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선교박물관 앵글 연구에 딱
[매거진 esc] 곽윤섭의 사진명소 답사기
대한민국의 도시 풍경은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어디나 비슷한 점이 있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이고 상징적인 모습은 아파트의 반복이다. 오죽했으면 한국에 왔던 매그넘 사진가 엘리엇 어윗이 서울의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아파트를 보면서 “저렇게 비슷비슷한 집이 많아서 당신들은 자기 집을 어떻게 찾아갈지 걱정스럽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다. 도시를 배경으로 빠짐 없이 등장해 지루함과 동시에 삭막함을 전해준다는 것이다. 서울사람들은 서울이 아닌 모든 곳을 시골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골이라고 불리는 부산·대구·광주 등에 막상 가보면 서울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오히려 곳에 따라선 서울의 어떤 곳보다 더 복잡하고 더 ‘서울 같은’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구시 중구 동산동에 있는 의료선교박물관(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특징 없는 도시 속 풍경에서 불현듯 눈에 쏙 들어오는 섬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마치 뜨겁고 메마른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보는듯 반갑다. 이곳의 건물들은 1910년에 미국인 선교사들이 주거용으로 지은 주택이다. 1999년 10월 동산의료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유형문화재였던 선교사 사택을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모두 세 동의 건물이 있어 각각 선교·의료·교육 역사 박물관으로 구분된다. 당시 온갖 어려움을 뚫고 의료와 선교활동을 벌였던 초기 선교사들의 발자취와 그들의 손때 묻은 유물들이 민속사료, 대구지역 3·1운동의 흔적들과 함께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역시 사진가들이 가장 즐겨 찍는 대상은 건물 자체다. 이 집들은 전체적으로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 유행하던 방갈로풍의 서양식 주택들이다. 이국적인 취향이 남아 있어 웨딩사진을 찍으려 찾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의료선교박물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앵글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렌즈 선택과 눈높이, 그리고 앵글의 선택에 따라 사진이 크게 달라지며, 사진의 균형이 큰 폭으로 바뀌기도 한다. 한 마디로 건물 사진 연습에 더 할 수 없이 좋은 현장이라 하겠다. 건물과 함께 나무·꽃·바위 등을 걸치고 찍는 전경 포함 훈련으로도 썩 권장할 만하다. 마당과 선교사들의 묘지를 모두 합쳐도 넓다고는 할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한 “2007 잘 가꾼 자연문화유산”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http://blog.naver.com/broadseo에서 박물관 소개를 찾을 수 있다.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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