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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esc를 누르며
방학에 학을 뗍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와 함께 붙어 있는 부모라면 그렇습니다. 꼬마들이 둘 이상이면 그 강도가 더욱 셉니다. 쉼 없이 싸우고 조르고 징징대는 꼴을 보노라면 미치고 환장할 것 같다고 합니다. 제가 볼 땐 열 살 안팎의 연령대가 가장 ‘악질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이라는 노래가사를 연상시키듯, ‘먹고 있어도 먹고 싶은~’ ‘놀고 있어도 놀고 싶은~’ 존재들입니다. 놈들의 입에선 이런 말들이 껌처럼 붙었습니다. “배고파.” “심심해.” 그러다가 사소한 분쟁이 터지면 또 징징댑니다. “잉잉, 오빠(형)가 때렸어~.”
덕분에 아파트 단지들마다 민원이 쏟아집니다. 망아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쿵쿵거리며 달리고 찧으니까요. 외출하기에도 어정쩡한 장마철엔 더 심합니다. “애들 조용히 좀 시키라”는 이웃의 타박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예정보다 빨리 휴가를 떠나는 이들까지 생기는 지경입니다.
물론 정숙(!)을 지키며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착한 어린이들도 없지 않습니다. 한데 요놈들이 악플의 주인공일 수 있다는 거 아닙니까. 포털 관계자들은 방학만 되면 극성을 부리는 초·중딩 악플러들 탓에 골머리를 앓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할 말이 많습니다. 사사건건 어른들이 터치하는 게 지긋지긋한 겁니다. 방학에 학교를 안 나가는 게 좋기는 하지만, 집에 있는 누군가의 잔소리를 듣는 것도 만만찮습니다. “뛰지 마” “아직도 게임이야?” “공부 좀 해라” 등등등. 그래서 우리 집 꼬마는 가끔 이렇게 대듭니다. “제발 하루라도 터치 좀 하지 마.”
어떻게 터치를 포기하고 뒷짐만 지겠습니까. 문제는 강압적으로 찍어누르듯 세게 문지르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살짝 갖다대어도 아이들이 움직이도록 하는 거겠지요. 이번호 커버스토리에서 다룬 터치폰의 신세계처럼….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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