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투아렉, 딱 그 중간 느낌
[매거진 esc] 자동차 전문가 2인의 메신저 토크
폴크스바겐의 새로운 SUV ‘티구안’… 자동주차 시스템은 신기하지만 지루해서 복장 터질 듯
폴크스바겐의 새로운 SUV ‘티구안’… 자동주차 시스템은 신기하지만 지루해서 복장 터질 듯
새롭게 출시한 콤팩트 스포츠실용차(SUV) 티구안이 실용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대명사 폴크스바겐에 걸맞다는 평가 속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모터 트렌드> 이경섭 편집장(대화명 이 기사)과 <비비시 톱기어> 김우성 편집장(대화명 김 기사)의 채팅으로 진행되는 메신저 토크에서 이번에는 티구안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김 기사: 고유가 시대임에도 요즘 자동차 브랜드들이 다들 시장성과 수익성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스포츠실용차에 달려들고 있어요. 이 기사: 포르셰 같은 스포츠카 브랜드도 에스유브이를 만드는 정도니까요. 포르셰를 오늘날 제일 잘나가는 자동차회사로 만든 주역도 에스유브이인 카이엔이죠. 김 기사: 상대적으로 폴크스바겐은 에스유브이를 만들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아요. 워낙 다양한 차종을 만드는 브랜드잖아요. 다품종 다량 생산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만큼 스포츠실용차 시장 진입이 어떤 면에서는 늦은 감도 있었다고 봐요.
신차 특유의 ‘쌔끈한’ 맛은 좀 없어 이 기사: 폴크스바겐의 첫번째 스포츠실용차인 투아렉에 비해 티구안은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전형적 이미지를 가진 모델인 것 같아요. 사이즈도 그렇고 단단해 뵈는 외관도 그렇고. 타보니까 더욱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김 기사: 동감해요. 투아렉은 고급 세단 페이톤과 더불어 폴크스바겐이 업그레이드를 시도했을 때 나온 제품이죠. 제품력은 인정 받았어요. 페이톤과 달리 시장에서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고요. 어떻게 보면 폴크스바겐의 이미지를 완전히 올려준 주역은 페이톤이 아니라 투아렉이라 할 수 있겠죠. 이 기사: 폴크스바겐이 프레스티지(명품)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페이톤으로는 시장에서 완강한 저항감에 부닥쳤지만 투아렉은 그렇지 않았죠. 앰블럼만 떼면 포르셰 카이엔에게도 절대 밀리지 않는 것 같아요. 성능만 비교한다면 말이죠. 김 기사: 맞아요. 투아렉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더욱 살려 만든 에스유브이가 티구안인 셈이죠. 이 기사: 폴크스바겐은 실용적이고 단단하고, 굉장히 가치가 큰 제품들을 만드는 회사거든요. 그 이미지에는 골프라는 베스트셀러가 있는 거고, 골프의 이미지, 그 연장선에 있는 게 티구안이라 할 수 있죠. 굳이 흠을 잡자면 저는 외관에서는 뒷모습이 살짝 아쉽던데? 김 기사: 전체적인 스타일은 솔직히 좀 힘이 없어요. 무난함이 너무 강조된 것 같다고 할까. 하지만 폴크스바겐 차답게 단정한 느낌을 주는 건 좋았어요. 단정함은 폴크스바겐의 또다른 이름이니까 브랜드 정체성에도 아주 근접했다고 할 수 있겠죠. 이 기사: 요즘 폴크스바겐 전체 디자인 흐름에는 굉장히 충실한 듯해요. 지나치게 무난하다는 게 단점이자 강점이죠. 거부감 없는 디자인인데 신차 특유의 소위 ‘쌔끈한’ 맛이 없어서 좀 아쉽죠. 골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티구안의 외관과 실내 디자인이 굉장히 익숙할 거예요. 몰아보니까 시트 위치만 높다뿐이지, 골프와 매우 비슷하던데요. 김 기사: 폴크스바겐을 아는 사람이라면 로고를 모두 떼어내도, 딱 보면 ‘폴크스바겐이구나!’ 할 그런 이미지죠. 골프의 에스유브이 버전이랄까.
이 기사: 골프가 좋은 이유 중 하나가, 타보면 피트니스 복을 입은 것처럼 몸에 딱 붙는 느낌인데, 티구안도 그런 느낌이어서 운전감각은 매우 좋더군요. 베스트셀러의 문법을 따랐다는 면에서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어요.
김 기사: 골프의 강점인 절제미가 폴크스바겐의 강점으로도 확대됐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티구안도 그 같은 공식을 따르고 있죠. 그런 차들이 대개 그렇듯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않아요. 대신 모든 게 마치 늘 타던 차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이죠. 그러면서 오프로드 주파능력을 성공적으로 덧붙인 점에서도 노하우가 느껴져요. 시장성을 노린 전략 모델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해낼 차라고 봐요.
