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기엽, 두뫼양귀비, 백두산.
[매거진 Esc] 노란 개나리와 분홍빛 벚꽃 물드는 4월에 야생화 사진에 도전하기
4월은 꽃피는 달이다. 산수유와 개나리에서 시작한 노란 행렬은 벚꽃으로 세상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출사 여행의 인기 소재는 다름 아닌 꽃이다. 하지만 산수유와 벚꽃이 만발한 곳은 꽃보다 사람이 많다. 이럴 땐 야생화 출사로 눈을 돌려 보라. 꽃을 찍는 사진가들도 흔한 꽃에서 시작했다가 야생화 사진에 빠져든다.
평생 야생화를 찍어 온 송기엽(72) 사진가는 “내가 찾는 꽃을 발견할 때의 기쁨과 여린 생명체를 가만히 관찰하는 게 야생화 출사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복수초가 겨울을 깨웠고 지금은 동강할미꽃, 얼레지, 현호색이 기다린다. 야생화 사진에 도전해 보자.
한두번 찍을 거라면 표준렌즈로 충분
⊙ 특별한 장비 필요할까?=꼭 그렇지 않다. 한두 번 찍을 거라면 표준렌즈면 충분하다. 여기에 광각, 망원을 써도 좋다. 식물 군락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을 경우 광각을 쓰고 접근하기 어려운 꽃은 망원으로 당겨 찍는다. 마크로 렌즈도 옵션이다. 야생화 동호회 야생화클럽의 윤도영(45) 총무는 “동호인 수준에서는 캐논 마크로 100㎜ 렌즈와 니콘 AF-S VR 마크로 105㎜ 렌즈를 많이 쓴다”고 말했다. 렌즈 가격은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danawa.com) 기준으로 각각 60만원(EF f2.8), 90만원(AF-S VR f2.8) 안팎.
기본 장비 외에 트라이포드와 앵글파인더가 필요하다. 숲 속에서는 광량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선 느린 셔터속도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흔들림에 취약하다. 트라이포드는 이때 긴요하다. 야생화는 키가 작기 때문에 최대한 낮출 수 있는 트라이포드를 선택한다.
땅에 엎드린 상태에서 뷰파인더로 눈을 대기 힘들 때는 앵글파인더를 쓰기도 한다. 앵글파인더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거꾸로 된 잠망경’으로 생각하면 된다.
피사체의 노출 차가 큰 경우 스트로보가 필요하다. 꽃잎의 그늘에 가려 어두워지기 쉬운 암술·수술 등을 인위적으로 비춰 노출 차를 줄인다.
⊙ 어떻게 찍을까?=윤도영 총무는 “야생화 사진 동호회는 귀한 꽃을 찾아다니는 사람과 희귀성에 관계없이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의 두 부류로 나뉜다”고 말했다. 같은 방식으로 독사진과 군락사진 그리고 도감용 사진과 풍경 사진으로 나눌 수 있겠다.
송기엽 사진가는 “해뜰 무렵이 가장 찍기 좋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하루 중 빛이 가장 부드럽고, 단짝 조연인 ‘아침 이슬’이 출연하는 때다. 게다가 대부분의 야생화는 아침에 피었다 오전 중에 진다. 물론 달맞이꽃이나 박꽃처럼 해 질 무렵에 피는 꽃도 있다.
야생화는 피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꽃 주변을 맴돌며 피는 모습을 지켜봐도 좋다. 2~3시간을 기다리면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을 차례로 촬영한다.
초보자라면 과감히 몸을 낮춰 ‘로 앵글’을 몸에 익힌다. 하이 앵글은 꽃 자체의 표정이 살아나지 않을 뿐더러 지저분한 배경이 그대로 담길 때가 많다. 반면 로 앵글은 주제를 부각해 주며 배경을 정리해 준다.
⊙ 조연을 등장시켜라=꽃만 찍으면 밋밋하다. 이럴 때는 조연을 등장시킨다. 이슬과 나비, 벌 등 곤충은 흔한 단골이다. 계곡이나 폭포, 구름, 안개, 운해 등을 후경으로 처리하는 방식도 자주 쓰인다.
곤충을 찍을 땐 기다려야 한다. “쫓아다니면 평생 못 찍는다”는 게 경험자들의 말이다. 촬영에 열중하고 있으면 곤충이 날아들기 마련이다. 그때 개구리가 파리를 낚아채듯 촬영한다. 눈 속에 핀 꽃 또한 좋은 소재다. 강인한 생명성을 드러내는 주제다. 3~4월에도 눈이 내리는 경기 광덕산은 추천 출사지다. 봄눈은 내리자마자 녹기 때문에 눈이 내릴 때 이미 촬영지를 향하고 있어야 한다.
지저분하거나 단조로운 배경에서는 주연을 살려야 한다. 야생화 ‘독사진’, 도감용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조리개를 열어 심도를 낮춘다. 송기엽 사진가는 이럴 때 “조리개는 f4 정도로 연 뒤, 셔터속도를 맞추는 게 무난하다”고 조언했다. 조리개 우선 모드로 맞추고 찍으면 편하다.
도감용 찍을 때 조리개는 f4 정도로
⊙ 언제 찍을까?=한 해 야생화 출사 캘린더는 복수초에서 시작한다. 1월1일 강원 동해의 복수초 군락에서는 눈 덮인 노란 꽃을 볼 수 있다. 복수초는 2월 제주도로 이어지고, 이어 여수 향일암과 안산 풍도에서 변산바람꽃이 하늘거린다. 3월 말~4월 초에는 영월 동강에서 동강할미꽃이 자태를 뽐낸다. 5월에는 태백산을 찾아간다. 한계령풀, 얼레지 등이 많다. 여름꽃은 나리 종류, 가을꽃은 진한 색의 꽃이다. 야생화 사진 동호회에서는 출사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게 관행이다. 구체적으로 알려지면 자연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드나들다 보면 출사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된다. 수도권 근처에는 천마산, 화야산, 안산 풍도가 여러 꽃이 피는 대표 출사지다.
〈야생화 쉽게 찾기〉(송기엽·윤주복 지음, 진선북스 펴냄)는 1070여종의 야생화 사진이 기록된 도감이다. 〈야생화 촬영〉(송기엽 지음, 평화출판사 펴냄)은 야생화 사진 찍는 방법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회원 수 2400여명의 야생화클럽(wildflower.kr)도 개화 시기 등 현장 정보가 충실하다. 단체 출사, 야생화 사진강좌 정보도 교류된다. 이 밖에도 인디카(indica.or.kr),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wildplant.kr) 등이 있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송기엽,윤도영,민경화

송기엽, 털복주머니란, 백두산.

송기엽, 애기금매화, 백두산.

윤도영, 변산바람꽃, 경기 풍도.

민경화, 남방바람꽃, 전남.

윤도영, 노루귀, 경기 풍도

송기엽, 얼레지, 경기 포천.

송기엽, 할머니꽃, 강원 영월.

윤도영, 무릇, 충북 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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