멀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비행기를 타고 잠깐 브라질 상파울루에 들렀다가 스위스 취리히공항에 내렸다.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에 가서 또다시 인천행 비행기로 갈아타는 일정. 기내식으로 아침 두 번을 때우는 긴 비행이었다.

직장 동료는 ‘회식용 술’을 사오라고 했다. 그래서 취리히공항에서 10만원짜리 위스키를 구입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리타공항에 내려 인천행 비행기로 갈아타려고 보안검색을 받는데, 세관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환승 승객이라 할지라도 액체는 안 돼요. 일본에 입국하셔서 다음 비행 편에 부치세요. 아니면 포기하시든가.”

2006년 미국에서 시작한 액체류 기내 반입 금지 정책 때문에 ‘비테러리스트들’의 비행이 불편해졌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선 승객의 환승 공항을 물어본 뒤 술·화장품·고추장 등을 팔지만, 외국 공항에선 아쉽게도 이런 친절을 만나보기 어렵다. 까딱하다가는 ‘비싼 액체’를 남의 나라에 기부하는 수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국제공항협회(ACI)는 각국의 공항 보안정책을 수집해 ‘트래커 파일’(tracker file)을 수시로 내놓는다. 지난해 10월 국제공항협회의 트래커 파일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액체 환승 원칙’이 나온다.

① 미국과 캐나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유럽연합은 환승객이라 할지라도 액체류 반입을 허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천을 출발해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해 오슬로에 갈 경우, 인천에서 액체 상품을 사 가선 안 된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액체를 환승시켜 주지 않는다.

②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타이, 아랍에미리트 등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맞춰 밀봉한 액체는 환승이 가능하다. 단 필리핀, 인도 등 일부 국가는 예외다.

하지만 이 또한 무조건 신뢰해선 안 된다. 보안정책은 수시로 바뀌고 예외도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런던에서 면세품을 산 뒤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해 인천에 오는 역방향은 괜찮다. 유럽연합 면세점에서 구입한 액체는 유럽공항 내 환승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외국 공항에서 돌아올 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사지 않는 것”이라며 “특히 외국에선 미리 항공사에 물어보고 살 것”을 권했다.

나리타에서 환승을 거부당한 10만원짜리 액체는 어떻게 됐을까. “보안검색대 앞에서 마시고 가자”고 애주가 선배가 꼬셨지만, 결국 위스키를 살리기 위해 일본에 입국했다. 입국 카드의 ‘입국 목적’ 난엔 ‘수하물 운송’이라고 썼다.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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