이 기사: 저는 티에스아이(가솔린)를 먼저 탔는데, 솔직히 시내 주행에서 그냥 그랬거든요. 근데 고속과 와인딩에 가보니 ‘와~ ’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티디아이(디젤)는 골프 같아서 저는 그냥 좋았는데 와인딩에서 날려 보니까 티에스아이에 비해서는 살짝 아쉬움이 있었어요. 뭐, 티에스아이가 그만큼 균형이 좋아서 그렇게 느껴졌겠죠.
김 기사: 운전하기 쉽고, 성능 뽑아내기도 쉽고, 달릴 때 균형 좋고. 폴크스바겐의 강점을 모조리 품고 있어요. 요즘 기름값 때문에 그렇긴 한데, 저도 티에스아이가 좋았어요. 티구안은 매끈거리는 주행감이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핸들이 휙휙 돌아가 깜짝 놀랐잖아~
이 기사: 우리 팀 전부 16인치 타이어로는 좀 부족하지 않나 그런 얘기도 했어요. 휠하우스도 좀 헐렁하게 느껴지고.
김 기사: 오프로드 주행성을 강조한 만큼 의도적 세팅 아닐까요? 폴크스바겐이 콤팩트 에스유브이 시장의 후발 주자인 만큼 시장에 앞서 자리잡은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프로드 쪽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나 싶던데?
이 기사: 제가 보기에는 오프로드 세팅은 별로 고려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유럽 순정이 17인치라는데. 그보다 연비 위주의 세팅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래도 16인치 휠타이어가 연비에서 약간의 이익이 있을 테니까. 근데 키 큰 티구안에 16인치는 살짝 안쓰러워요.^^ .
김 기사: 아, 국내에서 16인치와 티디아이를 묶은 마케팅은 연비 위주가 맞긴 해요. 어쨌든 운전감은 무난했어요. 너무 폴크스바겐다워서 다소 뜨뜻미지근한 느낌이긴 했지만. 골프랑 비슷한데 그만큼 옹골차지는 않았고, 투아렉처럼 시원한데 그만큼 박력 넘치지는 않았고.
이 기사: 음, 딱 그 중간 느낌. 저는 에스유브이 같은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고 몸놀림이 날카롭다고 느꼈어요.
김 기사: 대개 스포츠실용차는 크든 작든 둔중한 느낌을 주는데, 티구안은 참 재빨라요. 저는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이를 물고 흠집을 찾아내려 들지 않는 한, 이 급에선 뛰어난 성능이라고 봐야죠. 골프 타던 이들에게는, 다음에 옮겨갈 스포츠실용차가 하나 생긴 셈이고.
이 기사: 가격 4170만 원은 합리적이라고 봐요. 어떠세요?
김 기사: 시장이 수용할 만한 선이라고 생각해요. 더 올렸다가는 뭐야, 얘도 프리미엄이야? 그런 말 나올테고. 그렇다고 우리 시장에서 3천만 원대에 팔릴 차는 아니죠.
이 기사: 티구안이라는 이름이 타이거와 이구아나의 합성어라는데 저는 오히려 좀더 덩치 작고 잽싼 포식자 느낌이 강했어요. 티구안을 광고하면서 내세운 게 ‘영리한 티구안’이었잖아요. 자동으로 주차를 해 주는 주차 도우미(파크 어시스트)는 어떻게 느꼈나요?
김 기사: 지루했어요. 엄청 신기하긴 했는데, 주차 마칠 때까지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이 기사: 저도 그랬어요.
김 기사: 주차공간 계산해서 정확히 들어가는 주차의 정밀도 면에서는 탁월하죠. 하지만 성질 급한 사람은 운전석에 앉아 있다가 변사체로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 제 생각에 파크 어시스트는 데뷔 초기에 차 이미지 메이커 역할을 하는 걸로 제 몫은 다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실제 오너라면 그거 별로 안 쓸 거 같아요.
이 기사: 핸들이 휙휙 돌아가서 깜짝 놀랐어요. 저는 브레이크도 자동으로 잡아주는 줄 알고 가만히 있다가 뒤를 받을 뻔했다는. ㅋㅋ 메이커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거죠. 실용에 큰 가치를 둔 폴크스바겐 이미지에서는 살짝 오버하는 느낌도 있지만.
김 기사: 사실 폴크스바겐은 이미 완전 100 % 자동주차 기술을 만들어놓고는 있는데, 그건 실용화하기에 비용이 아직 너무 비싸니까 일단 이걸 티구안에 넣은 거죠. 그런데 파크 어시스트 같은 첨단 기술이 들어가면서 전체 비용에 영향을 끼쳤을텐데?
