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 냠냠사전
[매거진 Esc] 요리 냠냠사전
흔들다〔동사〕사람이나 동물 등이 몸의 일부나 전체, 또는 손에 잡은 물체 따위를 좌우 또는 앞뒤로 자꾸 움직이게 하다. “○○당이 ○○○ 대통령을 흔든다” 따위의 정치적 의미로 활용되기도 한다. 흔들기는 요리에서도 중요하다. 프라이팬을 흔들어 굽던 음식을 공중제비 돌리는 것은 능숙한 요리사의 상징처럼 쓰인다.
⊙ 활용 → ‘소주를 흔들다.’ 한 소주회사는 최근 자사 제품 소주를 따기 전에 흔들 것을 권유하고 나섰다. 자사 제품은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었으므로 흔들어야 물 입자 사이에 알코올이 잘 스며들어 맛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이다.
물맛이 술맛을 좌우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설명했다. 좋은 술은 맑은 물에서 빚어진다. 그러나 병을 흔든다고 물 입자와 알코올 입자가 잘 섞이는지는 분명치 않다. 박 소장은 “물 입자와 알코올 입자가 잘 섞일수록 술맛이 부드러워지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이는 술을 얼마나 잘 숙성시켰느냐에 달린 것이다. 병 흔들기가 이런 효과를 낳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소장이 저술한 <전통주>를 보면, 본디 소주는 위스키나 브랜디와 같은 증류주다. 소주의 ‘소’자는 ‘불사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마시는 소주는 값싼 고구마, 밀 등의 전분을 발효시켜 만든 발효주를 증류해 순수한 알코올인 ‘주정’을 얻고, 여기에 물을 타서 19∼35%로 도수를 낮춘 ‘희석식 소주’다. 이때 물을 섞으면 쓴맛이 강해져 마시기 어려운 탓에 설탕 등의 감미료와 향신료를 첨가한다. 박 소장은 “가끔은 희석식 소주에서 벗어나 문배주·안동소주 같은 진짜 소주를 접해 보라”고 권했다. 음주량을 줄이고 대신 전통주의 미묘한 맛을 느껴보라는 권유다. 술값보다 병원비가 많이 나온다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꼴.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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