소소한 편의장비들이 오히려 악영향
이 기사: 스마트 키나 220볼트 콘센트 파워 아울렛 같은 옵션도 있는데 국내 시판용에는 빠졌죠. 파크 어시스트 옵션만 해도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국내에서 장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그거 따로 개발하고 그러느라 힘들었을 텐데 솔직히 좀 별로더군요.
김 기사: 애는 많이 쓰고, 결국 장고 끝 악수의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죠. 전혀 폴크스바겐답지 않은 모양이고, 쓰기도 불편해요. 실용성도 떨어지지만 전체 인테리어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치명적인 거 같아요. 티구안은 좋은 자동차인데, 오히려 실제 주행이나 사용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 않는 소소한 편의장비들이 악영향을 준 면이 있어 보여요.
이 기사: 소소한 단점에도 대단히 만족스러운 차예요. 기대도 컸지만, 실제로는 더 좋은 몇 안 되는 자동차라고 생각해요.
김 기사: 스포츠실용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매 욕구가 일 거 같아요. 어느덧 국내에서도 폴크스바겐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꽤 굳어진 거 같은데, 티구안이 그 덕도 톡톡히 보지 않을까 싶어요.^^.
김 기사: 고유가 시대임에도 요즘 자동차 브랜드들이 다들 시장성과 수익성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스포츠실용차에 달려들고 있어요. 이 기사: 포르셰 같은 스포츠카 브랜드도 에스유브이를 만드는 정도니까요. 포르셰를 오늘날 제일 잘나가는 자동차회사로 만든 주역도 에스유브이인 카이엔이죠. 김 기사: 상대적으로 폴크스바겐은 에스유브이를 만들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아요. 워낙 다양한 차종을 만드는 브랜드잖아요. 다품종 다량 생산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만큼 스포츠실용차 시장 진입이 어떤 면에서는 늦은 감도 있었다고 봐요.
신차 특유의 ‘쌔끈한’ 맛은 좀 없어 이 기사: 폴크스바겐의 첫번째 스포츠실용차인 투아렉에 비해 티구안은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전형적 이미지를 가진 모델인 것 같아요. 사이즈도 그렇고 단단해 뵈는 외관도 그렇고. 타보니까 더욱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김 기사: 동감해요. 투아렉은 고급 세단 페이톤과 더불어 폴크스바겐이 업그레이드를 시도했을 때 나온 제품이죠. 제품력은 인정 받았어요. 페이톤과 달리 시장에서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고요. 어떻게 보면 폴크스바겐의 이미지를 완전히 올려준 주역은 페이톤이 아니라 투아렉이라 할 수 있겠죠. 이 기사: 폴크스바겐이 프레스티지(명품)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페이톤으로는 시장에서 완강한 저항감에 부닥쳤지만 투아렉은 그렇지 않았죠. 앰블럼만 떼면 포르셰 카이엔에게도 절대 밀리지 않는 것 같아요. 성능만 비교한다면 말이죠. 김 기사: 맞아요. 투아렉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더욱 살려 만든 에스유브이가 티구안인 셈이죠. 이 기사: 폴크스바겐은 실용적이고 단단하고, 굉장히 가치가 큰 제품들을 만드는 회사거든요. 그 이미지에는 골프라는 베스트셀러가 있는 거고, 골프의 이미지, 그 연장선에 있는 게 티구안이라 할 수 있죠. 굳이 흠을 잡자면 저는 외관에서는 뒷모습이 살짝 아쉽던데? 김 기사: 전체적인 스타일은 솔직히 좀 힘이 없어요. 무난함이 너무 강조된 것 같다고 할까. 하지만 폴크스바겐 차답게 단정한 느낌을 주는 건 좋았어요. 단정함은 폴크스바겐의 또다른 이름이니까 브랜드 정체성에도 아주 근접했다고 할 수 있겠죠. 이 기사: 요즘 폴크스바겐 전체 디자인 흐름에는 굉장히 충실한 듯해요. 지나치게 무난하다는 게 단점이자 강점이죠. 거부감 없는 디자인인데 신차 특유의 소위 ‘쌔끈한’ 맛이 없어서 좀 아쉽죠. 골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티구안의 외관과 실내 디자인이 굉장히 익숙할 거예요. 몰아보니까 시트 위치만 높다뿐이지, 골프와 매우 비슷하던데요. 김 기사: 폴크스바겐을 아는 사람이라면 로고를 모두 떼어내도, 딱 보면 ‘폴크스바겐이구나!’ 할 그런 이미지죠. 골프의 에스유브이 버전이랄까.
폴크스바겐 티구안의 실내 모습.
폴크스바겐 티구안의 실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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